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9일(현지시간) 기업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예정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의 연설을 대기하면서 장 초반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오전 10시5분께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01포인트(0.07%) 낮은 3만3640선에 움직이고 있다. 반면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33포인트(0.05%) 오른 4316선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6.10포인트(0.20%) 상승한 1만3340선을 기록 중이다.
S&P500에서 통신, 기술, 산업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8개 업종은 모두 하락세다. 테슬라는 전날 장 마감후 공개한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장 대비 7%이상 떨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새롭게 출시한 사이버트럭이 자사 현금 흐름에 기여하기까지 12~18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면서 수익성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확인된다. 전기차 수요 둔화우려에 리비안, 루시드, 니오 등도 일제히 내림세다. 넷플릭스는 예상을 웃도는 호실적과 구독료 인상에 따른 수익 기대감에 16% 이상 치솟고 있다. AT&T 역시 이날 개장 전 발표한 실적에 힘입어 7%가까이 오름세다. 항공주는 반등하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은 비용 증가, 최근 조종사 노조와의 계약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로 연간 이익 가이던스를 하향했지만, 여행 수요가 여전히 탄력적이라고 밝히면서 4%대 올랐다.
투자자들은 이날 미 동부 시간 기준으로 정오에 예정된 파월 의장의 발언을 대기하는 한편, 기업 실적, 국채 금리 움직임, 주요 경제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는 10월31일~11월1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하는 모습이다.
파월 의장은 뉴욕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물가안정목표 달성 의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향후 입수되는 새 지표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통화정책 결정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쉬나 구하 전략책임자는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지만 국채금리 급등으로 금융 여건이 긴축됐다"면서 "11월 정책 대응이 시급하지 않고 Fed가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고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월 의장 외에도 레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등도 이날 발언이 예정돼있다.
최근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Fed 안팎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분석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전날 금리 결정에 앞서 "경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기다리고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누적된 Fed의 긴축이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지표를 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파월 의장이 이날 최근 국채금리 급등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놓을지도 눈길이 쏠린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날 4.9%선을 돌파한 데 이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중 한때 4.98%대를 찍으면서 5%를 코앞에 두기도 했다. 10년물 금리는 4거래일 연속 상승 중이며 이달 들어서만 40bp(1bp=0.01%포인트)이상 뛰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 속에 탄탄한 소비지출 등으로 경제 강세가 확인된 여파다. BMO의 이안 린젠, 벤자민 제프리는 전날 투자자 메모를 통해 "10년물 금리의 다음 스텝은 5.0%"라며 "이 시점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오전 공개된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9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8∼1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8000건으로 전주 대비 1만3000건 감소했다. 이는 1월 21일 주간 이후 최저치이자, 월가 전망치(21만건)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누적된 긴축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시장이 탄탄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지표는 Fed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한층 힘을 싣는다. 경제매체 CNBC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전했다.
전날 오후 공개된 Fed의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에는 "대부분의 지역이 9월 이후 큰 변화가 없다"면서 "단기 경제전망은 대체로 안정적이거나 다소 약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베이지북은 "인플레이션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타이트한 고용은 전국적으로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추이도 주시하고 있다. 전쟁이 13일째를 맞으며 양측 사망자는 5000명을 넘어섰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이어 이날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이 잇따라 중동을 찾으며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시점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양측 간 긴장은 좀처럼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부과한 석유 수출 금지 제재를 일부 완화하면서 하락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7%가량 내린 배럴당 87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만 중동 지역에서 이란 개입 등 확전 우려가 이어지면서 하락폭은 제한됐다.
유럽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다. 영국 FTSE지수는 1% 이상 내렸다.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지수는 각각 0.17%, 0.57% 떨어진 수준에 움직이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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