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승인 관련 문건 포함돼 미국에 자진 신고
외교 문제 번질 땐 미국·인도네시아 등과 마찰
인도네시아가 직원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유출한 자료에는 미국 정부의 수출승인(E/L)관련 문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되면서 미국의 기술 이전과 인도네시아와의 공동 개발까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17일 인도네시아 직원이 외부로 유출하려던 이동형저장장치(USB)에는 EL과 관련된 문건 등 49종이 발견됐다”며 “미 국무부 산하 국방교육 통제국에 지난달 30일 자진하여 신고했지만 미국에서 이와 관련해 항의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방첩사와 국정원 등은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많은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미뤄볼 때 KAI 내부에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AI가 미국에서 이전받은 기술 중에는 미국 정부의 수출승인(E/L)을 받지 못한 것도 있어, 미국 측이 E/L 미승인 자료 유출 가능성을 의심하고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KAI는 "현재까지 군사기밀이나 방위산업기술보호법에 저촉되는 자료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일반자료가 다수인 것으로 안다"며 쉬쉬해왔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외교 문제뿐 아니라 향후 전투기 개발 일정과 수출 등에도 차질이 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까지 조사된 결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직원들이 일일보고서를 통합해 정리해 놓은 문건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일보고서에 작성된 정보가 군사기밀에 해당하는지를 조사 당국은 들여다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파견 기간 다수의 정보를 외부로 흘려보냈을 가능성도 있다. 2016년부터 사업이 시작되면서 인도네시아 현지 기술자 30여명이 KAI 사천공장에 배치됐다. 이들은 항공 기술을 습득하고 KF -21과 관련된 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파견된 인원이다.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은 현재 출국이 금지된 상태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KF -21 등 항공 관련 기밀자료를 빼돌렸다면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공동개발도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측은 KF -21 개발비의 20% 수준인 약 1조7000억원(이후 1조6245억원으로 감액)을 오는 2026년 6월까지 부담하는 대신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 자료를 이전받는 등의 조건으로 2016년 1월 공동 개발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후 분담금 납입을 미루면서 현재까지 2783억원만 납부했다.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할 경우 개발비 20%를 받지 못하게 돼 향후 전력화에도 문제가 생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KF -21 사업뿐 아니라 최근 카타르와 계약을 체결했던 프랑스산 중고 전투기 ‘미라주 2000-5’ 구매도 연기하기로 하면서 신뢰를 깎아 먹은 상황이다. 더욱이 인도네시아는 KF -21 외 다른 전투기 구매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며 의구심을 키웠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2년 2월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42대 구입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해 6월엔 카타르로부터 중고 프랑스산 ‘미라주2000-5’ 전투기 12대를 약 1조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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