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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조롱당하는 LK-99…짙어지는 회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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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 퀀텀에너지연구소
'꿈의 물질' 상온상압초전도체 개발 주장
대만 등 외국 과학자들 재현 시도 실패
회의적 시각 강해져…SNS 조롱 영상 등장
연구소 측 "이미 초전도성 확인" 반박

우리나라 연구팀의 상온ㆍ상압 초전도체(LK-99) 개발 주장에 대한 국제 과학계의 검증 시도가 잇따라 실패했다. 주류 과학계의 회의적 시각이 짙어지고 있다.


[과학을읽다]조롱당하는 LK-99…짙어지는 회의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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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의 실패 사례는 대만 연구팀이다. 대만 타이완뉴스는 6일 왕리민 대만국립대(NTU) 물리학과 교수가 이달 1~5일 사이 LK-99 시편을 만들어 공개적인 초전도성 재현 실험을 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왕 교수는 "실험실에서 만들어 낸 물질은 약간의 반자성(diamagnetic)을 띠었지만 전기 저항이 제로가 되는 현상은 관측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왕 교수 연구팀은 그러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으며 온도ㆍ압력 등 조건을 변경해 추가 실험을 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국내 벤처 '퀀텀에너지연구소' 관계자들은 사전 논문 게재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동료 검증 없이 발표한 두 편의 논문을 통해 상온(섭씨 127도)·상압 초전도체인 'LK-99'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전 세계적으로 검증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이후 잇딴 재현 실험이 실패하면서 전 세계 과학자들의 회의적인 시각도 강해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4일(현지 시각) "(한국팀이 발표한)LK-99의 초전도성 여부를 이론적ㆍ실험적으로 검증하려는 초기 노력들이 실패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우선 중국 베이항대, 인도 국립물리연구소가 각각 LK-99를 구현해 실험한 결과 전기 저항 제로ㆍ마이스너 효과(Meissner effect) 등 초전도체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 난징 둥난대도 재현 시도에 나섰지만 비교적 고온인 영하 163도에서 전기 저항 제로 현상을 확인했을 뿐 마이스너 효과를 검증하진 못했다. 이같은 결과가 굳어지면 LK-99 개발 성공 발표는 허위가 된다. 관련 주식 시장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어 2000년대 초반 이른바 '황우석 사태'를 방불케 하는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우선 해당 연구진들이 얼마나 정확히 LK-99를 재현해 냈냐가 관건인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베이항대 연구팀은 원자 단위까지 이미지화할 수 있는 X-선 회절 기술을 사용해 LK-99와 매우 유사한(highly consistent) 물질을 만들어 검증했다는 입장이다. 인도 국립물리연구소팀도 마찬가지다. 이 연구소의 비르팔 싱 아와나 연구원은 네이처에 "약간의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 한국팀의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론도 존재한다. 로버트 팔그레이브 칼리지런던대 화학과 교수는 "인도ㆍ중국팀이 만든 물질의 X-선 회절 패턴은 한국팀의 LK-99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둥난대가 제작한 물질이 좀 더 한국의 것과 유사했지만 큰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에반 잘리스 겔러 미국 MIT 물리학 교수는 네이처에 "(둥난대 제작 LK-99가 보여준) 영하 163도에서의 전기 저항 제로 특성은 구리 같은 저저항 금속과 별로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론적 검증 결과도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 논란은 여전하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등 4곳에서 논문에 제시된 LK-99의 결정 구조를 밀도 함수 이론(DFT)으로 계산한 결과 초전도체에서 나타나는 플랫 밴드(Flat bands) 구조를 확인하는 등 희망적 연구 결과가 잇따랐다. 그러나 비판은 거세다. 레슬리 스쿱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해당 연구들이) LK-99의 구조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동일한 가정을 통해 나온 결과라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만약 플랫 밴드 구조가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상온 초전도체의 증거가 될 수는 없으며 꼬인 그래핀 구조(탄소 원자로 구성된 초박막)와 같은 다른 물질 상태와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회의적인 시각은 국내에서도 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지난 2일 "현재까지 연구소 측이 공개한 논문과 영상을 보면 초전도체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으며, 고려대ㆍ서울대ㆍ성균관대 등에서도 재현 시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 측의 혼선도 회의론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22일 일부 연구진에 의해 2시간 앞서 올라간 논문은 초전도 현상의 원리로 양자 우물(SQW) 현상을 들었다. 반면 다른 연구진에 의해 늦게 올라간 다른 논문에선 기존 BCS 이론을 확장한 EBR-BCS 이론을 근거로 제시했다. 1950년대 나온 BCS 이론은 원자 속 전자들이 특정 조건 하에 뭉쳐 격자 구조(쿠퍼쌍)를 이루면서 전기 저항이 사라진다고 본다. 같은 연구를 하던 학자들이 동일 현상에 대해 다른 원리를 들어 설명한 논문을 각각 올리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연구팀 내부에서 이견에 따른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연구팀이 올린 동영상이나 자료가 헛점 투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외국에선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LK-99를 조롱하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에릭 아스플링 미국 빙햄턴대 교수는 지난 2일 트위터 계정에 "나도 LK-99 샘플을 만들었다"면서 금속 포크를 투명 테이프에 붙여 자석 위에 '공중 부양'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올려 조롱했다. 또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본떠 '미확인 초전도체(USOㆍUnidentified superconductivng objects)'라는 비아냥 섞인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과학을읽다]조롱당하는 LK-99…짙어지는 회의론 에릭 아스플링 미국 빙햄턴대 교수가 트위터에 올린 LK-99 조롱 동영상.

