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종에서는 부처님과 보살을 '깨달은 세계'라는 의미의 '지정각세간(智正覺世間)'으로, 깨닫지 못한 중생을 '중생세간(衆生世間), 지정각세간과 중생세간이 자리한 시간과 공간과 무정물 등을 '기세간(器世間)'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온 우주, 법계를 구성하는 이 세 가지 세간은 실상 서로 구분할 수 없으며 원융한 하나의 사태일 뿐이라고 주장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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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참모습을 알지 못한다면 나는 과거에 매달리고 현재에 집착하며 미래를 걱정합니다. 또 나는 여기에 갇혀서 거기에 이르지 못하여 시방세계에 두루하지 못합니다. 또 나는 '나'에게 매달리느라 '너'를 밀어내고 '부처님'을 존경하며 '중생'을 깔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구분은 무엇을 기준으로, 무엇에 의거한 것인가요? 어떤 것을 다른 어떤 것으로부터 구분하고 구별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나'와 '너', '중생'과 '부처님', 과거와 미래와 현재, 여기와 거기를 구분하는 기준과 근거를 파헤쳐 보면 우리의 끊임없이 윤회하는 삶과 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무수한 개념의 동어 반복, 그리고 동어 반복의 반복이 계속될 뿐 모든 것의 기준, 근거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이 구절에서 설하는 모든 사태의 참모습입니다. 그것을 <화엄경>에서는 '연기의 참모습', 다른 말로 '공(空)'이라고도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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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람, <인문학 독자를 위한 화엄경>, 불광출판사, 1만6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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