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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미래]금단의 땅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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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과거부터 현대사까지, 대전환 시기에 등장한 용산
광화문·여의도·강남 3대 축 중심…기업과 돈 몰려
일본군에서 미군…전두환 정권 신호탄도 용산에서
51조 개발부터 지하 교통체계…철도 지하화까지

편집자주'금단의 땅'을 품고 있던 용산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 세기가 넘도록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던 용산미군기지는 국민 모두의 공간인 용산공원으로 탈바꿈했고 대통령실 이전으로 대한민국 권력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며 개발 계획도 본격 시작됐다.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역할 확대 요구도 이어진다. 서울 한복판, 남산과 한강을 잇는 한강 변 '금싸라기 땅'임에도 낙후된 주거지를 여전히 품고 있는 문제도 있다. 서울이 권력과 기업,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용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용산은 한국 도시의 현재이자 미래다.

용산은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용산행을 택한 순간부터 용산은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 됐다. 과거 100년이 넘도록 국방의 중심으로 불리던 용산은 이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관장하는 삼부요인의 거처는 물론,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집무실도 품게 됐다.


예견된 탄생이기도 하다. 지역의 형세가 용의 형상을 띠고 있어 불린 용산(龍山)에 대해 고려 시대 이인로는 용산 내 한언국의 서재에 머물며 이곳을 '봉우리가 굽이굽이 서려서 형상이 푸른 이무기 같다'고 말했다.


[용산의 미래]금단의 땅이 움직인다 일제강점기 시대 용산 신시가 전경. 지금의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상)와 일제강점기 시대 용산역. 용산역은 1900년 7월 경인선 보통역으로 만들어졌지만 1906년 11월 러일전쟁으로 인해 경의선의 시발역(始發驛)으로 변경되면서 유럽식 목조 2층 건물로 크게 신축됐다. [자료제공=용산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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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닮은 산줄기에서 시작한 龍山… 한국史 대전환 시기에 항상 등장

과거 문헌을 살펴보면 현재 대통령실이 들어선 국방부 청사 일대가 '용산'에 포함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당초 이 일대는 조선 시대에 한성부 남부 둔지방 내 '둔지산(屯芝山)'과 마을이 있던 지역에 불과했다. 산줄기가 용의 모습을 닮아 부르기 시작했다는 용산의 배경은 서울 남서쪽 만리재에서 효창공원, 용마루 고개, 용산성당, 청암동에 이르는 긴 산줄기다.


이름값도 톡톡히 치렀다. 역사적으로도 인적, 물적 자원이 몰리는 요지인 탓에 우리 영토를 침략한 세력들까지 이곳을 주둔지 등 군사적 요충지로 사용했다. 고려 몽골군의 병참기지, 조선 시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 주둔지, 임오군란 당시 청나라 주둔지, 청일전쟁 당시 일본군 상륙지 모두 용산이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물론 1989년 계룡대로 이전하기 전에는 대한민국 육군 본부까지 용산에 있었다.


현대사로 접어든 이후에도 용산은 대전환 시기에 이름을 올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격된 10·26 사태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육군 용산 벙커로 가자"는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요구를 받아들여 남산 중앙정보부로 가던 차를 돌렸다. 전두환 정권의 탄생이 시작된 순간이다.


전두환 정권에 대항해 전국적으로 전개된 대규모 시민운동인 6월 항쟁의 기폭제도 용산에서 시작됐다. 1987년 1월 서울대 학생이던 박종철이 참고인 진술을 명목으로 연행돼 고문받고 사망한 장소인 남영동 대공분실도 용산에 위치했다. 박종철은 1987년 1월14일 509호 조사실에서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을 당하다 숨졌다. 당시 정권은 그의 죽음에 대해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변명을 내놓아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용산은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을 남겼다. 2009년 1월20일 새벽, 용산4구역 재개발의 보상대책에 반발해 온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 30여명이 적정 보상비를 요구하며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을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상처를 입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2022년 10월29일 밤 용산 이태원에서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192명 사망),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304명 사망) 이후 대한민국 역대 최대 규모의 인명 사고인 이태원 참사(159명 사망)가 발생했다.


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 이후에는 정치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지명이 됐다. 1948년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시작으로 12명의 대통령이 거쳐 간 청와대는 막을 내렸고 이제 용산이 새로운 정치 1번지가 됐다.