한편 LK-99를 개발한 국내 벤처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언론 접촉을 피한 채 검증을 위한 샘플을 만드는 데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석배 대표가 한 달 후쯤 여러 내용을 종합해 발표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저자인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메리대 연구교수도 최근 뉴욕타임스(NYT) 등 여러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실험을 거쳐 초전도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LK-99는 이른바 '고려대 상온초전도체'로도 불린다. 1999년 이 물질을 처음 발견한 고(故) 최동식 고려대 명예교수와 제자들이 연구하고 있어서다. 구리와 납, 인산염 등 흔하고 값싼 소재로 만들어졌다. 초전도체는 1911년 처음 발견됐는데, 원래 영하 200도 안팎의 극저온 또는 초고압 상태에서 물질 내부의 전기 저항이 제로가 되는 상태를 말한다. 외부의 자기장에 반발해 공중 부양하는 반자성 효과(마이스너 효과ㆍMeissner effect)도 일어난다. 현재도 입자 가속기, 발전기, 송ㆍ배전 설비에서 일부 상용화됐고, 양자컴퓨터 등의 연구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극저온ㆍ초고압을 위한 고비용ㆍ특수 장비가 필요해 제약이 크다. 과학자들은 상온ㆍ상압에서도 초전도성을 구현하는 물질을 개발하면 에너지ㆍ소재 혁신은 물론 핵융합 발전ㆍ양자컴퓨터 구현에 활용되는 등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모든 소재는 전기 저항으로 에너지가 손실된다. 예컨대 현재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전선을 통해 수요처에 가는 동안에만 4%가 열로 사라진다.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상용화되면 발전기의 효율이 극대화돼 소형으로도 고용량 전기 생산이 가능해진다. 송ㆍ배전ㆍ저장 과정에서 손실이 없어진다. 결국 전기 생산ㆍ소비량을 훨씬 줄여 그만큼 환경 오염ㆍ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 핵융합 발전이나 양자 상태를 구현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 손쉽게 충족되면서 멀기만 하던 '인공태양' 또는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도 급격히 진전될 전망이다. LK-99 개발 관련 논문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자 주식시장에 '테마주'까지 등장하면서 세상이 들썩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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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직 논문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9월 랑가 디아즈 미국 로체스터대 교수의 '세계 최초 상온 초전도체 발견' 논문이 철회됐으며, 올해 3월 새로 게재된 두 번째 논문에 대한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설혹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과 장벽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섣부른 판단으로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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