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올해 누적 적자 20조원대
복잡한 업황 부진 요인에 전망도 엇갈려
4분기 삼성전자 D램 흑자 전환 기대
SK하이닉스 적자 1000억원대 감소 전망
올해 반도체 업계는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뒤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하며 업계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냈죠.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과 SK하이닉스의 올해 3개 분기 누적 적자 규모만 12조6900억원, 8조760억원에 달했답니다.
혹한기를 넘어 빙하기라는 표현까지 나왔던 업황 부진 시기에 반도체 기업들을 고심하게 하는 요인들은 많았습니다. 과거와 달리 반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IT 수요 부진 등 시장 요인 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인한 중국 시장 규제 등 사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수두룩했죠.
이렇다 보니 반도체 시장 전망이 엇갈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 특성상 향후 업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업황 회복 시기를 두고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기업 임원들조차 당장 다음 분기를 내다보기 힘들다"는 토로가 업계에서 나왔던 이유입니다. 기업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불어나는 반도체 재고를 줄이기 위해 감산을 택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섰습니다.
찬 바람 불던 반도체 시장에 한 줄기 빛은 '고대역폭메모리(HBM)'였습니다. 챗GPT 열풍과 함께 인공지능(AI) 수요가 급증하면서 AI용 메모리 반도체인 HBM 수요 역시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는 HBM과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D램 공급을 늘린 결과 3분기에 D램 부문에서 흑자 전환하기도 했죠.
4분기엔 상황이 더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가 해당 분기에 D램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D램 흑자 규모가 7840억원(하이투자증권), 8000억원(하나증권), 1조1200억원(유진투자증권)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죠. 이 경우 올해 DS부문 전체 영업손실 규모는 11조원대로 줄어들게 됩니다.
SK하이닉스도 D램 실적을 늘리는 가운데 전체 적자 규모를 더 줄인다고 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통계를 보면, 증권 업체들이 최근 3개월간 전망한 SK하이닉스 4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2752억원입니다. 전망치를 1개월 이내로 좁혀서 보면 영업손실 추정치는 1677억원으로 더 줄어듭니다. 연말로 갈수록 시장 회복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고 합니다. 반도체 업계가 올해 겪은 어려움만큼 내년엔 완연한 봄을 누릴 수 있길 기대해보겠습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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