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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만난 사람]"日 사로잡은 K웹툰…일본은 2차원, 한국은 3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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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뜨는 것들의 비밀' 나카야마 아쓰오 인터뷰
日 유일 엔터 사회학자
작년 日 히트작 '원피스·드래곤볼·울트라맨'
오래된 콘텐츠 가능성 여전
"한국 엔터 분석서도 펴내고 싶어"

이 땅에 이른바 K-엔터테인먼트가 뿌리내리기까지 J(일본)엔터테인먼트가 미친 영향력은 실로 거대했다. 저작권 개념이 흐릿했던 광복 이후부터 유입되기 시작해 19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만화, 음악,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등의 해적판 콘텐츠가 유입되면서 문화적 토양을 구축했다. ‘우주소년 아톰’은 무려 1952년 작이다. 이후 ‘슬램덩크’ ‘드래곤볼’ ‘닥터슬럼프’ ‘도라에몽’ 등은 만화·애니메이션으로 사랑받았고, 게임 ‘슈퍼마리오’는 ‘닌텐도’를 통해 한 시대를 풍미했다. 만화·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는 ‘포켓몬GO’ 게임으로도 제작돼 열풍을 일으켰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탄생한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은 지금도 걸작이라 평가받는다. ‘잃어버린 30년’이란 일본의 경제침체 속에 나름의 흥망성쇠가 존재했으나, 엔터테인먼트 자체적으로는 건재함을 유지했다. 그 안에 숨은 저력은 무엇일까. 어떤 맥락 속에서 발전하고 진화했을까. 모방을 거쳐 창조를 이뤄내 이제는 ‘웹툰’ 장르를 일본에 역수출한 K-엔터테인먼트가 얻어야 할 교훈은 뭘까. J엔터테인먼트 역사를 분야별로 분석한 ‘모든 뜨는 것들의 비밀(사회평론)’의 저자 나카야마 아쓰오 엔터테인먼트 사회학자에게 질문을 건넸다.

[책으로 만난 사람]"日 사로잡은 K웹툰…일본은 2차원, 한국은 3차원" '모든 뜨는 것들의 비밀'의 저자 나카야마 아쓰오가 17일 서울 마포구 사회평론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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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을 엔터테인먼트 사회학자로 소개했다. 다소 생소한데, 어떤 개념인가. 또 대표로 있는 Re엔터테인먼트는 무엇이 차별화되나.

▲사회학자로서 일본 사회에서 엔터테인먼트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분석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회학자는 제가 일본에서 유일한 것으로 안다. ‘쿨재팬(Cool Japan)’ 정책 일환으로 일본의 매력적인 콘텐츠를 해외에 알리기 위한 자문도 하고 있다. 게임, 출판, 방송 등 다양한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일본에는 인기 있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해외에서 다시 주목받도록 컨설팅하는 회사가 드물다. Re엔터테인먼트는 게임·애니메이션 제작, 무대화 경험 등을 바탕으로 일본 콘텐츠를 해외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가로서 최근 한국에서 ‘슬램덩크’가 다시 주목받은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나.

▲지난해 일본 내 히트작 4개를 꼽으라면 ‘원피스’ ‘드래곤 볼’ ‘기동전사 건담’ ‘울트라맨’이라 할 수 있다. 세상에 나온 지 10년도 더 됐지만 지난해 최고 수익을 올렸다. 본래 오리지널 만화를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만들면서 구매가 늘었다. 과거에는 TV가 주요한 전달 통로였지만, 이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모바일 게임 등을 통해 다양하게 주목받고 있다. ‘슬램덩크’ 역시 최근 20년간 관심 밖에 있었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적절한 계기만 있다면 오래된 콘텐츠도 충분히 다시 조명받을 수 있다.


-원작 만화가 다양한 형태로 주목받고 있는 건데, 현재 일본 만화 시장 상황은 어떠한가.

▲2016년 정도까지는 하락세였다. 만화 산업 규모가 5000억엔(약 4조5000억원)에서 4000억엔(약 3조6000억원)까지 떨어졌다. 다만 최근 7년간 종이책의 전자화가 이뤄지면서 7000억엔(약 6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만화를 종이에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다.


-일본 웹툰 시장에서 K-웹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들었다.

▲전체 웹툰의 80%가 한국에서 들어온 것들이다. 일본 내 한국 웹툰의 규모는 1000억엔(약 9000억원) 정도다. 전체 시장의 7분의 1 수준으로 꽤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K-웹툰이 주목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웹툰 자체가 한국에서 넘어온 것이기에 많은 점이 새롭다. 일단 내용이 심플하면서도 흡입력이 있다. ‘킬링타임’을 원하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아주 잘 충족한다. 화려한 컬러도 재밋거리다. 흑백 일본 만화에 비해 생동감이 크다. 보는 방식도 이전 만화는 페이지를 옆으로 넘기는 방식이었지만, 한국 웹툰은 스크롤을 내려 보는 점이 신선하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현재 일본 내에 100여개의 웹툰 회사가 생겼다.


