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 이용해 취업 '중개 비용' 요구
일부 공기업은 수천만원대로 치솟아
극심한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청년들이 이번에는 '일자리 사기'로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 내 구인·구직 웹사이트들이 좋은 일자리를 소개하는 대가로 '중개 비용'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 내 일자리 중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업난에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일자리 중개 비용'을 요구한 뒤 수백만원을 챙겨 달아나는 방식이다.
SCMP는 "이런 중개 서비스는 불법"이라며 "구인 사이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을 통해 청년들을 유인하고 있으며, 보통 일자리 컨설턴트로 위장한 채 접근한다"고 사기 수법을 설명했다.
이들 구인 사이트가 '제공'하는 중개 일자리는 대부분의 양질의 직업이다. 중국 내 유명 대기업이나 안정적인 공기업 일자리를 홍보하며, 이런 일자리와 구직 중인 청년을 중개하는 대가로 1만위안(약 184만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일자리의 중개 가격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치솟는다. 특히 중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공기업들의 중개 비용은 20~40만위안(약 3700~7384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접 기회를 잡기 위해 어지간한 직장인 연봉을 바쳐야 하는 셈이다.
중국의 일부 국영 기업 일자리는 높은 임금, 굳이 힘들이지 않아도 알아서 쌓이는 경력, 심지어 주택과 노후 연금까지 지원하는 등 상당한 혜택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국영 기업을 향한 관심은 매우 뜨겁다.
SCMP는 "중국 청년들은 경기 침체, 높은 청년 실업률로 인해 점점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에 노출돼 있다"며 "이런 채용 공고 사기에 현혹되는 이유를 이해할 만하다"라고 했다.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말 기준 14.9%였다. 앞서 중국 통계국은 지난해 6월 청년 실업률이 21.3%까지 치솟자, 통계 발표를 5개월간 중단했다가 재개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수치는 중·고교·대학 재학생을 제외한 구직자로 집계 대상을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수치는 이전보다 떨어졌을 수 있지만, 실제 실업자 수가 과거보다 현저히 감소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고용주는 다름 아닌 공무원으로 전해졌다. 올해 중국 공무원 시험 응시자 수는 전년 대비 33만명 늘어난 283만명으로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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