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전 감독, 조국 전 장관 탄원서 제출
"인연 없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사진 주목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에 대한 재판부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의 아내 오은미 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겨 주목받고 있다.
오 씨는 지난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개를 알면 열을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열을 알아도 한 개 말하기를 주저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후자이고 싶다. 어림없지만"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어떤 날은 작은 부끄러움이 종일 나를 따라다니는 날도 있다. 노력해야지"라고 적었다. 차 전 감독과 관련한 일련의 논란에 대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차 전 감독은 지난달 22일 자녀의 입시 비리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각계각층의 탄원서'에 동참했다. 그는 탄원서에 "벌써 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조국 가족이 받은 고통과 그들이 감수한 징벌은 비슷한 경험을 한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부모에게 큰 경종이 되었으리라 확신한다"고 적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차 전 감독은 정치권 안팎의 표적이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과거 차 전 감독이 방송인 김어준, 주진우 씨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소환하며 그의 정치 성향이 탄원서 제출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차 전 감독 자택에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이 액자에 담긴 모습을 두고 비난하기도 했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는 “저러고 몰려다니면서 조국이랑 관련 없다는 차범근은 또 뭔지”라며 “왜 문재인 사진을 액자에 넣어서 간직하는 건지”라고 지적했다.
과거 정경심 책 홍보…양측 모두 "인연 없다"
또, 차 전 감독의 아내 오 씨가 과거 페이스북에 올렸던 정경심 전 교수 관련 글도 재조명됐다. 그는 지난해 정 전 교수의 옥중 수기 '나 혼자 슬퍼하겠습니다' 3권의 사진을 공유하며 "선생님, 힘냅시다!"라고 적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됐다.
차 전 감독 측은 조 전 장관과 인연은 없으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성적이 좋지 않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비난받았던 경험 탓에 탄원서를 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도 지난 31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차 전 감독과 "차 한 잔, 밥 한 끼 먹은 적 없다"면서도 "존경하는 차범근 감독님, 저는 어릴 때부터 차 감독님의 축구 경기를 보고 자란 사람입니다. 저와 아무런 사적 인연이 없음에도 저와 가족을 위해서 탄원서를 써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마음과 뜻 잊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우수·김진하·이인수)는 오는 8일 자녀 입시 비리 및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항소심 선고를 진행한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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