-1960~197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핑크영화’와 ‘로망 포르노’에 한 챕터를 할애했다. 사실 영화 업계에서 당시 허용됐던 표현의 자유는 숱한 걸작들을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도 유효한가.

▲제2차세계대전 후 대중 수요와 연합국 최고사령부의 3S(스포츠·섹스·스크린) 장려 정책에 힘입어 일본 영화 시장은 호기를 맞았다. 1960년대 연간 관객 수만 10억명에 달했다. 당시 일본 인구가 8000만명었던 점을 고려할 때 엄청난 수다. 하지만 이후 TV가 보급되면서 당시 영화계 대기업들의 영화 제작 편수가 크게 줄었다. 그 공백을 메운 것이 핑크영화다. 배우들의 노출이 있지만 각본, 줄거리가 있고, 연기력이 요구됐다. 개별 감독들이 저예산으로 촬영해 영화 회사에 팔았고, 일반 영화와 거의 동일하게 배급됐다. 제작 기한과 비용은 3일 300만엔(2700만원)으로 기존 1년, 2억5000만엔(22억7000만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굿바이’의 다키타 요지로, ‘쉘 위 댄스’의 스오 마사유키, ‘링’ 나카타 히데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유키사다 이사오 등의 유명 감독이 당시 핑크영화로 실전 경험을 쌓았다. 다만 비디오가 보급되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기세를 잃었다.


-책에서 출판 산업 흐름을 분석했는데, 한국에서는 일본인 하면 책 읽는 국민이란 인식이 남아있다. 어떤 환경이 영향을 끼쳤나.

▲1900년대 초 ‘활자’에 굶주렸던 사람들이 읽고 쓰기를 배우면서 급격하게 출판물을 갈구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1970~1980년대에 출판사가 많이 세워졌다고 들었는데 일본은 그보다 앞선 태평양 전쟁(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판사가 최고의 벤처기업으로 여겨졌다. 1945년에 300여개, 191년 4000여개의 출판사가 생겼다. 로망 포르노 사례처럼 읽기 쉽게 재단한 온갖 종류의 글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콘텐츠에 밀려 수요가 크게 줄었다. 일례로 잡지 시장은 규모가 1조5000억엔(약 13조6000억원)에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게임으로 이동해 이제는 지하철에서도 책 읽는 사람이 드물다.


-일본인은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더 추구한다고 들었는데. 전자책 선호도는 어떠한가.

▲출판시장에서 전자책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었다. 전체 규모가 7000억엔(약 6조3000억원)이라고 하면 전자책 비중이 4000억엔(3조6000억원)이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전자책으로 먼저 보고 괜찮다 싶으면 종이책을 구매하는 비중이 더 높다.


-한국과 일본의 콘텐츠 시장을 비교했을 때. 무엇이 크게 다른가.

▲인기도 면에서 봤을 때 일본은 애니메이션과 만화, 게임 등이 두드러진다. 다만 일본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 기술은 지녔지만 그걸 수익화하는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처럼 대단한 작품이 세계적으로 더 주목받게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한국은 드라마, 음악, 연예인의 인기가 큰 것 같다. 가수들의 노래와 춤은 상상초월이다. PC게임도 탁월하다. ‘MMORPG(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은 일본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다. 일본이 2차원적이라면 한국은 3차원적인 느낌이다.


-일본 엔터테인먼트를 분석해 소개했는데, 반대로 한국 엔터테인먼트를 분석해 일본에 소개할 계획도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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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100년 엔터테인먼트 역사를 다뤘는데, 아직 입구에 이른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한국판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나카야마 아쓰오
1980년 일본 도치기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 대학원 수료(사회학 전공), 캐나다 맥길대학 MBA 수료. 리크루트 스태핑, DeNA, 딜로이트 컨설팅을 거쳐 반다이남코 스튜디오 소속으로, 캐나다, 말레이시아에서 게임 개발·아트 회사를 신규 설립했다. 2016년부터 부시로드 인터내셔널 사장으로 싱가포르에 주재하며 카드게임, 애니메이션, 게임, 프로세스, 음악, 이벤트 등 일본 콘텐츠를 해외에 소개했다. 와세다대학 비즈니스스쿨 비상근 강사,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 비상근 강사를 역임했다. 2021년 7월 엔터테인먼트 경제권 창출과 재현성을 추구하는 주식회사 Re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현재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IP 개발·해외화를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는 동시에 벤처 기업의 사외 임원(플롯 사외이사, 캬라아트CHARA-ART 사외감사), 대학에서 연구·교육(게이오기주쿠대학 경제학부 방문연구원, 리쓰메이칸대학 게임연구센터 객원연구원), 행정 자문·위원(경제산업성 콘텐츠 IP 프로젝트 주임)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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