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정부 투쟁 위한 '비대위' 구성 의결
빅5 병원, 총파업 참여 찬반 투표를 진행 중
정부, '엄정 대응' 강조 등 즉각 대비 나서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한 의료계 파업이 가시화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정부 투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착수했고, 대형병원 전공의들은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의협은 7일 오후 8시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즉각적이며 실효적인 투쟁을 위해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구성을 의결했다. 더불어 '전면적이고 강력하게 대정부 투쟁에 돌입할 것'을 촉구하며 모든 투쟁 수단에 관한 결정 권한도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의료현안협의체를 애완견에 채운 목줄처럼 이리저리 흔들며 시간을 보내다 의대정원 증원이란 목적 달성을 앞두고 싫증난 개 주인처럼 목줄을 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격렬한 투쟁 서막이 올랐음을 공표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빅5'(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 병원 전공의들도 총파업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각 병원 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빅5 병원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요청에 따라 총파업 참여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미 전공의들의 찬성률이 높아 가결됐다.
앞서 대전협은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여명을 상대로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2%가 "정부가 의대정원을 늘리면 파업 등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강경투쟁 돌입 시기는 설 연휴가 끝난 뒤로 전망된다. 한 의협 관계자는 "설 연휴를 앞두고 있어 비대위 구성이 끝난 설 이후에야 본격적인 투쟁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도 "파업 돌입 시점 관련해 구체적으로 전달 받은 바는 없지만 다른 병원들과 날짜를 맞춰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여 설 명절 이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의료계 파업 분위기에 정부는 대비에 나섰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회의실에서 221개 수련병원(기관) 병원장과 비대면 간담회를 개최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의 집단행동은 수련병원의 운영에 차질을 발생시키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도 같은 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의사 집단행동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행정안전부, 법무부, 국방부, 경찰청 등 4개 관계부처와 17개 시·도가 참여했다.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범부처 신속 대응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공동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복지부는 일부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을 사전에 무력화하기 위해 집단사직서 제출을 검토함에 따라, '의료법' 제59조와 '전문의 수련규정' 제15조 등에 의거,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를 지시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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