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파요→병원 찾아주세요…의료대란이 바꾼 119 신고

"신고접수대·상담 인력 보강"

전공의 집단 이탈 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에 응급실 내원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 때문에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에는 "병원을 찾아달라"는 구급대원들의 요청이 급증했다.

28일 소방청은 이달 16~26일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일평균 병원 선정 건수가 66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2월 일평균 38건보다 73.7% 폭증한 수치다. 구급상황관리센터는 구급대 요청 시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해 '중증·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나 대형병원으로, '경증·비응급환자'는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나 인근 병·의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병원을 산정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평소에는 구급대에서 직접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정공의 집단 이탈 후 응급실 의료인력 부족으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늘면서 센터에 병원 선정을 요청하는 건수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병원 응급실 과부하로 부산과 대전에는 20일부터 26일 오전까지 각각 42건, 23건의 구급대 지연 이송 사례가 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에서는 80대 심정지 환자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겪은 뒤 사망 판정을 받는 일마저 생겼다. 지난 23일 정오께 의식 장애를 겪던 이 80대 심정지 환자는 구급차에 실려 갔으나, 전화로 진료 가능한 응급실을 확인하다가 53분 만에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소방청은 이번 사태를 맞아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이송 병원 선정을 강화해 응급환자 이송 지연 문제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고접수대와 상담 인력도 보강했다.

한편 의료현장 혼란을 고려해 비응급 상황에서는 119 신고를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 이후 응급환자 이송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16~26일 119 구급대의 일평균 출동 건수와 응급환자 이송 인원은 각각 8294건, 4713명이었다. 지난해 2월 평균 8552건, 4894명보다 각각 3%, 3.7% 감소했다. 다만 같은 기간 구급상황관리센터의 대국민 응급의료 상담 및 병·의원 안내는 6.4%, 응급처치 지도는 2.3% 늘었다. 구급대원에 대한 의사 의료지도는 16.6% 줄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병원 진료가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신고를 자제하는 분위기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또 구급 이송 인원이 감소해 의사 의료지도 건수가 줄어들었을 것이며, 평소 다녔거나 가까운 병원에 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 상담·안내는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