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검시국, 검시 보고서 발표
"우울·불안 치료 위해 케타민 주입요법 받아"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챈들러 역으로 유명한 배우 매슈 페리의 사인이 약물 케타민 부작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검시국(DME)은 페리의 사인을 "케타민 급성 부작용(the acute effects of ketamine)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검시국은 "페리의 사후 혈액 표본에서 발견된 높은 수준의 케타민으로 볼 때, 주요 치명적인 영향은 심혈관 과잉 자극과 호흡 저하에서 비롯됐다"며 "이와 함께 익사와 관상동맥 질환, 부프레놀핀(오피오이드 사용 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 부작용 등이 사망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페리는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케타민 주입 요법을 받아 왔는데, 마지막 치료는 사망 시점으로부터 1주일 반쯤 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검시국은 "페리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수영장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익사가 사망의 요인으로 고려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리는 지난 10월 28일 오후 4시께 미국 LA 자택의 온수 수영장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됐다. 이어 911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그의 사망을 선언했다. 검시관들은 그의 시신을 DME 법의학센터로 이송해 다음 날 부검을 마친 뒤 한 달 넘게 체내 독성 물질에 관한 조사·분석을 벌여왔다.
이날 발표된 검시 보고서에 따르면 페리는 과거 마약을 복용한 적이 있지만, 지난 19개월 동안은 약을 끊은 것으로 보고됐다. 사망 당일 페리는 일찍 피클볼을 쳤고, 그와 함께 사는 비서가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온 뒤 수영장에 엎드려 있는 페리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리는 미국 NBC에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방영된 인기 시트콤 '프렌즈'에서 6명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챈들러 빙'을 연기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프렌즈'는 뉴욕에 사는 여섯 명의 친구들 사이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페리가 54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으며 이후 세계적인 추모 물결이 일었다. 함께 '프렌즈'에 출연한 배우 매트 르블랑(조이 역), 코트니 콕스(모니카), 제니퍼 애니스턴(레이철), 데이비드 슈위머(로스), 리사 쿠드로(피비) 등 5명은 페리의 사망 이틀 뒤 공동 성명을 내고 "우리는 동료 이상이고 한 가족"이라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또 지난달 페리의 유족은 그의 이름을 딴 중독 질환자 지원 재단인 매슈 페리 재단을 설립해 팬들에게 기부를 호소하며 활동에 나섰다.
한편 페리의 사망 이후 그가 지난해 11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밝힌 약물·알코올 중독 이력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는 이 회고록에서 2019년 약물 복용에 따른 결장 파열로 2주간 혼수상태에 빠진 일과 10여 차례의 위장 수술을 견뎌야 했던 일을 밝혔다. 또 2020년에는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다가 심폐소생술로 간신히 살아난 일 등을 고백하면서 수십년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털어놨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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