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규모 英·獨 모두 제쳐
튀르키예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기업공개(IPO) 시장도 때아닌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넘치는 유동성에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면서 튀르키예의 IPO 시장 규모가 영국, 독일 등 주요국들을 넘어섰다.
24일(현지시간) 딜로직에 따르면 이스탄불 증권거래소에서 올 들어서만 30개 기업이 IPO를 통해 19억달러(약 2조5200억원)를 모집했다. 자금 조달액 기준으로 런던(9억6700만달러), 프랑크푸르트(11억달러) 등 서유럽 주요국 증시 IPO 규모를 넘어섰다. 외신들은 "이스탄불 증시가 세계 10대 IPO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탄불 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 100대 지수인 보르사이스탄불(BIST 100)이 현지 리라화 기준으로 약 36% 급등해 신흥국 증시 중에서 가장 강세를 보였다. 주요 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튀르키예 현지 기업들의 IPO 도전도 이어졌다. 통상 주식 거래량이 증가하면 IPO 시장도 활기를 띤다.
올해 상장한 기업 대다수는 소매 중심의 내수 기업들이다. 케밥 프랜차이즈인 바이되너는 최근 상장을 통해 1400만달러를 모금했고, 대기업 계열사인 칼레세라미크는 1억100만달러를 조달했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 랠리도 투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이스탄불 증시에 상장한 기업 중 BIST100 지수에 속한 기업의 주가는 리라화 기준으로 평균 550% 이상 급등했다. 이는 BIST100 지수 상승률(300%)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외신들은 장기간 이어진 인플레이션에 폭락하는 리라화 환율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주식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졌다고 해석했다. 치솟는 물가에도 중앙은행이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하자 증시가 자금 피난처로 떠오른 것이다.
IPO 붐을 이끈 건 개미들이었다. 올해 상장한 케일의 경우 전체 공모주 물량의 79%를 개인 투자자들이 받아갔고, 기관투자자와 우리사주조합 비중은 각각 20%, 1%에 그쳤다.
튀르키예 자본시장협회에 따르면 튀르키예의 주식 투자자 수는 현재 510만명으로, 2019년 초 이후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주식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지분율은 38%로, 두 배 증가했다.
이스탄불 투자은행 운루앤코의 기관 영업 책임자인 툰크 일디림은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자동차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 매입과 함께 주식에 자금을 묻어두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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