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항구도시 케이프타운서 악취 진동해
매일 700t 배설물…산 채로 2개 대양 이동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부의 항구도시 케이프타운에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대형선 한 척이 살아있는 소 1만 9000마리를 싣고 정박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은 “케이프타운 환경·보건 공무원들이 악취 신고를 접수하고 하수도 시설을 점검한 결과, 소 1만 9000마리를 태우고 항구에 정박한 선박이 원인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케이프타운의 수질 위생 담당자 자히드 바드루디엔도 자신의 엑스(X·트위터)에 “도시를 뒤덮은 악취의 원인은 가축 운반선으로 확인됐다”고 알렸다.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으로 남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이다. 문제의 선박은 길이 190m의 대형 가축 운반선 '알쿠웨이트 호'로, 브라질에서 이라크로 향하던 중 사료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 18일 케이프타운 항구에 정박했다. 알쿠웨이트 호는 20일 케이프타운을 떠났지만, 악취가 남긴 진통은 동물복지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남아공 동물학대방지협회(SPCA)는 “케이프타운을 휘감은 악취는 배설물과 암모니아로 가득한 배에서 2주 넘게 지낸 소들이 처한 환경이 끔찍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동물복지단체 '팜 앤드 애니멀스'에 따르면 체중 600㎏ 소의 하루 평균 배설량(37㎏)을 1만 9000마리에 대입하면 매일 700t가량의 배설물을 배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 동물권 단체인 '컴패션인 월드 파밍'에 따르면 '냉동육보다 살아있는 고기가 맛있고 건강에 좋다'는 인식 탓에 여러 국가에서 동물이 산 채로 수송되고 있다. 동물권 활동가들은 알쿠웨이트 호 주변에서 팻말 시위를 벌이며 살아있는 소를 배로 수송하는 방식에 대해 항의했다. 이들은 AP에 "악취를 뿜는 배설물에 뒤섞인 채 2개의 대양을 지나는 장거리 운항이 소에게도 고통"이라며 "과밀화된 공간에서 서로 압사하거나 탈수·질병·굶주림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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