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밭 엎고…정부 수매 요구하던 금산
카카오메이커스 '제가버치' 사업 참여
PB상품 10억 매출 예상…신제품 개발 탄력
"인삼값이 폭락해서 화형식을 열고 인삼밭을 갈아엎을 정도로 힘들었죠. 농가가 살아남으려면 온라인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손원석 금산인삼협동조합 조합장은 충남 금산에서 3대째 인삼 농사를 짓고 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인삼값이 고꾸라지면서 생사의 위기를 맞았다. 인삼 수요가 줄고 수출길이 막힌 것이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에 금산 농가들은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며 수삼 600㎏을 불태우는 화형식을 치르고 인삼밭을 갈아엎기도 했다. 당시 금산수삼센터에선 수삼 10뿌리 한 채(750g)가 3만원 선에 거래됐는데,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25%가량 떨어진 가격이었다.
손 조합장은 "짧게는 5년, 길게는 50년 넘게 인삼 농사에 평생을 바친 분도 있다"면서 "모든 물가가 올랐는데 인삼가격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상황에 농민들의 속이 타들어 갔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인삼을 수매해주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자구책을 찾아야만 했다. 그때 만난 게 카카오메이커스의 '제가버치' 프로젝트다. 인삼 농가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제가버치 사업을 담당하는 이지승 매니저가 직접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보자"고 손을 내밀었다.
제가버치는 우리 농축수산물이 '제 값어치'에 판매될 수 있도록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판로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브랜드를 홍보하되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목표 수량을 정해놓고 판매한다. 중간 유통과정 없이 농가에서 직거래로 판매되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살 수 있다. 특히 온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에서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카톡의 파급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 인삼 8t가량이 팔리는 기록적인 성과를 냈다. 손 조합장은 "질 좋고 신선한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공급돼 농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농촌도 지역 상품을 홍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층이 좋아할 만한 인삼 가공식품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손 조합장은 "젊은이들에게 원물 인삼은 냉동실에 박아 놓는 처지로 전락했다"며 "입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게끔 신제품을 개발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장에는 이미 무수한 종류의 건강기능식품이 나와 있고, 인삼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먹기 좋은 형태로 가공해야 했다. 디저트처럼 먹을 수 있는 홍삼칩부터 72시간 달인 홍삼액, 간편하게 섭취하는 홍삼 스틱까지 국내산 인삼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다.
카카오 PB상품인 6년근 홍삼액 세트도 제작했다. 카카오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상품인 만큼 전문가로부터 안전성, 품질 검수를 받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 결과 지난해 1월부터 판매해 현재까지 약 1만8000세트를 판매했다. 매출액 10억원 달성이 코앞이다. 해외에서도 금산인삼을 찾게 됐다. 손 조합장은 "카카오톡 서비스가 보급된 베트남에서도 인삼 주문이 들어왔고, 중국 쓰촨성에도 제품을 수출했다"면서 "금산인삼은 맛과 향이 일정하고 사포닌 등 인삼의 유효성분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작년 11월에는 일면식도 없는 고객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았다. 전남 영암군에 사는 나모씨는 꾹꾹 눌러 쓴 손편지를 손 조합장 앞으로 보내왔다. 편지는 "금산인삼을 먹고 아내가 건강을 되찾게 돼 감사함을 전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손 조합장은 "인삼을 먹고 이렇게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농민의 한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제가버치 사업 참여로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됐다"며 "긍정적인 후기와 댓글이 달리고 재구매가 일어날 수 있도록 더 품질 좋은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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