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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하우스 좌담]"韓마약 예방비용 美 2% 수준…1~2년내 고정시장 형성될 것"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6분 0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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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세워 일관성 있게 대응해야
치료 매우 취약, 예방 예산 너무 적어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강력 처벌해야

편집자주마약 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4월 대치동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을 비롯해 연예인들의 마약 연루 의혹이 불거지는 등 '충격파'가 날로 커지고 있다. 검거된 마약사범도 통계가 작성된 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섰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아시아미디어타워에서 마약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채텀하우스 좌담회를 마련했다. 채텀하우스는 외교·안보 분야의 최정상급 연구기관인 영국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별칭이다. 이번 좌담회에는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안동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 이한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팀장, 이호석 법무법인 태하 변호사(가나다순)가 참석했다. 이번 좌담회는 참석자 명단은 공개하되 각 발언자의 발언은 익명 처리하는 '채텀하우스 룰'을 따랐다.
[채텀하우스 좌담]"韓마약 예방비용 美 2% 수준…1~2년내 고정시장 형성될 것" 지난 23일 서울 중구 아시아미디어타워에서 열린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좌담회에서 마약 문제에 대해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한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팀장,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호석 법무법인 태하 변호사, 안동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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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사회> 우리나라의 마약 위험 수준이 상당히 올라갔다. 내재했던 문제가 지금 표출되는 것인지, 특정 계기가 있어 급속도로 커진 것인지 궁금하다. 어떻게 보고 있나.


<토론자 A> 계속 내재화됐고,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가 계속됐다.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 밀반입, 단속의 어려움, SNS·국제택배 등을 악용해 범죄조직들이 마약에 더 쉽게 접근하는 경로를 만들고 있다. 이제까지 한국은 단속이 잘 돼서 다른 나라에 비해 마약 가격이 높게 형성됐는데, 시장을 개척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겠다는 마약 조직들의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토론자 D> 점진적으로 마약은 늘어왔다.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심각성이 부각됐지만, 위험이 늘어나는 신호는 계속 있었다. 주된 원인은 접근성 측면에서 본다. 과거엔 접근이 쉽지 않았지만, 요즘엔 텔레그램·다크웹 등 젊은 층이 중장년층보다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게 문제가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 마약이 이 정도로 퍼지게 된 구체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토론자 C>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이 첫째이고, 가상화폐 사용이 둘째다. 두 가지가 합쳐지면서 예전에는 부유층이나 정보를 얻기 용이한 사람만 마약을 접했는데, 이제는 그 층이 다양해지고 있다. 해외 경험 확대와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본국에서의 마약 경험을 그대로 가지고 들어오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마약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긴 것 아닌가 싶다.


<토론자 B> 구매 이력이나 정보가 모두 IT화, 블록체인화돼 익명화가 가능해졌다. 추적이 어려워지고 고도화됐다. 옛날에는 위험을 감수하고 마약을 구했는데, 지금은 그렇게까지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최근 걱정하는 부분은 연령이 계속 낮아진다는 점이다. 지금 중학교까지는 확실히 내려갔다. 초등학교 5~6학년도 위험하다는 신호가 나온다. 마약이 아니고 머리 좋아지고, 집중력 좋아진다는 식으로 유통한다.


<사회> 마약 유통 수법이나 종류도 다양화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에 마약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보이는데.


<토론자 D> 지금도 사실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을 보면 코카인 가격이 싸지면서 빈민층으로 퍼질 때 손을 놓고 있었다. 지금 미국에서 심각한 펜타닐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확대되면 공급을 막는 건 어찌 보면 불가능하다. 시장 억제를 차단해야 하는데 지금은 더 늦어서는 안 될 수준까지 왔다. 암수율(숨어 있는 마약사범 비율)이 정확하진 않지만 수십만명 이상이라는 게 정설이다. 저는 암수율을 30배 정도로 본다. 검거 사범에 30을 곱한 게 실제 마약 투약 인원이라는 추정이다.


<토론자 C> 비가역적 지점은 넘지 않았다고 본다. 아직은 잡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길거리에 마약 투약자들이 좀비처럼 걸어 다니고 있진 않다. 다만 마약 투약자 연령이 어려지고, 마약이 평범해지고 있다는 게 심각한 부분이다. 의존성과 중독성이 큰데, 어릴 때 시작하면 나머지 인생 기간을 어떻게 참고 지낼 수 있겠나. 예전에는 마약이 부유층, 유학파, 유흥업계 종사자가 많았는데 지금은 평범한 회사원들이 절반은 된다.


