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필과 노트를 준비하고 선별한 문장들을 손이나 워드프로세서로 한 문장씩 옮겨 적으면서 소리 내어 읽는다. 이때 소설가 조정래의 말처럼 "마침표 하나도 똑같이 베껴" 쓰고 "구두점 하나, 띄어쓰기, 바른 정자로 또박또박 곱씹으며" 쓴다. 한 번은 꼭 쓴다. 두세 번 반복해 써도 좋다.
1회 이상 필사를 했다면 왜 이 문장이 좋은지 이유를 생각해본다. 필사한 문단 밑 여백에 본인이 생각한 이유를 세 가지 정도 써본다. 무엇이든 좋다. 떠오르는 대로 쓴다. 문장을 오래 봐도 이유가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럼 '좋은 문장'의 요건을 하나씩 적용해 본다. 정답은 없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유를 써보자. 문장을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한 훈련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필사한 문장의 형식과 구조를 유지하면서 자유 주제로 작문을 해본다. 필사 문장 개수에 맞추어 작문 문장 개수를 정한다. 필사 예시문의 문장 길이와 리듬감, 문맥과 분위기를 파악한다. 앞서 정리해두었던 필사 예시문이 좋은 이유 세 가지 정도를 염두에 두고 같은 형식으로 내용만 바꾸어 한 줄 한 줄 문장을 만들어보자. 처음엔 예시문과 똑같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제가 달라지면 글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구조도 달라지기 때문에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작문을 연습하다 보면 글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된다. 작문을 하면서 문장 길이를 맞추다 보면 리듬감을 익히게 되고, 쉽고 명확한 문장을 쓰기 위해 주어와 서술어를 살핀다. 문맥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 문장 간의 인과 관계를 신경 쓰면서 글의 개연성까지 고심한다. 만약 필사만 했다면 지나칠 수 있는 미세한 글쓰기 훈련 과정을 작문을 하면서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글쓰기에 자신감도 생기기 마련이다. 읽기가 문장력 향상에 기본 요소라면 필사와 작문 연습은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물론 필사와 작문 연습을 단지 몇 번 하는 것으로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습관으로 자리 잡도록 꾸준히 해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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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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