[용산의 미래]금단의 땅이 움직인다 1990년대 용산구 전체 전경(상)과 2020년 용산역 앞 광장(중) 및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 조감도. [자료제공=용산구청, 서울시]

압도적 지리적 이점… 기업들 몰리고 투자자 관심 갖는 이유

지금의 용산이 대 전환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압도적인 지리적 이점이 있다. 행정·업무 중심지인 광화문,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 IT 중심지인 강남 등 도심 3대 축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시도별 국내총생산(GDP)이라 할 수 있는 지역내총생산(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GRDP)에서 용산구는 2021년 기준 강북권에서 중구와 종로구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위치에 있다. 경제활동별로 얼마만큼의 부가가치가 발생했는지를 나타내는 경제지표인 만큼 지역경제의 소득 순환율이 건전하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전역은 물론, 인천국제공항과도 직결된 교통 구조가 한 몫을 차지했다. 경상도나 충북행 열차가 몰린 서울역, 전라도나 서해안행 열차가 몰린 용산역을 모두 끼고 있다. 사실상 도심 기능은 물론 지역 연계,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거점 역할을 맡은 셈이다.


이런 탓에 기업들도 용산행을 택했다. 이미 아모레퍼시픽, 현대산업개발, 삼일회계법인, LG유플러스 같은 대기업은 물론 샌드박스, 하이브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자리를 잡았다. 산업계에서는 한국 제과 산업의 발상지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 3대 제과 메이커라 불리는 롯데제과와 오리온, 해태제과 모두 용산에서 시작했다.


투자자들도 용산을 가만두지 않았다. 서부이촌동이라 불리는 이촌2동의 경우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라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2014년 최종 무산된 뒤 여전한 혼란을 겪고 있다. 같은 기간 순차적으로 재건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동부이촌동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사실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의 청사진은 가능성도 있었다. 2007년 부채를 줄이고자 코레일이 삼성물산 등에 이 땅을 팔기로 했고, 인근 서부이촌동과 묶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시작됐다. 용산여객터미널을 짓고 국제업무지구를 한강 변까지 연결하는 총사업비 31조원 규모 프로젝트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를 넘지 못했다. 부동산 경기는 침체했고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결국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2013년 사업이 좌초했다.


다음 타석에서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번에는 서울 집값 급등의 진원지로 지목돼 개발이 미뤄졌다. 2018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은 용산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가 집값 급등 조짐에 바로 보류했다. 당시 박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 시장 안정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서울시는 현재의 엄중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을 주택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선언했다.


[용산의 미래]금단의 땅이 움직인다

51조원 쏟아붓는 '도시 속 도시'가 용산에… UAM, 링킹파크 등 교통 혁신 추진

서울시가 다시 그리는 용산의 미래는 업무는 물론 여가문화·휴식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집약해놓은 '콤팩트시티'다. 시작은 용산역 뒤편 50만㎡에 이르는 면적을 한꺼번에 개발해 '도시 속 도시'를 만드는 대형 프로젝트로, 예고된 사업비만 51조원으로 추산된다


업무지구 중심부에는 최고 100층 높이의 전망대, 공중정원 등을 갖춘 랜드마크 건물이 들어선다. 민간 주도로 추진해 실패했던 2010년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코레일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사업의 시행을 맡는다.


서울 교통 체계의 변화도 용산이 가장 먼저 시도한다. '탄소배출 제로(0) 지구'가 목표로 2050년 탄소 중립 목표에 맞춰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 내연기관차 운행 단계적 제한 등을 통해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용산 일대를 철도와 도로는 물론 미래 교통수단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이 총망라된 서울의 1호 '모빌리티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용산역과 인접한 용지에 UAM 정거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에어택시로 대표되는 UAM은 도로, 철도 등이 혼잡한 도시에서 하늘길을 이용해 이동성을 극대화하는 교통수단이다. 정부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로드맵을 준비 중인 가운데 서울시는 이에 맞춰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김포국제공항을 연결하는 UAM 시범 노선을 운영할 계획이다.


용산기지를 중심으로는 기형적이던 교통망 대변화를 시도한다. 용산공원 하부에 주요 간선축이 모이는 교통 결절점을 만드는 프로젝트인 '용산 링킹파크(Linking Park)'로 용산기지로 인해 곳곳이 끊겼던 교통 흐름을 복원하는 게 목표다. '용산 링킹파크'가 현실화할 경우,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미군기지 평택 이전으로 서울의 중심이 될 용산공원 주변의 교통 흐름이 적절하게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서울 구도심지 철도 지하화 사업'은 이미 실질적 논의에 착수했다.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가 핵심 구간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서울시는 철도 상부 개발을 위한 개발안 마련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현재 철도 지하화로 슬럼가인 13구와 센 강변을 잇는 인공지반을 조성해 도시 활력을 되찾은 '파리 리브고슈 프로젝트' 등 국내외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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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 개발의 핵심 키워드는 하이테크놀로지이며 외국 기업의 주재원, 회사원이 쾌적한 도심 생활을 누릴 수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여가와 문화 기능을 포함해 24시간 즐기며 기업 활동을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용산의 미래]금단의 땅이 움직인다 서울역~용산역 철로 지하화 구간. [자료제공=서울시 등]


[용산의 미래]금단의 땅이 움직인다 *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외경(좌)과 하이브 본사 외경. [자료제공=아모레퍼시픽그룹, 하이브]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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