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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탕후루 시대의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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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탕후루 시대의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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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탕후루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라고 한다. 가게마다 길게 줄을 서서 먹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대체 무슨 맛일까 하며 궁금해했다. 줄 서기는 귀찮고, 그렇다고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도 싫어서 MZ세대 후배에게 어떤 맛인지 물어보니 "엄청나게 단맛"이라고 평을 들려줬다. 달콤한 과일 위에 달콤한 설탕 시럽을 바른 것이니 달지 않을 리 없다. 비만율이 급증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당류에 당류를 얹은 디저트는 불티나게 팔리지만, ‘주식’인 쌀 소비량은 점차 줄고 있다. 사람들이 단순히 배만 채우는 데에 더 이상 가치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소외 계층을 제외하면 배를 채우는 것보다는 맛과 모양 등 식사의 질적 측면이 더욱 중요해졌다. 반세기 전만 해도 보릿고개 시기에는 굶주림에 시달려 ‘초근목피’로 삶을 연명하는 이들이 즐비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이런 시대의 굶주림은 ‘초근목피’ 시대의 굶주림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수년 전부터 열풍을 일으켰던 ‘간헐적 단식’이 대표적이다. 건강을 지키고, 보기 좋은 몸매를 만들어 ‘바디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간헐적 단식을 감행하는 것이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다른 쪽에서는 아이돌 몸매를 동경하는 소녀들이 무작정 굶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굶는 것이 곧 건강, 아름다움과 연결되는 것이다.


굶는 것, ‘단식’은 벼랑까지 몰린 이들의 정치적 투쟁의 수단으로 자주 활용돼 왔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영국 식민통치 하에서의 간디의 단식투쟁일 것이다. 국내에서는 야당 지도자 김대중(DJ)·김영삼(YS)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단식투쟁한 것이 가장 유명한 사례다. 엄혹한 군사정권 시기, 다른 수단이 없어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하는 것인 만큼 국민들에게는 그만큼 절박하게 와 닿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이뤄진 단식투쟁은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2016년·2017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단식투쟁이 그렇고, 8일 기준으로 9일째를 맞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도 그렇다. 오히려 돌아오는 것은 정치적 반대파의 비아냥과 조롱뿐이다.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 이들은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단식은 어쩌면 요즘 시대에는 공감 받기 어려운 정치 투쟁 수단일지 모른다. 민주화로 단식투쟁을 하던 DJ·YS 시대는 ‘초근목피’로 배 채우던, 보릿고개가 돌아오면 배를 곯던 쓰라린 기억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그 고통을 아는 이들에게는 단식이 좀 더 절박한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배를 곯아 본 기억이 있는 이들보다는 없는 이들이 더 많고, 특히 청년층에서는 더 그러하다.


정치적 저항 수단도 예전보다 더 다양해졌다. 엄혹한 군사정권, 식민 지배 시대가 아니다. 원하면 얼마든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주장을 펼칠 수 있고 서명운동, 장외투쟁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얼마나 호소력 있는 투쟁 메시지, 명분을 내거는지 여부가 단식이라는 투쟁의 형식보다 더 중요하다.


‘굶는 것’의 의미가 달라진 세상, 정치적 저항의 수단도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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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이슈1팀 차장




이지은 이슈1팀 차장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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