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친구 집서 자던 중 하마스에 납치
父, 사망설에 "인질보다 숨진 게 낫다" 눈물
납치 50일 만에 다시 아빠 품으로
"아이가 어두운 방에 갇혀 매 순간 고통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음이 축복입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끌려간 9살 딸의 아빠가 딸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털어놓은 애끊는 고백이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던 아빠 토머스 핸드(63)의 사연은 전 세계를 울렸고, 전쟁의 끔찍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숨진 줄로만 알았던 딸 에밀리 핸드(9)가 납치 50일 만에 다시 아빠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25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과 BBC,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일시 휴전 이틀째인 이날 하마스가 석방한 이스라엘 인질 13명 중에 에밀리가 포함됐다. 에밀리는 지난달 7일 가자지구 근처 이스라엘 비에리 키부츠에 있는 친구 집에서 잠을 자던 중 하마스에 납치됐다.
TOI는 에밀리가 2차 석방된 인질 중 한 명으로, 이집트 라파 국경을 거쳐 이스라엘에 도착해 그의 아버지 토머스와 재회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에밀리와 토머스가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당초 에밀리는 하마스의 기습 직후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지난달 말에야 인질로 잡혀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딸의 사망설을 들은 당시 토머스는 인질로 끌려가느니 차라리 고통 없이 숨진 게 다행일 수도 있다고 말해 전 세계인들을 눈물짓게 했다.
토머스는 지난달 11일 방송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에밀리를 찾았다. 그는 죽었다'고 말했고, 저는 그저 '네'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며 "에밀리의 죽음은 내가 생각할 여러 가능성 중 가장 괜찮은 소식이었기 때문"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에밀리는 죽었거나 가자지구에 있었을 것이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짓을 하는지 안다면 그것은 죽음보다 더 나쁜 일일 것"이라며 "아이가 어두운 방에 갇혀 매 순간 고통받는 일보다는 죽음은 차라리 축복이다. 절대적인 축복"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에밀리를 몇 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옆에 묻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로부터 20일이 지난 지난달 31일, 또 다른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에밀리가 여전히 생존해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있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참사 현장에서 에밀리의 시신이나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고, 함께 있던 친구 가족의 휴대전화가 가자지구 내에서 신호가 잡혔다고 알려줬다.
토머스는 지난 7일 CNN과 또 다른 인터뷰를 갖고 "이제 에밀리가 견뎌야 할 일이 괴롭다"며 "딸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다시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너무 걱정된다"면서 "어떤 환경에서 지내고 있을지…끔찍한 상상"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그는 지난 22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머리를 굴려 이 새로운 정보를 소화해야 했다. 그들이 나에게 말했을 때 나는 그냥 '안돼, 안돼, 안돼'라고 말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아일랜드 출신인 토머스는 약 30년 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에밀리는 인질로 잡혀있던 지난 17일 9살 생일을 맞았다. 납치 50일째인 25일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오게 된 에밀리는 아빠와 함께 늦게나마 생일을 축하할 수 있게 됐다.
죽은 줄로 알았던 딸을 다시 만난 토머스는 "에밀리가 돌아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BBC에 "힘들고 복잡한 마음으로 보낸 50일이 지났고, 이 감정을 표현할 만한 말을 찾을 수 없다"며 "에밀리의 구출에 도움을 주고 그동안 가족들을 위로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에밀리를 다시 안아 행복하지만 이와 함께 아직 돌아오지 못한 모든 인질을 기억한다"면서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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