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설명회에 1000여명 몰려
학부모, 졸업생에 직장인까지
"수도권 정원도 늘려야" 우려도
13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메가스터디 의약학전문관. ‘의대 증원에 따른 입시 판도 분석 설명회’는 인파 열기로 뜨거웠다. 겨울 추위가 여전한 2월 날씨와 어울리지 않는 풍경. 그곳을 찾은 1000여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졸업생, 재학생으로 나뉜 두 개의 층 모습은 인산인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100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마다 사람이 꽉 찼다. 한동안 줄을 서야 입장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졸업생을 위해 마련한 강의실에는 재수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이대 사람들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의대 문호 확대는 의료 관련 직업군에 기회로 다가왔다.
간호사로 일하는 김수연씨(29·여·경기 의왕시)는 "원래 장수생이었다가 몇 년 만에 다시 수능 준비에 재도전해보려고 오늘 강의에 와봤다"며 "의대 정원도 크게 늘리고, 특히 지역 대학 정원도 많이 늘린다고 해서 다시 준비해 볼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일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오는 4월까지 대학별 의대 배정 정원을 확정할 계획이다.
학부모들은 의대 증원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졸업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여·인천 계양구)는 "아이가 의대를 준비하지 않는데 정원을 크게 늘린다는 소식에 학원 이야기를 들어보려 설명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학부모 B씨도 "증원 소식에 호기심이 생겨 와봤다"고 전했다.
하지만 재학생 반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의대 증원으로 인한 수험생 유입이 재학생에게는 또 다른 경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지역인재전형 60%를 포함해 비수도권 의대 정원을 크게 늘린다는 방침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C씨는 "현역 입장에서는 성적을 다 맞춰놨는데 최저를 못 맞추게 될 것 같아서 불안하다"며 "평소 설명회에는 학부모들만 보이는데 오늘 설명회에는 젊은 남성이 많아서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에 가려면 지방에 가는 게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라며 "수도권에서 의대 준비하는 학생과의 공평성을 어느 정도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의를 한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도 "학원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온 게 처음"이라며 "증권사 임원도 수능을 다시 보겠다고 말한다. 올해 최종 합격한 재수생도 수능을 다시 준비하겠다며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다만 남 소장은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그냥 알아보려고 하는 수준인지, 실제 의대 준비를 위해 수능을 볼 건지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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