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 발표
칸영화제급 위상의 축제·시상식도 마련
"가용 자원 총동원…국가 중심 사업으로"
정부가 넷플릭스에 버금가는 만화·웹툰 플랫폼 성장을 촉진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3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했다. 유인촌 장관은 "K-팝, 드라마, 게임에 이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차세대 주력 분야"라며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도록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동원해 국가 중심의 전략적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은 플랫폼 세계화다. 지난해 세계 웹툰 플랫폼 매출 상위 5위권에 이름을 올린 국내기업은 무려 네 곳. 특히 카카오픽코마는 일본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 수익 6억달러를 기록했고, 네이버웹툰은 미국에서 아마추어 웹툰 작가들의 연재 공간(캔버스)을 운영하며 독보적 영향력을 확보했다.
문체부는 이들이 성공사례를 늘리고 세계적 플랫폼으로 거듭나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해외 시장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고 진출 시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한 웹툰 실태조사에서 가장 필요한 사항으로 꼽힌 '통역 및 번역 지원'에 지난해보다 4억원 많은 10억원을 투입한다.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설계도 구체화한다. 미국과 일본에서 전 세계 만화 독자에게 웹툰을 알리는 세계적 행사를 개최하고, 국제 공동 제작을 지원하는 공모를 추진한다. 아울러 현지 수요에 맞춰 특화한 콘텐츠를 공급하는 중소 플랫폼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 현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발굴·유통한다.
문체부는 K-콘텐츠를 선도하는 영화와 게임을 벤치마킹한 고급 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는다. 한국영화아카데미·게임인재원과 흡사한 창작·산업·번역 인력 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2027년 이를 통합한 '만화·웹툰 인재 아카데미(가칭)'를 설립한다. 당장 올해는 기획·제작 PD, 2차 사업화를 담당할 전문인력 등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산업인력 양성 과정을 신설하고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 내년에는 슈퍼 지식재산권(IP)을 만들어낼 창작 인재를 매년 서른 명씩 배출할 소수정예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웹툰에 특화한 번역가를 양성하고 번역·감수 컨설팅을 수행할 '번역 지원센터(가칭)'를 설립한다.
문체부는 칸국제영화제 정도의 위상을 갖춘 만화·웹툰 축제와 국제 시상식도 마련한다. 올가을 국내에서 독자와 작가, 산업 종사자가 함께 즐기는 축제를 연다. 문체부 관계자는 "웹툰 종주국이자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만화·웹툰 IP를 보유하면서도 국내에 제대로 된 관련 축제가 없다는 업계와 독자들의 아쉬움을 반영해 준비하는 행사"라며 "높은 권위의 작품상 등을 수여하는 시상식을 진행해 국제적 권위를 자랑하는 행사로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다방면으로 총력을 쏟는 건 그만큼 산업 성장세가 뚜렷해서다. 2022년 만화·웹툰 시장 규모는 6240억원으로, 전년보다 23%포인트 성장했다. 수출 규모도 국내 웹툰 플랫폼의 해외 진출에 힘입어 처음으로 1억달러(1억764만달러)를 돌파했다. 유 장관은 "콘텐츠 산업의 평균 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치"라며 "만화·웹툰 산업이 향후 수년간 우리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리라 기대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웹툰은 그 자체로 IP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드라마 상당수가 성공하면서 시장성이 검증됐다. 유 장관은 "콘텐츠 산업의 중요한 축이자 K-콘텐츠 영향력을 확대하는 교두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문체부는 만화·웹툰 산업의 진흥과 육성을 위해 지원 조직과 예산을 강화할 방침이다.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만화·웹툰 산업팀을 신설하는 등 창작·유통·투자·해외 진출을 지원할 조직을 보강하고, 창작자·업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만화진흥위원회'를 구성해 업계 및 창작자와 소통하는 대표성 있는 채널을 구축한다. 아울러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을 '만화·웹툰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을 추진해 만화·웹툰 분야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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