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시정질문을 벗어난 엉뚱한
질문을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여야를 떠나 치우친 질문과
감정적 행동은 그만하라”
지난 8일 제132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가 열린 경남 창원특례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질문 중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수년째 표류 중인 마산해양신도시 민간복합개발사업 4차 공모 탈락업체 대표와 홍남표 시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과의 만남에 의혹을 제기하는 영상이 갑자기 틀어졌기 때문이다.
해당 시정질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진형익 의원은 홍남표 시장을 답변자로 요청해 마산해양신도시 개발사업 관련 소송과 향후 계획에 관해 물었다.
그러던 중 해당 영상을 틀었고 홍 시장이 “저 영상을 왜 트냐, 관련도 없는데”라며 거부감을 표시했으나 영상은 끝까지 재생됐다.
영상 종료 후 진 의원은 “민간사업자가 왜 고발인을 만났다고 생각하냐, 민간사업자가 희생하는 거 아니냐”며 “납득이 되지 않아 묻는다”라고 했다.
이에 홍 시장은 “사건 고발인이 사업자를 만난 걸 왜 나한테 묻냐”, “무슨 이런 질문이 다 있냐”, “망신 주기 위한 질문”이라며 거세게 항의하다 답변을 중단하곤 자리로 돌아갔다.
급기야 의원석에서도 항의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여야 의원 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일정상 참석하지 못한 김이근 의장 대신 회의를 진행하던 문순규 부의장이 결국 정회를 선포한 후에야 사태는 잦아들었다.
앞서 홍 시장과 진 의원은 마산해양신도시 4차 공모 탈락업체가 창원시를 상대로 제기한 우선협상대상자 미선정 처분 소송 항소심에서 창원시가 패소한 원인과 향후 대응을 두고 한 차례 부딪쳤다.
진 의원은 “1심과 행정심판에서도 승소했는데 감사관이 제출한 감사자료가 불리하게 작용해 2심에서 패소했다”며 “창원시 감사 결과에 반박한 5차 공모사업자에게 명예훼손죄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데다 불리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해 소송에 지게 한 감사관의 감사 내용도 목적도 신뢰할 수 없다”라고 했다.
“창원시장은 전임 시정 탓하기에 혈안이 돼 있어서 창원시 이익이나 소송 승패가 아닌 당시 이해당사자들이 내린 결정이 중요하다며 패소를 불러일으킨 게 아니냐”고도 했다.
이에 홍 시장은 “감사관이 제출한 자료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에 따라 법원이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며 “재판부가 자료를 요청해 제출했고 그 자료를 보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감사관이 말에 의해서가 아닌 관련 법령, 공모지침서를 비롯한 의사결정과정 관련 서류 등 자료를 근거로 당당하게 감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감사관 혼자서 결과를 낸 것이 아니라 감사위원회에서 여러 사람이 객관적으로 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한다”고 했다.
이어 “서류에는 의사 결정을 누가 했고 어떤 내용을 말했다는 게 담겨 있다”며 “그 자체가 당시 있었던 사실이고 이것을 토대로 법원에서 판단한 것이다”고 했다.
“진실이 이기는 게 창원시가 이기는 것”이라며 “사실을 숨기면서까지 이겨야 한다고 강요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패소한 이후 대법원 상고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판정받고 더는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도록 항고한 것”이라며 “여러 의혹에 대한 법원 판결을 받아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더 급선무지만 상고심 승소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산해양신도시 사업은 워낙 헝클어져서 헝클어진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고 있다”며 “4, 5차 공모 관련 재판 결과에 따라 대응책을 달리해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헝클어진 실타래’의 출발점에 대해서도 강하게 충돌했다.
진 의원은 “사업을 헝클어놓는 건 현 시정”이라며 “불리한 자료를 제출하고는 그게 진실이라 하면서 다른 사람 책임이라 하냐”, “정상화 계획도 구체적이지 않고 일만 벌이고 있다”고 했다.
홍 시장은 “법원 결정에 따라야 할 것도 많고 이해당사자도 많아서 당장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 상황을 꼬아놓은 것은 민선 7기 시정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진 의원은 시정질문을 마무리하며 “마산해양신도시의 진실은 누굴 위한 진실이냐”며 “홍 시장은 4차 공모 탈락 사업자가 자신의 고발인을 만난 것을 사실대로 밝히고 해명해야 사업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창원시의회 모습은 창원시의회 누리집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이를 본 한 시민은 “해양신도시 정상화에 대한 창원시 입장을 묻는다더니 갑자기 그런 영상을 틀더라”며 “창원 발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시의원이 시정질문을 벗어난 엉뚱한 질문을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소리를 지르며 다투는 모습도 정말 보기 싫고 창피했다”라며 “여야를 떠나 치우친 질문과 감정적 행동은 그만하라”고 했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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