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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건건]공권력이 길 깔아준 김길수 '63시간 탈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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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도주 1시간 후 신고
CCTV 없는 구간 추적 못해

[사사건건]공권력이 길 깔아준 김길수 '63시간 탈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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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탈주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국토는 좁고, 바다와 북한으로 사방이 막혀 있다. 또 전국 어느 곳에나 CCTV가 있다. 1997년 1월~1999년 7월까지 907일간 도주 행각을 벌인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이 있긴 하지만, 이는 경찰의 무능과 CCTV가 거의 없던 당시 인프라 미비가 만든 예외적인 사례다. 실제 2010년대 들어 발생한 탈주범 대부분은 이틀은커녕 하루도 못 버텼다. 2010년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살인범 최모는 담을 넘어 탈주했다가 4시간30분만에 붙잡혔고, 2014년 부산에서 도주한 살인미수 피고인 정동원은 하루 뒤 붙잡혔다. 2021년 1월 대전교도소 이송 중 달아났던 남성은 40분 만에 체포됐다.


그러나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특수강도범 김길수의 도주극은 사뭇 달랐다. 그는 지난 4일 오전 6시20분 치료를 위해 입원 중이던 경기 안양시 한림대성심병원에서 도주했다가 63시간 만인 지난 6일 오후 9시25분 의정부시 가능동에서 검거됐다. 김길수는 경기 의정부시, 양주시, 서울 노원구, 광진구, 서초구, 동작구 등 6개 지역을 휘저으며 활보했다. 검거 당시 그의 수중에는 친동생에게 받은 현금 40만원이 남아 있었다. 검거 계기가 된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도주는 더 길어질 수 있었다.


도주는 범죄자의 본능이다. 이를 막는 것이 공권력의 기본 임무다. 공권력이 방심하면 범죄자는 그 틈을 파고든다. 순간의 방심으로 도주 사건이 발생했다면 신속한 초동조치, 적극적인 추적으로 최대한 빨리 검거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방심을 넘어 교정당국과 경찰의 안일함이 읽힌다. 애초 교도관들이 병실 문만 막고 있었어도 도주 자체가 일어날 수 없었다. 김길수가 도주한 사실도 한참 뒤에야 인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병실이 있던 7층에서 지하층까지 계단으로 내려간 뒤 세탁실에서 직원복으로 갈아입고 병원을 빠져나가 택시를 탔다. 교도관들은 도주 1시간 뒤인 오전 7시20분에야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다수의 경찰력을 투입했지만, 행적 추적은 CCTV에만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마지막으로 파악한 김길수의 행적은 도주 당일인 4일 오후 9시40분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이다. 김길수의 진술에 의하면 그는 고속터미널에서 600m가량 떨어진 사평역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서초구의 ‘서초안전지도’에 따르면 고속터미널에서 사평역으로 가는 길에는 치안용 CCTV가 없다. CCTV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행적 추적에 손을 놓은 것이다. 연고 형성 지점에 대한 탐문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김길수는 5일 오전 2시 경기 양주시로 택시를 타고 이동해 동생 집 인근 상가 지하주차장에서 하루 넘게 은신해 있었다.



이 같은 구멍이 있었기에 김길수는 63시간의 도주극을 이어갔다. 탈주범을 신속히 검거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추가 범죄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2015년 치료감호 중 탈주해 28시간 만에 붙잡힌 성폭행범 김선용은 도주 중 상점 여주인을 성폭행했다. 그렇기에 공권력은 범죄 앞에 무사안일한 행태를 보여선 안 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도주 이후 조치가 적정했는지 엄중하게 조사하는 한편 재발 방지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재발 방지는 공권력 기강 확립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관주 사회부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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