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낙관론 경계 목소리도
"중앙銀, 긴축 효과 축소 원하지 않아"
고공행진하던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1년여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2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로,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시장 불확실성 감소로 증시 변동성지수도 8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피벗(pivot·방향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는 전주 대비 25bp(1bp=0.01%포인트) 하락한 7.61%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9월말 이후 최저치다. 모기지 금리가 2주 연속 내린 것은 6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지난주 주간 하락폭(25bp)도 16개월 만에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미 재무부가 올해 4분기 발행할 국채 규모를 3분기보다 작게 잡으면서 국채 공급 폭탄 우려가 다소 완화된 영향과 함께 Fed가 지난 1일 기준금리를 5.25~5.5%로 2회 연속 동결해 긴축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기대감이 커진 결과로 분석된다. 모기지의 벤치마크 금리인 10년물 금리는 Fed의 금리동결 후 이날 4.5%선까지 내렸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했던 고용시장 과열도 진정되는 국면이다. 조엘 칸 MBA 부사장 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발행 계획과 Fed의 비둘기파적인 태도, 고용시장 둔화 데이터가 지난주 (모기지) 금리 하락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7.9%까지 오르며 2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를 넘나들면서 모기지 금리도 치솟았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현재 14.4선으로, 8일 연속 내려 2015년 10월 이후 최장 기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Fed 인사들이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놨지만, 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에 관심을 두고 있다. 증시는 피벗 시점을 가늠하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Fed가 1일 금리를 동결하면서 이달 들어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상승했다. S&P500지수는 이달 들어 4.5% 뛰었고 나스닥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각각 6.2%, 3.2% 올랐다. 미국 투자은행(IB)인 캔터 피츠제럴드의 매튜 팀 주식파생상품 트레이딩 대표는 "시장은 (미국 경제) 연착륙과 연말 산타 랠리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메리프라이즈의 안토니 사그림베네 수석시장전략가는 "증시는 몇달간 과매도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피벗 기대감에 들떠 시장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시중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해 너무 빨리 내려가면 Fed의 긴축에 따른 인플레이션 통제 효과가 제한된다. 바클레이스는 투자자 메모에서 "VIX가 7개월만에 최고치였던 10월 수준에서 급락했다"며 "시장이 (증시를) 너무 낙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IB인 인베스코의 마이클 매튜스 채권 공동대표는 "채권 시장은 금리가 고점에 도달하자마자 금리인하에 베팅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우리가 현재 그 시점에 와 있다는 데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들은 긴축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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