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과 한국 사이 '롯데면세점' 10년
태풍·고환율 악재에도 지난해 매출 40%↑
롯데免, 해외 6개국 14개 사업장 운영
"해외 매출 연간 1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것"
지난달 찾은 괌 안토니오 B. 원팻 국제공항. 한국 등 주요 지역으로 떠나는 비행기 출발 시간이 몰린 오후가 되자 롯데면세점 괌공항점에는 방문객이 밀려들었다. 2393㎡(약 725평) 매장 곳곳은 괌 방문 일정 동안 못다 한 쇼핑을 마무리하기 위한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괌 공항은 출국 수속이 끝나면 곧바로 면세점 입구를 통과하도록 설계됐다. 탑승 게이트로 향하는 모든 출국객은 반드시 면세점을 들러야 하는 구조다. 출국 수속 후 짐을 챙기면서 바로 만날 수 있는 아치형 면세점 입구는 10년 전부터 롯데면세점(LOTTE DUTY FREE) 간판이 걸렸다.
"위스키부터 구찌까지"…괌과 한국 사이 '롯데면세점' 10년
롯데면세점 괌공항점은 현재 롯데면세점 해외 사업장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롯데면세점은 2013년 미국 자치령인 괌에 진출, 당시 미국 최대 면세기업인 DFS가 패권을 쥐고 있던 괌 면세 사업 지형을 흔들어놨다. 지난해 7월에는 면세 사업권 3년 연장을 확정하면서 2026년 7월까지 괌공항점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괌공항점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방문객이 찾는 곳으로, 롯데면세점 해외 사업장 가운데 매월 안정적으로 흑자를 내는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5월 태풍 '마와르' 피해와 고환율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매출이 전년 대비 40% 신장하는 등 굳건함을 보여줬다. 괌공항점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55% 수준까지 올라왔다.
롯데면세점 괌공항점은 향수와 화장품, 명품을 포함한 패션·잡화, 시계, 주류, 담배 등 250개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이 중 현재 방문객이 가장 많이 사가는 품목은 주류다. 위스키 열풍을 타고 발렌타인과 로얄살루트 등 위스키 판매 비중이 급증했다. 이 밖에도 화장품과 초콜릿, 말린 망고 등도 방문객이 많이 찾는 상품 상위에 올라 있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명품 브랜드 구찌다. '괌 특산품은 구찌'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괌에서 가격 경쟁력 갖추고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이재준 롯데면세점 괌공항점 점장은 "고환율 상황, 입국 시 관세 등을 고려해도 여전히 괌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 많은 방문객이 롯데면세점 내 구찌 매장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 괌공항점 임직원은 현재 110여명이다. 이 가운데 매장 응대 직원이 70%가량 된다. 이들은 대부분 고객이 많이 몰리는 오후에 근무한다. 고객의 70%가량은 한국인이다.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달러 고공행진과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노선이 일본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괌을 방문하는 한국인은 지난해 기준 37만1905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괌 전체 방문객(65만5970명)의 56.7%로 절반을 넘어선 수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국인 방문객 수와 비교해도 49.4%까지 올라왔다.
롯데면세점 괌공항점은 올해 매출 추가 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019년 대비 방문객이 20%에 그친 일본인 관광객의 회복과 달러 강세 국면 전환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올 초 발생한 관광객 총기 피격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괌 당국에 필요한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괌공항점은 최근 범죄 예방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크라임 스토퍼 괌' 지원에 나섰다. 크라임 스토퍼는 실시간으로 동영상 및 범죄 사건 정보를 접수하는 단체로, 용의자 체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이달 초 롯데면세점은 총기 피격 유가족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심리 상담 치료 등에 쓰일 기부금 8000달러(약 1070만원)를 괌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5월 괌을 휩쓴 태풍 피해는 관광지를 중심으로 대부분 복구됐다. 칼 T.C. 구티에레즈 괌정부관광청 청장은 "괌이 지정학적으로 워낙 중요한 곳이다 보니 태풍 피해 회복 펀드를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받아 주요 지역 복구는 이미 끝난 상태"라며 "한국 관광객을 중심으로 개별 여행객이 늘면서 투몬 지역뿐 아니라 이나라한 등 남쪽의 새로운 바다와 초원, 정글을 여행하는 이들이 증가한 만큼, 괌의 다양한 색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을 갖추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면세환경 바뀐다…롯데면세점 전략은
롯데면세점은 올해 해외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 영토를 확대, 면세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매출이 정체되고 있는 국내 면세 시장 상황을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괌뿐만 아니라 일본, 베트남, 호주 등 해외 6개국에서 14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0% 증가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사업을 강화해 5년 이내에 해외 매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포부다.
준비는 미리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도 롯데면세점은 2022년 11월 다낭시내점을 오픈했다. 롯데면세점의 베트남 4번째 매장이자 베트남 최대 규모 면세점이다. 규모 확장과 내실 다지기를 통해 롯데면세점은 베트남 면세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멜버른공항엔 2033년 5월까지 향후 10년간 롯데면세점 간판을 건다. 롯데면세점은 3592㎡(약 1090평) 규모 매장을 2027년까지 5634㎡(약 1704평) 규모로 확대해 연 매출 3000억원을 낼 수 있는 매장으로 재단장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멜버른공항점 외에도 오세아니아지역에서 호주 브리즈번공항점, 다윈공항점, 멜버른시내점, 시드니시내점, 뉴질랜드 웰링턴공항점 등 총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의 오세아니아지역 매출은 직전해 대비 약 250% 상승하며 빠르게 회복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오픈한 멜버른공항점을 발판으로 올해 오세아니아 1위 면세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점에선 대규모 주류 매장에 사활을 건다. 매출 확대를 통해 국내에 들여오는 주류 가격 협상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국내외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한다는 목표다. 롯데면세점 창이공항점은 지난 19일 그랜드 오픈, 8700㎡(약 2632평) 내 19개 전 매장 운영을 본격화했다. 해외면세점 중 가장 큰 규모로, 롯데면세점은 창이공항 입·출국장 1~4터미널에서 단독으로 주류와 담배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창이공항점은 2020년 6월 영업을 시작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2021년 4분기부터 매장 공사를 재개, 순차 운영 확대에 들어갔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창이공항 여객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서면 이곳에서의 연간 매출이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창이공항점을 중심으로 해외 매출을 연간 1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괌=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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