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 수도권 참패할 것"
"나쁜 사람들 안 되게 하는 방법 고민 중"
"정치는 사회 문제 제기하고 해결하는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국민의힘의 불안정성이 커졌다. ‘이재명 구속’이 무위에 그쳤고, 민주당의 원심력은 약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여권 핵심부에 대한 안팎의 공세는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총선 공천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샅바싸움이 본격화했다.
이런 상황의 중심에 있는 인물 중 한명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다. 날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는 총선 판을 흔들 수 있는 파괴력이 있는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탈당을 포함해 모든 걸 제로베이스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힘겨루기 수준으로 보이나 상황에 따라 실제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7일 오후 5시, 서울 강서구의 한 사무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논쟁적 정치인’ 이 전 대표를 만났다. 그는 가슴에 맺힌 게 많아 보였고, 추석 때 집에 머물며 '추석 구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삶의 궤적에 처음 찾아든 두 가지 : "나쁜 사람이 잘 안 됐으면, 나는 저렇게 안 됐으면 좋겠다"
요즘에 주로 무얼 생각하나?
비버다. 유튜브 조회 수가 몇백만 나온 영상이 있는데 비버가 집을 지으면 비버 사육사들이 계속 그걸 부수는 내용이다. 비버가 집을 지은 뒤 놀다 오면 자기 집이 부서져 있어 또 지으면 사육사들이 다시 부수는 게 반복된다. 사육사들은 비버에게 집짓기 훈련을 시키려고 이렇게 한다고 하더라.
제가 수도권에서 선거에 네 번째 도전하는데, 보수 정당의 요즘 모습이 이와 같다. 조금만 갈고 닦아놓으면 집을 부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옛날에 했던 일을 또 하는 것 같은 느낌? 그런 기시감 같은 게 있다. 어쩌다 당 대표를 맡아 수도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다 싶었는데 1년 남짓한 기간에 다 부숴놓고….
왜 그렇게 됐다고 보는가?
2016년 국회의원 선거 때 민주당은 참 운이 좋았다. 안철수 대표가 호남 구세력을 다 데리고 나가 당을 만들면서 민주당은 갑자기 수도권 중심 정당이 됐다. 그게 지금까지 한 8년째 이어져 내려오는 민주당의 원동력이 됐다. 그러면서 당원 배가 운동도 많이 했다. 민주당이 우리보다 당비 내는 당원이 지금 3배 정도 많다.
민주당이 수도권 정당으로 탈바꿈하니 전당대회에서도 수도권의 민심이 제일 중요해졌다. 우연한 기회에 이런 체계를 갖췄다고 보지만, 어쨌든 그 이후로 수도권에서 민주당의 저력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해를 거듭할수록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자기 살길만 찾아 오른쪽으로 당을 끌고 가는, 소백산맥 남쪽 아니면 태백산맥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음에도 소위 울산 대표, 대구 원내대표, 동해 사무총장의 말을 종합해 보면 사법부랑 또 싸우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사고방식이 저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해놓고 수도권에서 뛰는 사람들한테는 또 당을 위해 헌신하라고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웃는 세상, 그런 사람들이 거들먹거리는 세상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보수의 확장이라는 보편적인 과제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요즘 생각이 바뀌었다. 이제는 해놓으면 매일 집을 부수는, 그런 사람들이 잘 안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같이한다.
보수의 세력 교체가 필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적어도 그런 사람들이 잘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통령 선거 때도 앉아서 내부 총질만 했다. 당 대표 끌어내리겠다고 의총이나 하고…. 집권한 뒤엔 계파적 관점에서 자기들이 무슨 친윤이다, 윤핵관이다 이러면서 살았던 것 아닌가?
그것을 위해서 뭔가 행동을 하겠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
살면서 나는 단 한 번도 남들 사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열심히 해서 모범을 보이고 성과를 내는 것, 이것이 내가 속한 조직의 결과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생각만 하는 것인가, 행동도 예비하는 것인가?
많이 고민하고 있다. 나쁜 사람들이 안 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두 가지다. 나쁜 사람이 잘 안 됐으면, 나는 저렇게 안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 두 가지가 최근 제 삶의 궤적에 처음 찾아든 생각이다.
