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수싸움 밀렸나…이재명 "전혀 예상 어려운"
지난달엔 회기 종료로 이동관 탄핵안 처리 무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민주당이 탄핵 국면에서 또 허를 찔렸다. 지난 9월 이종섭 국방부 장관 탄핵안, 지난달 이 위원장 탄핵안 추진에 이은 세 번째다.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둔 이 날 오전 이 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재가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던 이 위원장 탄핵안은 의사 일정에서 제외됐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위원장직을 사임한다"며 "위원장을 사임하는 것은 거야(巨野)에 떠밀려서가 아니고, 야당 주장처럼 정치적 꼼수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거대 야당이 국회에서 추진 중인 저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질 경우 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개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며 "그간 방통위가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됐고,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 과정에서 국회가 전면 마비되는 상황을 제가 희생하더라도 피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사퇴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조금 비정상적인 국정 수행 행태라서 예상 못 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렇게 꼼수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위원장은 위법을 불사하며 방송장악에 앞장서 놓고 법적 책임에서 도망치며 국회와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며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피하며 방송장악을 계속하겠다는 오기의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박성민 전 최고위원 역시 이날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이 위원장은 식물 방통위가 될까 우려를 해 본인이 명예로운 희생을 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5인 합의체 기구를 2인으로 비정상적으로 운영하며 몇십건 의결해왔다"며 "마치 본인이 엄청난 희생을 언론 정상화를 위한 토대, 뿌리가 되겠다고 포장하는 것이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탄핵 국면에서 애초 의도대로 처리를 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민주당은 당초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과 이정섭·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예고했던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하고 퇴장하면서 본회의가 종료돼 탄핵안 처리가 무산됐다. 탄핵소추안 표결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이뤄지지 않으면 폐기된다는 점에 착안한 여당의 판단이 주효했다.
선제 사의 표명으로 탄핵안 처리가 무산된 것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탄핵안 추진 때와도 겹친다. 지난 9월 민주당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지만, 이 장관 자진 사퇴로 무산됐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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