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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대책 그후]①"백약이 무효" 싸늘한 노·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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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오르고 공사비 천정부지
"재건축 해도 남는게 없어"
절차 간소화 해도 부동산 침체 탓에 무관심

편집자주준공 후 30년이 지나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발표로 인해 서울에서는 노원구 노후 아파트가 수혜지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 21일 찾은 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공사비가 오른 데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를 운운하는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 재료로는 약하다는 평가다. 특히 아시아경제가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을 통해 노원구 상계·중계·하계동의 준공 30년 이상 노후아파트(연립 다세대주택은 제외) 대지 지분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노원구 노후아파트의 재건축 수익률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대폭 완화해준 정부 1·10 대책 효과가 1기 신도시 등 사업성 좋은 일부 지역에 한정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요즘같이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백약이 무효예요."


1988년 서울 올림픽 후 도심 개발 차원에서 지어진 대단위 주공아파트들이 모여있는 서울시 도봉구 창동. 정부가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수혜지로 꼽혔던 이곳의 분위기는 이처럼 싸늘했다.


[재건축 대책 그후]①"백약이 무효" 싸늘한 노·도·강 노원구의 최대 재건축 단지인 월계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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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의 한 주공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지난 18일 "안전진단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도, 공사비가 치솟은 데다 집값도 안 올라서 재건축해봤자 조합원들이 손에 쥐는 것도 없는데 누가 덤벼들려고 하겠나"며 "지난해부터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모금 현수막을 아파트 외벽에 걸어 놨는데 모금이 안 돼 떼어버렸다"고 말했다.


돈 안 되는 재건축…규제 풀어도 소용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확 풀어버리겠다"고 공언하자, 서울시도 재개발 추진 결정에 필요한 토지 소유자 동의율을 66%에서 50%까지 완화했다. 그런데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꿈쩍도 안 하는 분위기다. 아무리 규제를 풀었다고 해도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해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비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꺼리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도봉구의 또 다른 아파트 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이곳 아파트 20평짜리가 5억원 정도 하는데, 재건축을 하면 3억원 정도 분담금을 내야 한다"며 "25평짜리 새 아파트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총 8억원이 드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8억원 정도면 강북 웬만한 지역 시세와 비슷하다"며 "사정이 이러니 비싼 이자로 분담금을 낼 돈을 빌려 투자할 이유가 없다, 재건축 해봤자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게 이 지역 주민들 생각"이라고 전했다.


[재건축 대책 그후]①"백약이 무효" 싸늘한 노·도·강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노원구의 최대 재건축 단지인 월계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 아파트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이날 찾은 아파트 입구에는 주민 동의서 확보를 위한 ‘정비계획 입안제안 동의서 접수 안내’ 플래카드가 걸렸다. 삼성물산, GS건설, DL이앤씨 같은 대형건설사에서 붙인 ‘신속한 사업 추진을 기원한다’는 현수막도 단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하지만 ‘재건축의 '재'자 나와도 가격이 들썩인다’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지난해 6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매매가는 보합 상태다. 지난해 12월 KB시세 기준 면적 78㎡ 매매가는 7억4333만원. 2022년 12월에도 7억4667만원으로 1년 내내 평행선을 그렸다.


이 단지의 공인중개사는 "원래 대책이 발표되면 문의도 있고 물건도 보러와야 하는데 지금 전화 한 통조차 안 온다"며 "서울 시내 조합 곳곳에서 평당 400만원대이던 분담금이 500만~600만원대로 조정되고,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데다 금리까지 높다 보니 전혀 반응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안전진단 시기 미뤄서 부작용 더 커질 수도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실현될지 의문이란 목소리도 있다. 재건축 기간 단축의 최대 관건인 안전진단 통과 의무시기를 조정하려면 도시정비법을 고쳐야 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다수당인 야당이 통과시켜주긴 힘들 것"이라며 "재건축에 목매는 유권자가 많다 보니 이런 민심을 얻기 위한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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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시기만 ‘입안제안 이전’에서 ‘사업시행 인가 이전’으로 늦춰진 것일 뿐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라는 것도 도시정비사업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노원구의 한 노후 단지 재건축추진협회 관계자는 "‘사업시행 인가 이전’이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합을 설립하고, 건축심의까지 끝내고, 설계업자까지 다 뽑아놓은 상태"라며 "그런데 그 단계까지 가서 안전진단을 통과 못 해서 재건축 사업이 중단된다면 그때 폐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전진단이 폐지된 게 아니라 미뤄진 것인 만큼, 앞으로 나올 부작용에 대해서도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재건축 대책 그후]①"백약이 무효" 싸늘한 노·도·강 도봉구 창동 주공2단지 전경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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