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례·행사 열린 무대, 쌀 나눠주기도
1890년대 기준 복원…기존 부재 재사용
새 광화문 현판으로 더 큰 의미 부여돼
문화재청 15일 오후 5시 기념행사서 공개
조선 시대에 광화문 밖은 각종 의례와 행사가 열린 무대였다. 다수 문헌에서 확인된다. 세종실록(1442) 97권에는 "광화문 밖 장전(임금이 앉도록 임시로 꾸민 자리)에 납시어 친히 무과 시험을 보였다"고 기록됐다. 같은 책 127권(1450)에도 "광화문 밖에 채붕을 맺고 잡희를 베풀게 하였다"고 쓰였다. 채붕은 임금 행차나 중국 칙사 맞이 때 색실, 색종일, 헝겊 따위를 문, 다리, 지붕 등에 내다 건 장식이다. 근거는 문종실록 12권(1452)에도 있다. "중국 칙서를 맞는 (…) 광화문 앞에 채붕을 설치하고 왕세자 (…)"라고 적혔다.
광화문 밖은 백성에게 쌀을 나눠주고 상소, 상언을 받는 공간이기도 했다. 고종실록 28권(1891)에는 "광화문에 나아가 왕세자가 (…)에게 쌀을 하사하는 행사 거행"이라고 기술됐다. 승정원일기 영조 20년(1744)에는 "광화문에서 백성들의 상언을 받도록 명함"이라고 쓰였다. 연결고리는 월대였다. 의례 등을 진행하도록 높고 넓게 쌓은 건물 기단이다. 궁궐 정문에 난간석을 두르고 기단을 쌓았다.
광화문의 격을 높이고 궁궐과 백성의 소통을 이어준 월대가 제 모습을 찾았다. 문화재청이 2006년부터 추진해온 복원 작업을 마무리했다. 오는 15일 오후 5시 기념행사에서 공개한다. 발굴조사와 자료수집·분석, 실측 조사 등을 토대로 완성한 결과물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5월까지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동서 폭(29.7m)과 남북(48.7m) 길이, 계단 구성 부재, 조선 전기 유구 등을 확인했다. 1890년대 이전을 기준으로 설계 계획을 마련하고, 기존 부재(기단·계단석)를 최대한 재사용해 복원에 돌입했다.
지난 8월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 유족 측으로부터 상서로운 동물을 형상화한 서수상(瑞獸像)도 기증받았다. 고종이 1865년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월대에 배치했다고 추정되는 유물이다. 광화문을 찍은 1910년대 유리 건판 사진 등에서 실체가 확인된다. 행방이 묘연했는데 경기 용인시에 있는 호암미술관 야외 정원에 전시돼 있었다. 문화재청 측은 "받침석에 위에 부재를 앉히려고 가공한 부분과 모양, 크기 등이 같다. 형태와 규격 등도 사진 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과거 광화문 월대의 그것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옛 모습을 되찾은 월대는 새로운 광화문 현판으로 더 큰 의미를 갖게 됐다. 문화재청이 국립중앙박물관, 동경대학교, 스미소니언박물관 등에 있는 과거 사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전문가 자문을 반영해 제작했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색깔이다. 근정전 현판 등을 분석한 결과 바탕은 검었고, 글씨는 금색이었다. 독특한 구성은 '경복궁 영건일기(1865)'에서도 확인된다. "광화문 현판 서사관은 훈련대장 임태영이다. 검은 바탕에 금색 글자다. 동판으로 글자를 만들고 가장 좋은 금 넉 냥을 발랐다. 은장 김영록, 최태형, 김우삼이 원납했다"고 기술됐다.
문화재청은 알판에 양각으로 글자를 새겼다. 동판으로 글자를 오린 뒤 아말감 도금 기법을 적용했다. 수은에 금을 녹인 아말감을 금속 표면에 칠한 뒤 수은을 증발시켜 표면에 도금하는 기술이다. 문화재청 측은 "경복(景福), 즉 큰 복이 빛이 되어 백성에게 퍼져 나간다는 민본사상을 엿볼 수 있는 상징물"이라며 "월대와 같은 시기 사료를 근거로 복원해 경복궁 전체 복원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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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은 시민참여형 행사로 치러진다. 월대와 현판을 공개하는 점등식을 시작으로 개문 의식, 월대 행진, 관련 영상·공연·프로젝션 맵핑(미디어 쇼) 공개 등이 진행된다. 특히 프로젝션 맵핑은 130m가량의 광화문과 담장을 배경으로 상영돼 일찍이 큰 관심을 받았다. 문화재청 측은 "광화문이 온전히 복원됨에 따라 국민이 건축적 가치는 물론 역사·사회·경제적 가치를 풍성히 누릴 수 있다"며 "복원 정비사업 영역을 꾸준히 넓혀 역사성을 회복하고 경복궁을 K-관광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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