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2.0' 호암산 코스
설화와 풍수와 역사를 담은 길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고 궁궐을 지을 때의 일이다.
궁궐터를 닦고 기둥을 세우고 '이제 곧 완성하겠구나' 하면 밤새 건물이 허물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태조의 꿈에 반은 호랑이고 반은 모양을 알 수 없는 이상한 괴물이 나타나 눈으로 불을 뿜으며 대궐을 들이받았다. 침통한 마음으로 있는 태조에게 어디선가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노인은 호랑이의 형상을 한 산봉우리의 꼬리 부분에다 절을 지으면 만사가 순조로우리라고 일러 주고 사라졌다.
태조에게 이 얘기를 전해 들은 무학대사는 호랑이 기세를 누르기 위해 호암산에 절을 지었다. 이후 궁궐은 순조롭게 지어졌다. 그 절이 바로 서울 금천구 시흥에서 동쪽으로 도보 30분 거리의 삼성산에 있는 호압사(虎壓寺)다.
'서울둘레길 2.0' 12코스인 '호암산 코스'에서 볼 수 있다.
관악산 계곡 캠핑 숲과 호암산 정상에 있는 한우물 연못 등도 볼 수 있는 12코스는 관악산 역 1번 출입구에서 길이 시작된다.
삼성산 성지-호압사-호암산-한우물-호암산 폭포-호암산 숲길공원-석수역 2번 출입구로 이어진다.
이 길이 특징은 '호압사'처럼 조선시대 설화를 따라 길을 걷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호암산 정상에 있는 한우물은 길이 22m, 폭 12m로 화강암으로 돼있다. 산 정상에 있으면서도 물의 양이 변함없고, 항상 맑은 상태로 고여있어 신비감을 준다. 우물지 근처에서 동물상이 발견됐는데, 서울에 화재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세웠다는 설화가 있다.
호암산 코스의 총 길이는 7.3km로 3시간 30분가량 걸리며 걷기 난이도는 '중'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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