"대통령이 이념 강조하는 건 민생 아이템에 자신이 없기 때문"
큰 변화이고 여러 가지를 예고하는 것 같은데…. 출범한 지 1년 5개월 지난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이 올해 초인가 작년 말인가 대구 서문시장에 간다고 보도됐을 때 내가 ‘저 일정 짠 사람은 진짜 간신배’라고 했다. 임기 말에 박근혜 대통령도 가기 주저했던 게 서문시장이다. 그런데 임기 초부터 대통령 일정을 저렇게 돌리는 건 아이디어의 부족이냐, 아니면 전형적인 간신배들의 아부냐 그걸 묻고 싶다.
또 대통령이 이념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유튜브를 많이 봐서 그렇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 민생 아이템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일 잘하는 건 수사, 제일 돈 안 드는 건 이념 전쟁, 이런 쪽으로 가고 있다.
집권 초기이니 판단 실수를 하는 것도 있겠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포섭되는 과정을 그대로 겪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도 많은 사람이 새로운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대기업에서 주는 보고서에 포섭돼서 왼쪽 깜빡이 켜고 오른쪽으로 간다는 소리 들었던 것 아닌가? 대통령 주변 참모들은 삼성장학생 소리 듣고.
지금도 같은 상황인 것이 대통령이 집권한 뒤 산업 진흥책을 얘기한 걸 보면 딱 하나밖에 없다. 반도체 클러스터다. 그럼 그게 어느 기업을 위한 건지 너무 자명하지 않나.
대통령은 외교에 상당한 힘을 쏟는 흐름이다.
외교도 위험하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우리가 반 잔을 채웠으니 일본이 나머지를 채워 줄 것이다’라고 했을 때 나는 일본한테는 못 받아도 미국으로부터 뭔가 받아올 수 있으니까 지켜보자고 얘기하고 다녔다.
그런데 보니까 아직 아무것도 없다. 미국은 더는 자기 우방을 위해 경제적인 면에서 내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거기에 대해 관점이 적응이 안 된 것 같다. 여전히 과거 프레임에 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다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가.
기본 원칙은 신용 대화는 없다는 것이다. 신뢰가 없기 때문에 신용 대화가 없다. 이쪽에서 한 말과 저쪽에서 한 말이 다르니…. 지금 대통령이 정치하기 힘들어진 게 뭐냐면 이런 경험담들이 많은 사람들한테 공유돼서 누구도 신용 거래를 할 의사가 없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권력이 센 정치인인데도 신용 거래가 안 되고 모든 걸 현찰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큰 정치가 불가능해졌다. 적어도 저를 포함해 한 번씩 겪어본 사람들은 다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여권이 절대적인 안정 의석을 얻지 못하면 안팎으로 윤 대통령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 같다.
정치를 조금만 아는 사람들이 보면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당 지도부에서 대통령실에 30명 정도 차출 명단을 요청했다는 보도 같은 것이다. 공천은 지켜주겠지 하는 생각 때문에 의원들이 지난 전당대회 때 자신을 지지했다는 걸 김기현 대표가 아는데 먼저 선제적으로 30명 명단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렇다면 김기현 대표가 능동적 배신을 한 것인데 제가 아는 김 대표는 그런 분이 아니다. 그건 (대통령실에서) 명단을 내려보내고 싶은데 공천 개입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요청했으니 명단 보낸다’ 이러고 싶었던 것 아닌가? 얼마나 유치한가.
"국민의힘 지금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참패한다"
지금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참패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그렇다. 수도권에서 16석을 얻었던 지난 총선 때보다 더 안 좋을 수 있다. 왜냐하면 저도 서울 노원 병에서 계속 선거를 치렀지만, 여당이 갖는 프리미엄을 지금 하나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여당 프리미엄? 무얼 말하나?
서울시장도 우리 당이고 대통령도 여당이면 정책 협조가 잘 돼 뭔가 일이 된다는 느낌이 나야 한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은 견제당하고 있다. 난 안다. 그것 외에도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오 시장은 개인적인 득표력이 있으니까 모든 구에서 이겼지만, 구청장 8곳은 민주당에 내줬다. 그 정도로 인재풀이 약하다. 그렇다면 인재 영입이라도 잘 돼야 다음 총선에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지금 봐선 그것도 어렵다.
