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이후 최대 감염"
"코로나19 여파로 대응에 구멍"
미국에서 매독이 70여 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퍼지면서 1950년 이후 최대 감염 건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기간 보건 자원이 코로나19에 집중되면서 매독 등 다른 질병 대처에 구멍이 뚫렸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는 31일 미 정치매체 더힐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내 매독 감염 건수가 2022년 기준 20만7255건으로 1950년 이후 최대라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더힐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이 수치가 전년보다는 17%, 5년 전인 2018년보다는 약 80% 급증한 결과라고 밝혔다.
매독 감염 사례는 거의 모든 인구 집단과 지역에서 발견됐다. 특히 매독에 걸린 채 태어난 신생아도 3700여명에 달해, 30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계별로는 전염성이 가장 강한 단계인 1·2기 매독 감염 건수가 10% 늘었는데, 이는 2018년에 비해 68% 불어난 수치다.
더힐은 "미국에서 매독은 1990년대에 거의 사라졌다가 이후 공중보건 예산 부족과 약물 사용 증가, 정신건강 문제 악화 등의 영향으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보건 예산과 인력이 코로나19에 집중되면서 그 여파로 매독 등 다른 질병 대처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DC의 로라 바크먼 성병 담당 국장 직무대행은 성명을 통해 "성병 분야는 임계점에 달했다. 매독의 영향이 이처럼 심각했던 적은 지난 수십 년간 없었다"고 밝혔다.
앨라배마주의 보건 담당관인 스콧 해리스 박사는 "보건당국이 코로나19에 인력과 자원, 관심을 집중하느라 매독 등 그 이전에 개선된 분야에서 후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관련 예산은 대폭 줄어들 예정이다. 미 의회는 연방정부 부채 한도 합의의 일환으로 공중보건 인력 예산 4억 달러(약 5340억원)를 삭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전국성병예방협력센터(NCSD)에 따르면, 예산 감축이 그대로 실행되면 주 당국은 약 800명의 질병 대응 전문가를 해고할 처지가 된다.
엘리자베스 핀리 NCSD 대변인은 "매독 확산과 관련해 보건당국이 대책을 주문하고 있지만 이를 행할 자금과 인력이 없으면 각 지역사회는 이런 조언을 따를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매독 환자는 최근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12월 19일 기준 매독 환자가 1만3251명을 기록하면서 3년 연속 최대 매독 환자가 발생했다.
매독의 전 세계적인 확산 추세에 따라, 우리 질병관리청도 올해 1월 1일부터 매독을 '제4급 감염병'에서 '제3급 감염병'으로 전환해 전수감시 체계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모든 의료기관은 매독을 진단·발견한 24시간 이내 질병청에 신고해야 하고, 매독 환자 등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진다. 지난 2023년 1~11월 우리나라의 매독 환자 신고는 386건으로 전년 동기간의 373건 대비 3.5% 증가한 바 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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