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시 항공료 인상 등 우려
스피릿항공 주가 50% 폭락
미국 연방법원이 저비용항공사 제트블루의 스피릿항공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었다. 합병 시 시장 경쟁이 저해되면서 항공료가 오르는 등 고객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법무부의 우려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합병을 기대해온 스피릿항공의 주가는 50%가까이 폭락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의 윌리엄 영 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두 항공사의 합병 시 시장 경쟁이 약화할 수 있다는 법무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영 판사는 "항공시장은 일련의 M&A로 인해 더욱 집중된 과점시장이 됐고,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제트블루가 스피릿을 인수할 경우 가격인상을 자제해온 몇 안 되는 주요 경쟁사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는 대형 항공사에 가격 하락 압박을 낮출 뿐 아니라, 이들 항공사의 저가 모델에 의존해온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제트블루는 38억달러 규모의 스피릿항공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성사 시 미국 5위 항공사로 등극할 수 있는 항공업계 대규모 딜이었다. 하지만 M&A를 통한 독과점을 경계해온 조 바이든 행정부 체제에서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초기부터 잇따랐다. 이후 법무부는 양사 합병으로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며 지난 3월 M&A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6위 항공사인 제트블루가 7위인 스피릿항공을 인수할 경우 항공료가 최대 30% 인상될 수 있다는 것이 법무부의 주장이다.
그간 제트블루는 자사가 스피릿을 인수해 5위권으로 덩치를 키워야 아메리칸, 델타,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 등 상위 4개 경쟁사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러한 논리는 법무부에서도,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WSJ는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법무부는 인수합병에 더욱 강경한 입장"이라며 "항공업은 특히 그 발화점"이라고 전했다. 미 항공업계 상위 4개사의 합산 지배율은 무려 80%에 달한다.
제트블루와 스피릿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법원의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며 다음 조치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양사는 "양사의 합병이 더 많은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에게 저렴한 요금과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해 정말 필요한 경쟁과 선택을 확대하면서도 우리가 지배적인 미국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하는 최고의 기회라고 계속 믿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법원이 M&A에 제동을 걸면서 이날 뉴욕증시에서 스피릿항공은 전장 대비 47%이상 떨어진 주당 7.9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반면 제트블루의 주가는 인수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5%가까이 상승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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