여권이 다시 사정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은?
이제 사정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게 없다. 송영길 전 대표의 돈 봉투 의혹 사건을 건드린다고 해도 파괴력은 그렇게 세지 않을 것이다. 정작 야권이 아닌 여권에 일정 성과를 거둔 측면은 있다. 그 와중에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를 쳐내고 누구를 등판시켜 당내 헤게모니를 몰아주려고 했던 것 아닌가.
한동훈 장관을 지칭하는 걸로 들린다.
지금까지 보면 그게 맞다. 이번에 어쨌든 상당히 타격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사실 누구보다도 본인의 권력 기반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는 대통령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50%~60% 가면 없던 지지자도 생긴다. 그게 권력의 생리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라 본인이 카테고리를 정해놓고 그 밖에는 다 치겠다는 것이다.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를 예측한다면?
18% 차이로 국민의힘이 진다고 예측한다. 후하게 쳐서 18% 차다. 전보다 분위기가 더 안 좋다는 사람이 많다. 그냥 감으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강서 갑·을·병의 투표자 수 대비 득표율을 비교하면 딱 17.87% 차이가 난다.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강한 핵심적인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나?
서울의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은 재선 아니면 3선을 했다. 어느 지역구에서나 재건축 이슈가 클 텐데 민주당이 약하다고 생각하면 천만이다. 당선하면 국토위원장이나 행안위원장 갈 것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초선이거나 무슨 청년벨트 한다는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재선, 3선 의원이 맞붙었을 때 재건축, 재개발을 원하는 유권자들이 누구를 밀어줄지는 상식의 문제다. 대통령은 민생보다 이념이라고 하는데 이념으로 아파트 짓는 것도 아니고…. 이슈를 진짜 못 만들고 있다.
민주당은 어쨌든 수도권에서 나름 튼튼한 기반을 갖고 있고 재선 의원들이 3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큰 스펙이다. 이번에 민주당 원내대표가 된 홍익표 의원 같은 사람도 성동구에서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겼다. 민주당이 ‘수도권 지도부’를 형성했다는 것은 우리에겐 굉장히 위험하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향후 행보를 전망한다면.
이렇게 된 이상 대표로서 내년 총선을 지휘할 것이다. 순발력 등에서 이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을 높게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선주자로서의 위치가 확고해져 가면 그에 맞는 중량감이 생긴다. 그런 점을 경계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사실 이 난리를 치면서도 믿고 있었던 건 사정 정국으로 치고 나가고 한동훈 장관을 영웅으로 만들어 그걸 중심으로 정국을 끌고 나가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두 개가 동시에 무너졌다.
이 대표 체제가 계속 간다?
이재명 대표라면 쓸 카드가 너무 많다. 하다못해 본인이 약간 뒤로 후퇴하면서 지난번에 문재인 대주주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세웠던 모델로 갈 수도 있다. 그때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하고 싶었으나 자기 손으로 하기 힘들었던 것을 김 비대위원장을 통해서 했던 것 아닌가? 그것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카드가 많다. 다만 얼마나 풍부하게 그 카드를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이 대표의 능력에 달렸다.
"이재명 대표, 제3의 길 들고나올까 봐 두렵다" "대통령, 창당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이재명 대표를 평가해 달라.
그가 지자체장으로서 받았던 관심이나 평가는 사실 성남시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기인했다. 성남시장이 아니라 동두천시장으로 경력을 시작했다면 여기까지 못 왔다. 성남시장을 하다가 경기도지사, 대선주자로 올라왔을 때 새로운 게 안 보였다. 이제는 그가 다음 길을 창조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만약에 제가 계속 상대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이 대표가 두려운 점이 있다면 예전에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했던 것처럼 제3의 길 같은 것을 들고나왔을 때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보여줬던 포지션 같은 것 말이다. 계속 돈을 퍼주겠다고 하는 이재명은 하나도 두렵지 않다. 지금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그 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민주당의 친명-비명이 분열할 가능성이 있을까?
비명이 명분이 없다. 다 막혔다. 그냥 거기 주저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순간에 다 막혀버렸다.
국민의힘은 어떨까?