<토론자 A>해외에서의 불법 유입을 강력히 차단하는 게 맞다. 공급 차단 억제 정책이 기본적으로 가고, 그 토대 아래에서 수요 억제 정책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하다. 하지만 그만큼 치료와 예방에 관심이 없었던 것도 큰 문제다.


<토론자 B> 미국은 마약 연구·예방에만 거의 1조5000억~2조원을 쓰고 있다. 미국 40대 사망 원인 1위는 암 같은 게 아니고 펜타닐로 인한 중독 급사다. 그 정도 돈을 쓰는데도 이미 산불이 크게 나서 물을 퍼부어도 불이 안 꺼지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규모를 생각하면 아무리 적어도 미국의 10%는 써야 하는데, 현재 100억원 정도 쓰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찰, 경찰 등이 각각 마약 대응 계획을 세운다. 이런 부처 단위가 아니라 국무총리실에 컨트롤타워를 하나 만들어 여러 부처 예산을 한 군데에 태워서 일관성 있게 대응 로드맵을 잡아야 한다. 종합적 로드맵을 만들지 않고 1~2년만 지나면 그때는 뭘 해도 어려울 것이다. 중독자가 늘어서 마약 시장이 고정된다면 아무리 물을 부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어떤 임계점에 다다른 것 같다.


<사회> 논의가 자연스럽게 법적, 제도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마약 문제 대응의 문제점이나 허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토론자 D> 마약 수사는 어려운 요소를 다 가지고 있다. 보이스피싱처럼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다. 머리를 잘라야 하는데, 국내 유통망만 와해시키는 수준에 그치는 게 꽤 많다. 와해된 조직은 시간이 걸릴 뿐 복구된다. 유통에 쓰이는 다크웹이나 텔레그램과는 협조가 되지 않고, 거래 자체는 가상자산을 활용한다. 교도소는 사관학교 역할을 한다. 수괴급들이 길지 않은 형량을 복역한 후 나오는 데다가 교도소 내에서 네트워크를 구성하기도 한다.


<토론자 B> 마약은 보험코드가 안 잡혀 있다. 담배는 무료로 금연치료를 제공하면서 해마다 1000억원을 쓰고 있는데 마약은 지원은커녕 보험혜택도 안 주고 치료하라니 치료 환경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토론자 D> 최근 정부 마약류관리대책에 마약치료에 보험 급여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부분은 기대가 크다.


<토론자 C> 치료 얘기를 많이 하는데 실제 마약사범 미결수는 현재로선 치료 방법이 없다. 마약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 중인 미결수들은 치료받을 수단이 없고 다시 사회에 나가서 무슨 마약을 할지를 생각한다. 병·의원의 무분별한 마약류 처방도 문제다. 마약사범들은 ‘어느 병·의원이 뚫렸다’고 정보를 공유한다. 전문가인 의사의 처방은 명백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이상 비전문가는 알 수 없다. 법적으로는 어렵더라도 의학계에서 지침을 더 세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병원의 마약류 폐기도 서류 양식에 맞춰 신고만 하면 되는데, 현재로선 직업윤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토론자 A> 경찰, 검찰, 법원에서 마약류 대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제도 간 연계가 없다. 마약중독은 만성질환이라 끊임없이 회복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재범해서 다시 교도소에 간다. 현재 교정본부와 식약처 등이 마약 투약 사범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하는데 아직 사례가 적어 검증이 필요하다.


<토론자 D> 마약은 분자구조를 바꾸면 새로운 마약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신종 마약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마약류 지정 제도가 있는데, 제도가 현상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더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보통 새로 지정하는 데 몇 달 걸리는 걸로 안다. 새로운 마약류를 만들어내기 쉬운데 행정절차가 복잡하면 따라갈 수가 없다.


<사회> 기술의 발달을 제도가 따라가기 어렵다는 건데, 마약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미비점은 없을까.


<토론자 C> 엄밀히 말하면 인력 부족 때문이다. 마약 조직들이 SNS를 통해 홍보하는데 실시간으로 삭제하는 인력이 홍보·유통하는 인력을 못 따라간다. 이른바 ‘네임드’(이름이 알려진)라고 불리는 인물들이 광고하는데 잡히면 누가 잡혔다고 소문이 나서 숨어버린다.


<토론자 A> SNS 홍보물 차단에는 시간이 걸리고 내용을 계속 변조하기에 단속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노동자 문제도 지적하고 싶다. 그 나라에서는 합법인 마약류가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인 경우가 있다. 이를 알려주는 예방교육을 의무화해서 우리의 제도를 알려주고, 종합적인 마약류 예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 마약 실태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중독자에 대한 예방과 치료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마약 중독 치료 시스템을 어떻게 보는가.


