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로부터 온전히 격리 무기징역 타당"
과외 앱을 통해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3)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김태업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열린 정유정의 1심 선고공판에서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유정에게 3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계획적이고 치밀한 범죄로 인정된다"라며 "피고인은 살인을 결심한 뒤 열심히 대상을 물색했고 사체 손괴 및 유기 계획까지 세웠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성장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원망과 분노, 대학 진학 및 취업 등 계속된 실패에 따른 무력감과 타인의 삶에 대한 동경을 내면에 쌓아왔고, 이렇게 쌓인 부정적 감정이 범행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재판부는 "재판부에 많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과연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 든다"라며 "체포된 이후 현재까지 보인 모습은 계획적이고 작위적"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구형대로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피고인의 성장 환경을 보면 비정상적인 성격을 형성하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민의 법 감정상으로도 엄중한 처벌을 내리기에 충분하지만, 사회로부터 온전히 격리할 수 있는 무기징역을 내리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50분경 과외 앱을 통해 물색한 A씨(사망 당시 26세)에게 접근해 A씨의 집을 방문한 후 미리 준비한 과도로 A씨의 전신을 여러 차례 찔러 살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정유정은 같은 날 오후 6시10분에서 오후 9시 사이 미리 준비한 중식도로 A씨의 사체를 훼손해 사체를 손괴한 뒤 다음날인 5월 27일 새벽 1시15분경 A씨의 사체 일부를 경남 양산시 소재 공원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범행 당시 자신의 옷에 피가 묻자 A씨의 옷을 입고 간 절도 혐의도 있다.
범행 이후 정유정은 A씨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려고 평소 자신이 산책하던 낙동강변에 시신을 유기했는데,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지난 6월 검찰은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및 절도 혐의로 정유정을 구속기소했다.
정유정이 재판에 넘겨진 뒤 추가 수사 과정에서 정유정이 A씨를 알게 됐던 과외 앱에서 A씨 외에 다른 2명에게 추가로 접근해 만나려 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 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교화 가능성이 없고, (법정의) 오심 가능성도 없다"며 정유정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또 검찰은 10년간의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 명령도 청구했다.
정유정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지은 죄가 막중하다"면서도 "상세 불명의 양극성 충동장애 등이 있으니 감경해달라"고 말했다.
정유정은 최후 진술에서 "중국어와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준법정신으로 살도록 저 자신을 돌아보며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라며 "교화돼 새 사람으로 살아갈 기회를 간절히 바란다"고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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