대통령께서 워낙 상상 밖의 일을 많이 하시니…. 오히려 국민의힘 쪽에서 창당해버릴까 봐 좀 걱정된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대통령이 자꾸 오른쪽 행보에 치중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영남권의 60명 의원이 아무리 대통령이 보기에 허접해 보여도 현역 의원을 뛰어넘는 인사들을 수십 명씩 본인이 제시하고 공천하기는 쉽지 않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까?
의미가 없다. 지난 총선 때도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서 어려운 승부를 겨루면서 선거에서 지휘하는 역할을 크게 하지 못했다. 김기현 대표는 지금 이 상황에서 설마 자신이 다시 울산에 출마하겠다고 얘기하지는 않을 것이고 자신도 어려운 선거를 뛸 수도 있어 제 코가 석 자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직을 맡은 인사들이라면 서울 강북, 아니면 경기도 험지에 가서 붙겠다는 정도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그 사람들한테 권위가 생긴다. 저는 그것을 모르고 리더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일부에서 ‘청년 벨트’ 얘기하던데 그게 얼마나 황당한 소리인가. 학도병 벨트도 아니고.
김기현 대표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옛날에 김기현 대표랑 같이 식사하면서 ‘저 대표 임기 마친 뒤 (김기현 대표가)대표 하실 생각이 있으면 제가 돕겠다’고 했었다. 장단점이 있지만, 안정형 리더십이라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 김 대표가 대통령이란 절대 권력이 아니라 연대나 다른 사람들의 조력을 통해 대표가 됐다면 아주 다른 분이 돼 있을 것이다. (용산에서) 다른 사람을 짓밟아가면서 (대표에) 올린 것이지 않나. 김 대표가 빨리 그걸 떨쳐내지 않으면 이상한 위치로 갈 수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선 어떤가.
최근에 공개된 녹취록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적대감이나 입당하기 전부터 이준석을 쫓아내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등이 드러났다. 왜 내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 언제부터 고민하셨는지 묻고 싶다.
정치인들은 정치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힘들다. 그런데도 지속하는 건 나중에 이 고생을 딛고 뭔가 힘을 가졌을 때 무엇을 하겠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이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왜 정치를 하는지를 고민한다’고 했는데, 그런 게 없이는 정치를 올바르게 하기 힘들다. 그게 명확하지 않으면 계속 가치 판단이 헷갈릴 것이다. 대통령이 왜 정치를 하는지 저도 파악하지 못하겠고,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년 총선, 탈당 포함해 모든 걸 제로베이스에서 보고 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가?
지역구 채워주기식으로 선거에 나갈 생각은 없다.
노원 병에 당연히 나가는 게 아닌가?
준비는 하는데…. 지난번 총선 때 제가 강북에서 득표율로 한 3~4등 했다. 어려운 곳이지만 제 능력치와 관계없이 이상한 사람들이 잘 되는 세상을 바라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 삶에 더 도움을 줄 일은 없다. 만약에 진짜 정상적인 선거 분위기만 되면 저는 100% 노원에 나간다. 그런데 비례대표 명단에 유튜버 꽂아놓고 이상한 소리나 하고 다니는 식이면 저는 그 사람들 좋은 일 해줄 이유가 없다. 전체적인 판의 흐름이나 구도가 그런 식으로 갔을 때 출마할 생각은 없다.
탈당하거나 노원이 아닌 다른 곳에 출마하는 것 두 가지는 완전히 배제한 것인가, 살아 있는 것인가?
다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다. 모든 걸 제로베이스에서 보고 있다.
그동안의 정치 행보를 재검토하고 있나?
솔직히 지난 대선 때, 지방선거 때 건강이 진짜 안 좋아졌다. 거의 성대가 완전 나가서 지금 고음 불가 상태가 됐다. 노래방에 가면 옛날에는 부를 수 있었던 노래를 지금은 못 부른다. 그 정도까지 몸을 갈아 넣어 선거 운동을 했는데 그다음에 돌아왔던 걸 생각하면…. 탈당까지도 선택지에 놓고 생각해보겠다.
