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원, 美 인도 결정 뒤집어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가상화폐 시장에 큰 피해를 입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된다. 미국 현지 언론 등 외신은 권 대표의 한국 송환 소식을 '반전'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신속히 보도했다.
7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대표에 대한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앞서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 5일 권 대표의 항소를 받아들여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미국 인도를 결정한 원심을 파기했다. 항소법원은 당시 한국 법무부가 미국보다 사흘 앞선 지난해 3월24일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며, 권 대표의 미 송환을 결정한 고등법원이 형사소송법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권 대표 변호인 측도 법률로만 따지면 한국 송환이 합당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로써 권 대표의 인도국 결정에는 범죄인 인도 요청 순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고등법원은 상급심인 항소법원의 판단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 대표의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으로 송환하기로 한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권 대표 역시 미국이 아닌 한국행을 강하게 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미국의 처벌 수위 차이가 이유로 보인다.
지난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에게 50조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산되는 권 대표는 미국 송환 시 더 강력한 처벌이 예상된다.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으로 미국보다 처벌 수위가 낮다.
권 대표가 미국 송환 결정에 불복해 상소했고 이번에 원하는 결정을 끌어낸 재항소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범죄인 인도 절차와 관련해서는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이 최종 승인 권한을 갖고 있어 실제 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특히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그 동안 권씨 송환국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며 미국행에 무게를 실어 왔다.
미국 현지 언론도 권 대표의 한국 송환 소식을 앞다퉈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몬테네그로 법원이 가상화폐 재벌 권도형의 한국 인도를 결정했다"며 "앞서 미국으로 보내기로 했던 결정을 뒤집은 반전"이라고 썼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번 판결은 최소 400억달러(약 53조원)의 투자자 자산을 소멸시키고 디지털 자산 시장에 큰 손해를 끼친 테라 붕괴 사건의 법정 이야기에서 최신의 반전"이라고 전했다.
한편 권 대표는 전 세계 투자자에게 50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히고 지난 2022년 4월 한국을 떠나 도피하다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 혐의로 체포돼 구금됐다. 한국과 미국 검찰 모두 권 대표를 수사하며 그의 신병을 확보한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바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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