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서 7년여 복역 후 美서 또 실형
2014년 '발리 살인사건'으로 유명
10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약 7년간 복역한 미국인 여성 헤더 맥(28)이 귀국한 뒤 미국 법에 따라 다시 실형을 선고받았다.
17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은 미국 시카고 연방법원이 이날 헤더 맥에게 징역 26년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맥은 2014년 인도네시아 유명 휴양지 '발리'에서 친어머니 쉴라 본 위스-맥(당시 62)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헤더에게 어머니의 재산 26만달러(약 3억5000만원) 반환 및 벌금 5만달러(약 6700만원) 납부도 명령했다.
헤더는 법정 최후 진술에서 "딸을 낳아 기르면서 비로소 어머니가 내게 준 사랑을 깨닫게 됐다. 지난 10년간 많이 성장했다"라며 자기가 살해한 모친을 향한 그리움, 남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등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헤더의 남동생인 빌 위스는 헤더에 대해 "거짓말에 능수능란한 괴물"이라고 질타하면서 "법원이 맥의 계산된 거짓 발언에 속지 말고 충분한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이른바 '발리 여행가방 살인 사건'으로 유명해졌다. 헤더는 2014년 8월 남자친구 토미 섀퍼(30)와 함께 어머니를 따라 발리의 호화 리조트 '세인트 레지스'로 여행을 갔다. 리조트에서 두 사람은 어머니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직후 헤더는 어머니가 납치 후 살해됐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당시 헤더는 수사 당국에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낙태를 종용하며 다그치자, 섀퍼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법원은 2015년 섀퍼에게 징역 18년, 헤더에게는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했다. 맥은 7년2개월 복역 후 가석방돼 2021년 11월 미국으로 송환됐다. 헤더의 변호인단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미국 법원이 헤더를 다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미 연방 검찰은 "미국이 아닌 나라에서 처벌받아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공소 사실도 다르다"고 반박했다.
결국 헤더는 미국 송환과 동시에 체포돼 시카고 연방 교도소에 수감됐고, 지난해 6월 혐의를 인정했다. 미국 검찰은 헤더에 양형 기준 최대 형량인 징역 28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2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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