"정치는 사회 각종 문제를 일찍 발견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 가는 것"
2011년부터 정치에 뛰어들었다.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치를 하는 사람이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먼저 대한민국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거기에 대해서 미리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안타깝게도 누구도 어젠다를 제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지금도 이준석이 젠더 갈등을 만들었다는 사람이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젠더 갈등은 2017년~2018년부터 나왔었다. 그런데 누구도 그 이슈에 손을 안 대고 있었을 뿐이다.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슈도 그렇다. 서울 강북권에서 4호선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에게는 3년 된 문제였다. 전장연은 이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계속 시위하고 있었다. 그걸 정치권에서 다루겠다니까 장애인 혐오라고 몰아가면서 문제로 다루지 못하게 한, 그런 게 우리 정치의 수준 낮은 행태다.
사회에 필요한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기회를 봤다가 누가 앞서가면 뒤에서 뒤통수칠 준비하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정치 문화라면 우선 이것부터 정화해야 한다. 사회의 각종 문제를 조금 일찍 발견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 가는 것이 정치다.
정치는 관성을 벗어나야 한다. 장애인이 절대 약자라는 관점도 바꿔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장애인이 보편적으로 약자로 취급받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럼 그 사람들이 대상으로 삼아서 투쟁하는 지하철 4호선을 타는 동북권 주민들은 강자인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치를 하는 이유는?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 광주 연설에서 얘기했듯이 저는 85년생이기 때문에 80년 광주에 대해서 아무 부담이 없는 세대다. 그리고 산업화, 민주화가 거의 완성된 다음에 활동한 사람이기 때문에 예전의 이분법적인 것에 구애받지 않는다. 상계동 사람의 정체성은 1990년대나 이럴 때 서울로 상경한 이들이 어떻게든 집 한 채 사고, 20평~30평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애들 신분 상승시키려고 공교육을 엄청나게 시켰던 시대를 상징한다. 그 시기에는 그렇게 하면 올라간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다들 열심히 살았다.
지금 저희 세대에서는 그게 많이 흐트러졌다. 집을 살 수 있다는 확신도, 아니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생각도 많이 없어졌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조국 사태를 얘기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왜 분노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보수 쪽에서도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지적할 기회’라고만 보고 끝냈다. ‘조국 이후’에 얼마나 새로운 시스템을 제시했느냐에 대해 고민이 없다.
대통령이 뜬금없이 사교육 업체를 때려잡겠다고 하고…. 이런 정도를 내세웠다. 이래서는 안 된다. 그걸 앞서서 고민하는 게 중요한데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저는 그런 것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내기 위해서 정치를 한다.
"실생활 곁에 있는 전체주의부터 떨쳐내는 게 중요"
그러다 보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클 듯한데.
정치도 사회과학의 일부라고 보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증명하면서 하나씩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옛날의 선거 전략은 지역 분할 구도에서 승리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강서구에서 충청도 표를 잡아야 한다면서 정진석 정우택 등을 투입한다는데 길거리 다녀보면 그분들을 알아보는 사람도 드물거니와 지금 여기서 우리 안 찍는 사람이면 젊은 사람들일 텐데 그런 걸 선거 구도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저는 이해가 안 된다.
세대 포위론이나 서진 정책 같은 새로운 전략을 입증해낸 게 저한테는 되게 좋은 결과였다. 정책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것저것 물어봐도 어떻게 그렇게 다 답을 하느냐고 말하지만, 미리 고민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앞서서 남들보다 고민해야 하는 게 정치인인데 그걸 안 하는 정치인이 너무 많다.
무엇이 보수라고 생각하는가.
보수도 공화주의, 자유주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대통령께서 보수 집단이 공산 전체주의와 싸워야 한다고 주문하지만, 공산주의 내에서 전체주의가 구현된 건 중국이나 북한 정도일 것이다. 보수는 항상 전체주의를 경계한다. 그런데 중도나 중도보다 왼쪽에 있는 분들은 공산 전체주의보다 무서운 게 용산 전체주의라고 생각할 것이다.
공산 전체주의라는 바다 건너 존재하는, 휴전선 이북에 존재하는 개념과 싸우기보다는 우리 실생활 곁에 와 있는 그런 전체주의를 떨쳐내는 게 중요하다. 국회의원이 우리 당에 110명 가까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한마디도 못 하고 대통령 눈치를 보고 있나. 그게 바로 용산 전체주의다. 그것부터 해소하고 밖에다 손가락을 돌리라고 말하고 싶다.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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