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엘시티 등 타깃
솜방방이 처벌 논란, 벌금 500만원 그쳐
‘베이스 점핑’ 먹잇감 될 수도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이 초고층빌딩을 무단으로 등반해 뛰어내리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전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서 제2, 3의 범죄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7시께 부산 해운대구 초고층 건물인 엘시티 99층에서 외국인 추정 남성 2명이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이들을 엘시티 건물에 몰래 들어간 혐의(건조물침입)로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엘시티에서 누군가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이들은 이미 달아난 뒤였다. 엘시티는 지상 101층짜리 높이 411m 건물로, 두 사람은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일명 '베이스 점핑' 전문가일 것으로 추측된다.
베이스 점핑의 주요 타깃이 되는 건물은 롯데월드타워·엘시티 등이다. 지난해 6월 영국인 조지 킹 톰프슨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으로 등반했다. 당일 오전 5시께 외벽을 오르기 시작했고, 오전 7시50분께 보안요원이 발견해 경찰과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롯데물산은 건물 외벽 유지·관리 장비를 내려보내 톰프슨을 72층에서 태웠고, 경찰이 건물 내부에서 그를 체포됐다. 같은 해 8월 서울동부지법 형사42단독 민성철 부장판사는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을 내렸다. 톰프슨은 2019년 영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더샤드를 무단 등반한 혐의로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현행법상 고층빌딩 무단등반은 건조물침입죄나 업무방해죄가 적용된다. 실제 경찰은 톰프슨을 건조물침입 혐의로 체포했으나, 건물 외벽을 탄 점을 고려해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두 죄목 모두 처벌이 강하지 않다. 건조물침입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결국 롯데월드타워는 자체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외벽 무단 등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상에서 13m 높이까지 손을 짚고 올라갈 수 있는 홈을 메우는 작업을 진행했고, 지능형 CCTV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고층 건물이 많이 들어서면서 베이스 점핑 전문가들의 새로운 먹잇감이 된 것”이라며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 이뤄지면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 사람들의 입장에선 영상을 찍을 경우 최소의 피해로 최대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