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10초 골든타임에 생사 갈린다"...무차별 흉기 난동 대처하려면

시계아이콘02분 23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르포]성동생명안전배움터 ‘호신술 교육’ 가보니
'묻지마 범죄' 기승…'도망'도 훈련이 필요하더라

"10초 골든타임에 생사 갈린다"...무차별 흉기 난동 대처하려면 “손목 꺾고 낭심 차고 이런 건 수련이 없으면 실제 상황에선 소용없다”, "골든타임 10초를 벌고, 힘껏 도망쳐라” 최근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르자 호신술 교육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성동구청이 마련한 '생활 호신술 안전교육' 모습.(사진=김민진 기자 enter@)
AD

“하나, 그렇지” “둘, 그렇지”…”아홉, 오케이” “열, 오케이” “박수”

“계속 막아, 막아야 해”

“왼손으로 밀고, 오른손으로 찍어!” “가방 들어, 원투 원투”


일요일인 지난 20일 정오. 서울 성동구 마장동 성동생명안전배움터 1층 실습장엔 가방 부딪히는 소리와 구령 소리가 울렸다. 20~30대 여성들이 대부분인 교육생들은 안간힘을 써서 강사가 휘두르는 흉기를 막고, 도망치는 훈련을 반복했다.


실습 중 웃음소리가 자주 들렸지만, 강사의 공격이 반복되고 점차 거세지자 일대일 실습하는 교육생의 얼굴은 빨개져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강사는 교육생을 실전 같은 극한으로 몰아붙였고 실습장엔 잠깐씩 긴장감이 흘렀다.


“골든타임 벌고 있는 힘껏 도망쳐라”

“방어는 침착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가방을 두 손으로 잡고 타이밍 맞춰 뻗어야 칼이 못 들어와요. 정신 바짝 차리고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으면 상황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말이 쉽지, 실전에서는 어려워요. 위험한 상황을 미리 연습해 두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선 얼어붙어 몸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호신술 강의와 실습을 맡은 한국아르니스협회 호신술센터의 전성용 사범(협회장)은 “손목 꺾고 낭심 차고 이런 건 수련이 없으면 실제 상황에선 소용없다”며 “골든타임 10초를 벌고, 힘껏 도망쳐야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꾸준히 수련하고 힘을 기른 전문가가 아니면 작정하고 달려드는 상대를 제압하거나 대항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전 사범은 “방어는 도구를 이용해야 하고, 그러니 항상 가방을 휴대하거나 바로 꺼낼 쓸 수 있는 쿠보탄과 같은 호신 도구 하나쯤은 꼭 들고 다녀라”고 했다. 호신용 전자 호루라기 역시 도망에 유용한 도구다.


전 사범은 “다급한 상황에서 언제 핸드백에서 후추 스프레이 꺼내서 뿌리겠나. 호루라기 소리에 누가 도와주러 온다고 생각해도 오산이다. 위해를 가하려는 상대가 큰 소리에 당황했을 때 도망치기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안전하지 않은 장소에서 이어폰을 꽂고 있거나 휴대전화에 정신이 팔린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10초 골든타임에 생사 갈린다"...무차별 흉기 난동 대처하려면 호신술 교육 참가자가 괴한 역할을 한 강사의 공격을 있는 힘껏 막아내고 있다.(사진=성동구 제공)

어쩌다 이 지경에…웃어도 웃는 게 아냐

이날 20명의 교육생은 전 사범과 호신술센터의 고경아 여성 사범의 조로 나뉘어 1시간 30분 넘게 실습했다. 실습에는 훈련용 막대가 사용되기도 했지만, 강사는 실제 흉기와 똑같은 모양과 색상의 모형 칼로 일대일 훈련을 반복했다.

전 사범은 “실제 상황에서는 은색 흉기를 보면 사람들은 얼어버린다”며 “대처하려면 훈련이 돼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내가 자주 다니는 길에서 예상되는 상황을 가상으로 설정해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해야 하고, 급소를 보호하는 적극적인 방어 훈련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흉기 공격에서 살아남으려면 경동맥, 기도와 같은 급소와 심장, 폐, 비장과 같은 주요 장기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가방으로 방어할 때도 가방을 가슴 높이까지 올리고 있다가 타이밍 맞게 팔을 뻗었다 거둬들여야 신속한 방어가 가능하고, 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선 쿠보탄(볼펜 모양의 호신용 열쇠고리. 송곳으로 내리찍듯 상대방을 찌르는 용도로 사용된다) 같은 호신용품으로 쇄골이나 가슴골, 안와(눈구멍) 등 급소를 찔러야 하는데 이 상황을 미리 가정하고 연습하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고경아 사범은 “흉기 난동범은 흉기를 위에서 찍거나 아래에서 찌르는 경우가 가장 많고, 오른손잡이가 많기 때문에 이런 걸 고려해서 방어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은 중간중간 웃음이 터지며 즐겁게 진행됐지만, 현실은 심각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최재경(54)·최승희(50) 부부는 “요즘 무차별 흉기 난동과 같은 사건이 많아 교육을 신청했는데 생각만 했던 것과 실제 몸으로 부딪쳐 해보는 건 정말 다르다는 걸 느꼈다”며 “현실이 씁쓸하지만, 기회가 되면 고3인 딸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10초 골든타임에 생사 갈린다"...무차별 흉기 난동 대처하려면
호신술 교육한다니 6시간 만에 ‘매진’

이날은 성동구청이 구민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생활 호신술 안전교육’ 두 번째 날이다. 성동구는 최근 도심 흉기 난동과 같은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자 발 빠르게 호신술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주말인12일과 20일, 27일, 다음달 2일 4차례에 걸쳐 회당 15명씩 총 60명만 신청받기로 했지만, 이달 초 교육 공지가 나가자 접수 신청이 빗발쳤고, 결국 회당 인원을 20명으로 늘려 80명을 받았다. 그마저도 접수 당일 6시간 만에 마감됐다.


호신술 교육의 높은 인기는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해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 이어 최근 신림역과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에 이르기까지 무차별 묻지마 범행으로 인해 ‘안전지대가 사라졌다’는 공포는 전 국민에게 확산하고 있다. 직장인 서민지씨(28)는 “출퇴근으로 매일 왕십리역 부근을 지나는데 최근 왕십리역 살인 예고 사건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그래서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호신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문가현(20)씨는 “평소에도 호신술에 관심이 많아 유튜브 등을 봤지만 현실에서 가능할지 의문이 있었다”며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호신술을 계속 배우고 싶다”고 했다.


AD

성동구는 호신술 교육 상설화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강성호 성동생명안전배움터 센터장은 “교육생들의 반응과 평가를 종합해 보고 호신술 교육을 정규과정으로 편성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초 골든타임에 생사 갈린다"...무차별 흉기 난동 대처하려면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자 성동구는 긴급하게 호신술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사진은 한국아르니스협회 호신술센터의 고경아 사범이 교육생을 가상으로 공격하는 모습.(사진=성동구 제공)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