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예비 신부 선호도 검정 드레스 1·2위 차지
코로나19 거치면서 결혼식 트렌드 변화해
장례식이 연상된단 이유로 금기시됐던 검은색 웨딩드레스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는 예비 신부의 로망이자 상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검은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웨딩 촬영은 물론, 실제 결혼식에도 입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요미우리신문은 고정관념을 깬 선택을 한 부부의 사연을 소개했다. 일본 기후현에 거주하는 27세 여성은 2022년 결혼식 피로연 당시 검은색 볼륨 드레스를 입었다. 남편 역시 검정 셔츠와 검정 턱시도를 골라 색을 맞췄다. 처음 웨딩드레스를 보러 위해 드레스 업체를 방문했던 여성은 매장의 샘플 사진을 보다 검은색 드레스에 한눈에 반했다.
검은색은 평소에도 즐겨 입는 색에다 검은색에는 '당신 이외에는 물들지 않겠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후 피로연 영상을 사회연결망서비스(SNS)상에 공유하자 10만명 이상으로부터 '좋아요' 반응이 돌아왔다. 댓글에는 "나도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싶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장례식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검정 드레스, 이제는 대세로
'전일본브라이덜협회'에 따르면, 일본에 웨딩드레스가 보급된 것은 1970년대 이후다. 순결과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순백의 드레스가 당시 정착을 했고, 검은색은 '장례식을 연상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신부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이 고정관념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1만벌 이상의 드레스를 갖춘 일본의 결혼 정보 사이트 민나노웨딩의 조사 결과, 지난해 1월~11월 조회 수는 검정 드레스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이 사이트는 2023년의 웨딩드레스 컬러를 '검정'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간 금기시됐던 검은색 웨딩드레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우선 단 한 번밖에 없는 결혼식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은 의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은색은 흰색과 달리 의외성이 있어 매우 특별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결혼식 트렌드가 변화한 점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한 일본 웨딩 마케팅 담당자는 "코로나19 이후 스몰 웨딩이 유행하면서 사진만 촬영하는 포토 웨딩이 늘어났다"며 "이들은 SNS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한다. 검은색 드레스 또한 이런 시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웨딩촬영을 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며 "이를 보고 한국풍으로 해달라는 고객의 요청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일본에서는 그동안 결혼식에 잘 쓰이지 않던 말린 꽃도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식장 장식이나 부케에 쓰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거 일본 부부들은 피로연에서 딱딱하고 높은 의자에 앉아야 했는데 최근에는 푹신하고 낮은 소파가 선호된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