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 지역 출마를 선언한 무소속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국민의힘 로고를 찍은 홍보물로 선거유세를 하다가 적발돼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전 부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국민의힘에서 출당 조처된 이후 복당되지 못했다.
30일 아시아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페이스북에는 지난 22일 오후 3시께 국민의힘 정당 로고가 왼쪽에 찍힌 총선 선거 홍보물이 “경산에서 원하다. 최경환을 픽하다. 여론조사 전화 꼭 받아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올라왔다. 온라인에 게재된 홍보물은 최 전 부총리 측의 지지자들과 유권자들에 의해 복사하기, 캡처하기 등으로 페이스북이나 밴드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이후에도 2~3일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지속해서 노출됐다.
국민의힘 당적이 없는 최 전 부총리가 국민의힘 소속인 것처럼 사칭해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는 고발이 잇따르자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의힘 경북도당에 관련 내용을 확인한 후 최 전 부총리 캠프 측에 홍보물 삭제를 요청했다. 현재 해당 홍보물은 삭제된 상태다.
현행 선거법상 최 전 부총리가 당선의 목적을 갖고 국민의힘 소속인 것처럼 홍보물을 만들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선관위는 최 전 부총리가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홍보물에 국민의힘 로고가 들어가도록 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경산당원협의회도 이를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경찰 고발을 검토 중이다.
최 전 부총리 측은 문제의 홍보 게시물이 본인이 직접 만든 게 아니라 20년 이상 국민의힘 당원이었던 캠프 관계자들의 단순한 실수라는 입장이다. 해당 관계자들이 평소 친분이 있는 한 국민의힘 의원의 선거 홍보 게시물 시안을 받아서 그대로 업체에 맡겨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진 단순한 해프닝이라는 설명이다.
경북 경산은 최 전 부총리가 국민의힘 타이틀을 달고 17대부터 20대까지 내리 4선을 한 곳이다. 최 전 부총리 입장에서는 당선에 대한 의지가 강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최 전 부총리는 경산 출마를 위해 지난해 11월 전입 신고를 한 뒤 후보 사무실을 내고 각종 지역 행사에 참석해왔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행위일 수 있고,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신뢰를 잃는 꼴”이라며 "선관위에서 이번 건을 단순한 '주의'나 '경고' 정도에 그치는 선례로 남긴다면 선거 당선을 위해 실수를 가장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과 같은 비슷한 일들이 또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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