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 한국 아닌 제3국으로 추정…유통 경로, 출처 수사
일명 '기생충'으로 불리는 신종 마약 유통 수법 추정
최근 부산항에 정박한 선박에서 발견된 대량의 코카인은 국제 마약 밀매 조직의 배달사고라는 수사결과가 나왔다.
8일 남해해경청 마약수사대는 지난달 15일 부산신항에 입항한 7만5000t급 화물선 바닥에서 3500억원 상당의 100㎏가량의 코카인이 나온 사건과 관련해 국제 공조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코카인은 필로폰, 헤로인 등과 함께 3대 마약류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압수한 코카인은 은닉된 가방 3개 속에 담겨 있었다. 당시 코카인은 1㎏ 단위로 압축 포장된 총 100개의 뭉치로 발견됐다. 코카인 100㎏은 부산시 전체 인구 33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A호는 브라질→싱가포르→홍콩→한국→중국 등 순으로 운항하는 정기선이다. A호는 지난해 12월 초 브라질의 한 항구를 출항해 싱가포르, 홍콩을 경유, 지난달 부산신항에 입항했다.
해경은 시체스트(Sea Chest) 공간을 활용한 이런 수법이 최근 마약 유통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종 은닉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시체스트는 선박의 바닥 면에 위치한 메인 엔진 냉각을 위한 흡입구를 말한다. 장비를 이용해도 발견이 쉽지 않아 이른바 ‘기생충’ 수법으로 불린다.
해경은 수사과장을 중심으로 한 수사본부를 설치한 뒤 부산지법으로부터 압수수색 검증 영장을 발부받아 선박 내 정밀 수색·검증, 선원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했다.
마약이 든 포장지에는 중남미 마약 밀매 조직을 의미하는 돌고래 문양 등이 새겨져 있었다. 이 문양들은 중남미 마약 밀매 조직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경은 최근 중남미에서 생산된 코카인을 브라질에서 유럽으로 밀수출하는 수법이 늘고 있어, 이번에 적발된 코카인도 한국이 아닌 제3국으로 보내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 것으로 추정되는 지문과 DNA 등을 확보했다. 조사 결과 이번에 나온 지문 등 증거는 한국인과 일치하지 않았다. 이에 해경은 외국인이 저지른 범행으로 보고 있다. 이 선박을 탄 승선원 23명의 마약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고, 선박에서 위치추적장치 8개를 발견했다. 이 분석결과를 토대로 해경은 국제 마약류 유통망을 주적 중이다.
해경은 “한국에서 다량의 마약이 발견됐으나 한국인과의 연관성은 찾을 수 없어 브라질 등 경유국 관련자에 대한 인터폴 국제 공조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전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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