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전역 올해 코리안투어 컴백
선수 출신 캐디 여채현 씨와 결혼 작년 득남
근력 훈련 체중 8kg, 비거리 10m 증가
"가장으로서 우승과 성장한 모습 보여줄 것"
"가장 역할을 해야죠."
2년 만에 필드로 돌아온 이창우의 각오다. 2021년 12월 입대 후 지난해 6월 전역했고, 2024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로 복귀한다.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이창우는 2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년간 투어를 떠나 있었던 만큼 정말 필드가 그리웠다"면서 "복귀 시즌이라는 부담감은 있지만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이창우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펄펄 날았던 선수다.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선수권 우승 등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2013년 9월 코리안투어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같은 해 10월 아시아ㆍ태평양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해 이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명인열전’ 마스터스 티켓까지 따냈다.
이창우의 골프 인생은 순조로웠다. 2015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해 11개 대회에서 10차례나 본선에 진출하는 일관성을 자랑했다. ‘톱 10’에도 5차례나 이름을 올리는 실력을 뽐냈다. 2016년에는 최저타수상인 ‘덕춘상’을 수상했다. 우승은 없었지만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는 활약을 펼쳤다. 제네시스 포인트 2위에 오르며 ‘이창우 시대’를 예고했다.
하지만 2017년과 2018년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시드를 날려 2019년은 스릭슨(2부)투어에서 가시밭길을 걸었다. ‘게으른 천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창우는 "연습이 부족했고, 주위의 기대가 부담이 됐다"고 돌아봤다. 다행히 퀄리파잉 토너먼트(QT) 14위를 앞세워 2020년 정규투어에 복귀했다.
2019년 만난 여자친구 여채현 씨 도움이 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 출신으로 2014년 김우현, 2018년 고석완과 박효원 등과 우승을 합작한 ‘전문 캐디’다. 두 사람은 이젠 부부다. 2020시즌 직후 혼인신고를 마쳤다. 이창우는 "항상 내 옆을 지켜줬다. 흔들릴 때마다 큰 힘을 줬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창우는 2021년 9월 페럼클럽에서 끝난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는 일을 냈다. 최종일 김태훈, 전재한과 동타를 만든 뒤 18번 홀(파5)에서 속개된 연장 4번째 홀에서 ‘85m 우승 샷 이글’을 터뜨렸다. 프로 신분으로 첫 우승이다. 이창우는 우승의 기쁨을 간직한 채 입대했다. "제5포병여단에서 포수로 군 생활을 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민간인 신분이 된 뒤에도 많은 땀을 쏟아냈다. 유연성과 코어의 힘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작년 8월 아들을 얻었다. 아빠로서의 책임감이 생겼다. ‘노력하는 천재’로 변신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에만 집중했다. "가장의 무게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내와 아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군 생활 기간과 전역 후 꾸준하게 체력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어요. 입대 전과 비교해 8kg이나 늘었습니다. 샷의 거리도 10m 증가했습니다."
이창우는 은인을 만났다. 고문성 페럼클럽 대표다. 아내가 먼저 알고 지내던 지인이다. 그는 "양아버지와 양아들과 같은 관계"라면서 "매일 라운드도 지원해주시고, 연습장도 오픈해주셨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창우는 고 대표가 있는 페럼클럽과 인연이 남다르다. 부진을 씻어내는 우승을 신고했고, 아들 이름도 고 대표가 이서연으로 지어줬다. 그는 "정말 고마운 분이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이창우는 지난해 12월 25일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퍼팅과 웨지 샷 등 쇼트게임을 중점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또 연습라운드를 통해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는 2월 25일 귀국한다. 이창우는 2월 29일 열리는 아시안투어 뉴질랜드 오픈을 소화한다. 추천 선수 자격이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투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 단계 성장한 이창우의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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