<토론자 B> 매우, 매우 취약하다. 사실상 몸으로 때우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에 마약 치료 약물은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쓰는 약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들어오지 않아 쓸 수가 없다. 관리는 어려운데 돈은 안 되니 제약회사들이 수익성이 없어 들여올 명분이 없다. 병동 입원 치료는 붕괴돼 있다고 보면 된다. 아무도 치료 안 하려고 한다. 마약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의사가 1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일반 정신과 의사들은 어려워하기도 하고. 미국에서 1~2년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는데 인센티브도 없다.


마약 치료 병원을 ‘카프병원’(알코올 중독 치료 병원, 최초 주류업체들의 지원으로 설립)처럼 만들 수도 없으니 국가가 해야 한다. 미국은 볼 것도 없이 최악이고, 러시아는 규제는 하는데 치료를 안 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중국은 내부 유통에 대해 엄격해 사형까지 하니 줄고 있고, 일본은 조금씩 늘고 있다. 획기적으로 주는 나라가 몇몇 있는데 포르투갈은 처벌은 안 하고 치료만 한다. 이거는 우리 기준에는 맞지 않고, 스위스를 참고할 만하다. 예방, 치료, 피해 최소화, 강력한 법집행 등 4가지 모델을 쓰고 나서 거의 50% 줄었다. 스위스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토론자 A> 치료기관이 24개 지정돼 있는데, 그중에 몇 개가 대부분 하고 나머지는 1년에 몇 명 보는 수준이다. 병원은 마약 중독자에게는 최후의 보루다. 그런데 지금 보낼 곳이 없다. 입원이 되지 않는 의원급이랑 매칭해서 치료하더라도 의사를 힘들게 하는 사람도 있다. 계속 회복하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마약 중독 ‘회복자’들이 효과가 있다. 같은 중독 문제를 경험한 사람들끼리는 벽이 금방 없어진다. 이런 회복자들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과제다.


<사회>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으로 마약 사용 실태조사를 하고 있나.


<토론자 A>법에 5년마다 하게 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랑 보건복지부에서 하긴 하는데, 이는 중독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인 대상으로는 하지 않는다. 최근에 한 매체에서 성인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평생 유병률이 3% 조금 넘게 나왔다. 이 외에는 대검찰청에서 마약백서를 내긴 하는데 이것 역시 검거된 인원 수치다. 암수율을 예전에는 10배 얘기했다. 28%로 추정한 연구 결과도 있다. 마약 경험 추정자가 100만명이 넘는다는 의미인데, 이 정도면 거의 모든 집안에 마약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전문가 콘퍼런스에 참여하면 대체로 유병률 1% 넘는 시점이면 백약이 무효라고 말한다.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모든 역량을 투입해 노력하지 않으면 마약 문제를 계속 안고 가야 한다. 미국이 현재 그렇지 않나.


<사회> 우리 사회가 앞으로 마약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토론자 B> 마약 문제는 IT적인 부분이 많다. 유통 같은 것도 그렇고, 치료도 이제는 디지털로 가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으로 환자 손목에서 생체신호 10가지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마약을 할 경우 생체신호의 급격한 변화 패턴이 나온다. 스마트워치 하나만 채워도 약물 예측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으로 치료하는 디지털치료제도 가능하다. 마약 사범을 보호관찰할 때 매일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고, 오프라인 치료와 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능화된 치료가 가능한 만큼 정부가 연구개발을 열어주고 지혜를 모으는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


<토론자 C> 현재 마약은 예방은 없고 치료는 늦다. 마약 사범들이 수사기법이나 마약 분석을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하면 걸리고 어떻게 하면 걸리지 않는지를 다 안다. 정작 마약이 내 건강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다. 바로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하지만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면 단순 마약 투약 사범들은 선처를 받기도 하는데, 단약 의지가 있는 것이니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경찰에 입건돼 사건화가 됐을 때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토론자 D> 일단 마약사범을 많이 잡아야 한다. 밀반입, 공급 쪽에 초점을 맞춰 영리적 목적으로 위해 마약을 유통하는 범죄자들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 이런 판매자들은 중형이 내려져야 하는데, 실제 처벌된 것을 보면 지난해 1심에서 징역 3년 미만이 84.3%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이런 마약 공급 사범은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다른 단순 투약자들은 범죄자이긴 해도 재활·치료가 연계돼 단약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예산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 요즘에는 마약 사범 중 평범한 사람이 너무 많다. 현행법을 위반하긴 했지만, 치료 대상자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토론자 A> 마약 공급 사범은 강력히 처벌하고 투약자는 법에 근거해 적극적으로 치료받게 해야 한다. 예방과 재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점점 상황은 어려워질 것이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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