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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정담]"스테퍼만 밟아도 하루 5천보 너끈…건강·행복지킴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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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문가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
하루 만 보 걷기 위해 집무실에 스테퍼 구비
한국벤처투자 알리려 IR 자료 만들어
직원들 고민 경청하고 해결하려 노력

[만보정담]"스테퍼만 밟아도 하루 5천보 너끈…건강·행복지킴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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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슉 슉 슉'


서초구 한국벤처투자빌딩 5층에 위치한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 집무실에서 나는 소리다. 보고나 회의를 하러 대표를 찾은 직원들에게 이제는 익숙한 소리기도 하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서류 결재 건으로 문을 열었다가 스테퍼(stepper) 위에서 업무를 보는 유 대표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유 대표는 걸으면서도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사무실 한쪽에 스탠딩 책상을 설치했다. 책상 위에는 대형 모니터 2대와 키보드가 있고 그 아래에는 계단을 걷는 효과가 있는 스테퍼가 있다. 그는 "스테퍼만 해도 하루 5000보 걷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만보정담]"스테퍼만 밟아도 하루 5천보 너끈…건강·행복지킴이 될 것"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서울 서초구 한국벤처투자 집무실에서 스테퍼를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한국벤처투자빌딩은 법조 1번지 서초동에 있다. 서쪽에는 몽마르뜨공원이, 북쪽에는 서리풀공원이 있다. 당초 몽마르뜨공원을 같이 걷기로 했지만 유 대표는 사무실로 이동하자고 했다. 유 대표에게 진짜 운동은 틈날 때마다 하는 것이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피트니스를 이용할 때도 있고, 틈만 나면 계단을 올라 옥상에 마련된 정원에서 걷는다. 사무실에서 스테퍼를 '시연'한 지 몇 분도 안 돼 유 대표는 송골송골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유 대표는 ‘반도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광운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학사를 취득하고, 카이스트(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미국 ‘인텔’에서 엔지니어를 거쳐 만 35세에 수석매니저가 됐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에서 모바일용 반도체시스템 개발에 참여했고,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최연소 상무’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연구소에서는 임원으로 재직하며 자동차 전자시스템 및 미래자동차 개발에 힘썼다. SK텔레콤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혁신그룹장을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으로부터 인정받은 산업 전문가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일하던 시절 미국 국적을 취득했으나 2017년 문재인 캠프에서 기술 관련 인재로 영입하자 미국 국적을 포기한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안 의원의 추천을 받아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합류했다. 이어 지난해 9월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 대표로 취임했다.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CHO라고도 불린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CHO가 최고행복책임자(Chief Happiness Officer)였는데 요즘은 최고건강책임자(Chief Health Officer)다. 최근에는 직원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열중해 ‘건강지킴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헬스펀드와 금연펀드가 대표적이다. 헬스펀드는 걸음 수 측정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주 3회 1만2000보 걸음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금연펀드는 매월 니코틴 키트 검사를 통해 금연에 성공했는지 본다. 지원자들이 참가비 모금을 통해 목적별 펀드가 조성되면 이후 펀드 총액을 목표 달성자들에게 나눠준다.


[만보정담]"스테퍼만 밟아도 하루 5천보 너끈…건강·행복지킴이 될 것"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서초구 한국벤처투자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옥상정원을 걷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복지에 진심이어서 '행복지킴이'라는 별칭도 있다는데.

▲늘 직원들의 복지를 어떻게 하면 확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행동으로 실천해서 직원들이 만들어준 것 같다. 사내에 카페를 만들었다. 외부 카페 음료와 비교해도 질이 좋은 커피 한 잔을 1000원에 제공한다. 이번에 5명을 뽑는데 505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을 정도다. 이렇게 힘들게 들어와도 급여가 생애 주기별로 필요한 소득과 차이가 너무 크다. 총 인건비 제한이 있기 때문에 급여를 늘려줄 수는 없어도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고민을 하다 생각해낸 것이 사내 카페다. 직원들의 반응은 좋다. 한 직원은 "커피 한 잔을 5000원으로 생각하면 한 달에 커피값으로 10만~20만원 정도가 나가는 건데 이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건강과 행복을 강조한 이유가 따로 있는지.

▲한국벤처투자가 모태펀드 운용기관이지만 공공기관이다. 연봉과 복지가 민간 벤처캐피털(VC)과 차이가 많이 난다. 최근 수년간 직원들의 민간기업으로의 이직도 많았고 그만큼 채용도 많이 했다. 조직은 젊어졌지만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었다. 취임 후 직원들과의 1대 1 미팅을 통해 어떤 점이 힘든지, 고민은 무엇인지 등을 들었다. 그 결과 ‘급여’에 대한 직원들이 고민이 가장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와 논의에 들어갔고 인센티브를 늘리는 데 합의했다.


-진심이 통하는 것 같은가.

▲얼마 전 취임 1주년을 맞이해 직원들이 쓴 편지를 보면 "직원들 고충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수호천사 같다" "일정으로 바쁘실 텐데 직원들과 틈틈이 소통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다니기 좋은 회사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오래도록 함께 해달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보드에 빼곡하게 적힌 문구를 보면 힘이 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다.


-취임 1년, 모태펀드 CEO로서의 소감은.

