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기소 모두 가능, 주도자 업무방해죄 성립"
'업무개시명령' 송달의 효력 다툼의 여지 있어
의대 정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병원 근무 중단으로 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2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의료진 부족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단체 또는 인사는 구속수사를 하겠다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강 대 강 대치가 심화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불법 집단행동에 가담한 의료인은 물론 불법 집단행동을 배후에서 조종하거나 교사하는 자들까지 철저한 수사로 규명할 방침이다. 또 업무개시명령에도 불구하고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및 배후세력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업무 복귀를 거부하는 개별 전공의도 원칙적으로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회부할 계획이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은 물론 의사면허 박탈까지 경고했는데 실제 처분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의료전문 대표변호사는 2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실질적으로 사직서를 낸 모든 의사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집단행동을 한 주도자에 대한 처벌은 실효성이 있을 수 있지만, 전공의 대다수가 현장을 떠나는 상황에서 모든 의사를 재판에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정부의 입장은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주도자는 구속수사까지 하겠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일단 두 가지를 나눠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첫 번째 업무개시명령 위반은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에 의료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고, 만에 하나 징역형으로 처벌을 받게 될 경우 선고유예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3년 이상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다만 실질적으로 처벌 규정이 업무개시명령 위반에만 해당하는 규정은 아니고, 의료법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위반 사항을 나열하고 그에 대한 법정 최고형만을 규정한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했을 경우에 법정 최고형을 받게 될지는 의문이다. 또 의사 개인이 진료 거부를 했을 때 내린 업무개시명령에 대해서 불복할 경우에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이 규정돼 있지 않다. 단체 휴업이나 단체 폐업을 한 병원 개설자 등에 대한 처분은 있는데 그 기준이 업무정지 15일이다.
업무 복귀를 거부하는 개별 전공의도 원칙적으로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회부한다는 게 정부 방침인데, 가능하다고 보는가.
당연히 기소할 수 있다. 검찰이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해달라고 하는 약식기소도 기소니까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은 이상 기소는 가능하겠지만 의료법의 체계와 행정처분 간의 형평성을 놓고 봤을 때 실질적으로 면허 취소에 이를 만한 정식 기소는 어려울 것 같고, 벌금형 기소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주도자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업무방해죄만으로도 징역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만일 업무방해로 기소된다면 법원에서는 징역형에 대해서 선고유예를 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벌금형을 선고하지 않는 한 면허 취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주도자들에 대한 처벌은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하는 것도 가능한가.
체포영장도 가능하다. 체포영장을 발급하기 위한 조건이 그 사람의 소재를 알 수 없거나 소환에 불응했을 때인데, 불법행위가 확인되고 경찰에서 업무방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소환했는데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쉽지 않다. 정부에서 발표한 것처럼 처벌이 가능한 부분도 있는데, 과연 의사들의 업무 복귀에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전공의들의 휴대전화로 업무개시명령을 송달하고 있는데, 전화를 꺼놓는 등의 방법으로 명령서를 받지 못했다면 면책이 되나.
그에 대해선 변호사들도 견해가 갈리고 있다. 우선 행정절차법을 봐야 한다. 행정절차법에 행정처분의 송달에 대한 규정이 있는데, 우편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당사자가 동의했을 경우에만 정보통신망으로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지금 의사들이 정보통신망으로 송달받는 것에 동의했다는 증거가 없다. 어떠한 동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통신망으로 처분한다는 것은 절차 위반이다. 또 정보통신망으로 송달하는 경우 예상되는 방법은 전자우편인데, 문자메시지 전송을 과연 정보통신망상 송달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툼이 있을 것 같다. 우리 법 조항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전자문서로 송달한 경우에 '송달받을 자가 지정한 컴퓨터 등에 입력된 때 도달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어서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정보통신망 외에 송달할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 관보, 공보, 게시판, 일간신문 등을 통해 공고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14일이 지나야 하고 긴급할 경우에만 즉시 도달을 주장할 수 있다. 지금 상황은 송달이 불가능하거나 송달 주소를 알 수 없는 경우로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 법상 긴급의 전제는 송달이 불가능할 때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방식의 송달의 효력이 다퉈질 때 의사들에게 유리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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