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이어 배현진 의원 피습
"정치적 양극화·사회적 갈등 심화 원인"
총선 앞두고 대책 마련 골머리
이달 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까지 습격당하는 등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테러가 연이어 발생했다.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향후 모방범죄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6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날 현장에서 체포된 중학생 A군을 보호자 입회하에 조사한 뒤 이날 새벽 응급입원 조치했다고 밝혔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자해나 타해 위험이 있어 사정이 급박한 경우 정신 의료 기관에 3일 이내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점과 현재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했다"며 "향후 범행동기 등을 면밀히 조사하는 등 엄정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 의원은 전날 오후 5시18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 입구에서 A군으로부터 돌덩이로 여러 차례 머리를 공격당했고,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A군은 특수폭행 혐의로 검거해 연행했다. 배 의원은 순천향대 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처치를 받았고, 현재는 입원 후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배 의원실이 공개한 CCTV 영상과 보좌진에 따르면 A군은 배 의원에게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죠?"라고 두 차례 물은 뒤 배 의원의 머리를 돌덩이로 내리쳤다. 당시 범인은 자신의 나이가 15살이고, 촉법소년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해졌다. 실제 A군은 인근 중학교의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일 이 대표는 부산 가덕도 현장 방문 일정 도중 60대 김모씨로부터 목 부위를 흉기로 공격당했다. 김씨는 이 대표 주변에서 지지자처럼 행동하던 중 사인을 요구하면서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이 대표를 습격했다. 이 대표는 사건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은 뒤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외상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응급 치료를 받은 뒤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대표는 내경정맥이 손상됐고, 2시간가량 혈관 재건술 등 수술을 받았다.
전국 단위 선거 직전 정치인 피습은 반복되고 있다. 2006년 5월20일 서울 신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50대 지모씨가 휘두른 문구용 커터칼에 11㎝ 길이의 오른쪽 뺨 자상을 입고 봉합 수술을 받았다. 또 2022년 3월7일 서울 신촌에서 대통령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70대 남성 유튜버 표모씨가 내리친 둔기에 머리를 가격당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유사한 범죄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배 의원 피습은) 이 대표 사건에 대한 모방범죄라고 볼 수 있다. 일종의 소영웅주의로 남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함이었을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모방범죄가 더 일어날 수 있다. 누가 무슨 생각을 갖고 접근할지 모르기 때문에 사실상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정치적 양극단화와 이념 갈등이 원인이다. 이 대표 사건이 과격화된 사람들에게 촉진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며 “정치인은 유권자와 접촉을 통해 표를 얻어야 하는데 엄격하게 경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치권과 경찰이 어느 정도 수준의 경호를 할 것인지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