▲취임하고 보니까 한국벤처투자 성과가 많은데 잘 알려져 있지 않더라. 해외 출자자(LP)에게 투자를 받는다고 생각했을 때를 가정해 기업설명(IR) 자료를 만들었다. 여러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 설명했고 이제는 조금씩 한국벤처투자가 어떤 곳인지 알아가는 것 같다. 지금은 해외 VC들의 국내기업 투자, 국내의 해외 투자 등을 신경 쓰고 있다. 효과도 있다. 영국 투자부 장관, 사우디아라비아 ICT 장관, 기업 대표 등이 만남을 요청했다. 일주일에 두세 팀이 찾아오는데 얘기가 되니까 자꾸 보자고 하는 것이다. 주로 롱텀(중장기) 파트너십을 해보자는 것들인데 구체적으로 같이 출자 사업도 얘기한다.


-지난 1년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모태펀드가 민간 자금 유치 마중물이 돼 민간 모험자본 유입을 증가시켰다. 모태펀드 민간자금 유치 승수효과는 2019년 1.58배에서 2022년 1.98배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벤처투자를 유치한 기업의 고용증가율은 40.5%였다.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율 3.3%보다 12배 이상 높았다. 창업기업 투자 유치 후 7년 생존율은 65.4%에 이른다. 최근엔 반도체, 우주항공·해양, 차세대 원전 등 초격차 10대 분야와 딥테크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초격차펀드’, 중간회수 활성화를 위한 ‘벤처세컨더리사모펀드’를 신설했다. 저출산·고령화 대응의 일환으로 ‘지역혁신 벤처펀드’도 잇달아 조성했다. 충청·부산, 동남권(울산·경남), 대구·제주·광주, 전북·강원 등 5개 권역에 지역혁신모펀드 3155억원, 자펀드 3421억원 조성을 완료한 상태다. 2025년까지 모펀드 4100억원, 자펀드 6060억원을 목표로 한다.


[만보정담]"스테퍼만 밟아도 하루 5천보 너끈…건강·행복지킴이 될 것"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 집무실에 직원들의 편지가 담긴 메모판이 놓여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VC 수십 곳을 만나며 커피를 돌린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벤처투자와 VC는 진정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갑을관계가 아니라 윈윈 관계다. 스킨십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직접 대표 등과 만나 벤처투자 업계 현황, 모태펀드에 바라는 정책 제언 등을 듣기로 했다. 올해 모태펀드 1·2차 정시 출자사업에 선정된 운용사를 대상으로 해 벌써 스무 곳 넘게 돌았다. 찾아갈 때면 양손에 커피를 꼭 들고 간다. 반응이 괜찮다고 느끼는데 다들 ‘이제 뭔가 바뀔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 이들의 건의사항들이 뭔지 많이 알았고 내년에 개선하도록 할 것이다.


-4대 핵심 성장전략 가운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4대 핵심 성장전략은 모태펀드 운용 고도화, 민간모펀드 활성화, 벤처투자생태계 글로벌화, ESG 확산 등이다. 조만간 공식적으로 ESG 연구에 대한 발표도 할 계획이다. 우리가 이제 무형의 가치에 대한 비중이 상당히 높은 정부기관이다 보니까 이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그걸 어떻게 화폐화를 할 수 있는지 이런 고민들을 했다. 정부 돈이 얼마나 들어왔는데 정책적인 가치로는 얼마 정도의 성과를 냈고, 거기에서 재무적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를 얘기해줄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간단하게 정책적인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더 재무적인 성과를 내서 지속 가능한 벤처금융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질 않으니 의문점이 들어서 구체적으로 일자리 이런 것들을 계산해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바이오기업 투자심리를 살리려 노력 중이다.

▲보건복지부와 함께 총 350억원을 출자해 15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한다. 주목적 투자 분야의 경우 바이오헬스 전반으로 확대했다. 제약을 비롯해 의료기기, 디지털치료제 등 더욱 폭넓은 투자가 가능해졌다. 운용사 펀드 결성 부담도 줄였고 민간 출자자 재무적 리스크도 낮췄다. 벤처투자조합 및 신기술사업투자조합 결성도 허용한다. 다른 정책기관과 공동 출자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종 선정 시 모태펀드 예산 350억원과 함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으로부터 25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펀드 결성목표액의 40%를 지원하는 셈이다. 바이오헬스 분야 중소·벤처기업이 적시에 충분한 투자를 받아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복지부와 정책금융기관이 함께 노력할 것이다.


[만보정담]"스테퍼만 밟아도 하루 5천보 너끈…건강·행복지킴이 될 것" 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계단을 이용해 사무실로 이동하고 있다.유 대표는 자신 뿐만 아니라 사내에서도 건강지킴이, 행복지킴이로 통한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얼마 전 '반도체 열전'이라는 책을 냈다.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발전에 평생을 바친 선친(고 유제완)에 대한 헌사인 동시에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조언을 담고자 했다. 열전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전쟁을 뜻하는 열전(熱戰), 사람의 전기를 뜻하는 열전(列傳), 열사(烈士)의 이야기를 담은 열전(烈傳)이다. 선친은 1980년대 반도체가 미래의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삼성반도체에 초창기 투자를 하셨다. 지금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위상을 뽐내고 있지만, 합병 당시 아버지의 의견을 좀 더 반영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도체의 미래 어떻게 그려야 하나.


▲반도체 전쟁하에서 대기업들도, 정치인들도 더욱 절실해져야 한다. 건전한 ‘반도체 생태계 조성’이 왜 필요한가를 더욱 강력하게 느꼈으면 좋겠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반도체 성장이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성장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전 세계적 반도체 전쟁하에서는 어쩌면 끝내 반도체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마저 모든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이경호 바이오중기벤처부장·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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