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후 재데뷔, '장수'하는 아이돌
독특한 콘셉트로 서구권에서 인기
꾸준히 해외투어 K팝 알리는데 기여
요즘 국내 가요계는 낭만이 사라져간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엔터사 출신 아이돌은 승승장구하는 반면 중소 엔터사 출신 인기 그룹은 보기 어렵다. 최근엔 중소엔터사 출신 '피프티피프티'가 인기를 얻자마자 소속사와 법적 분쟁을 벌이는 씁쓸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드림캐쳐'는 이런 시대에 보기 드문 걸그룹이다. 2017년 데뷔한 이 그룹은 소속사 '드림캐쳐컴퍼니'와 함께 묵묵히 K팝을 알리는데 기여해왔다. 그저 오래 버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스페인의 세계적인 락페스티벌 '프리마베라 사운드'에 K팝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초대를 받았다. 당시 비행기 연착으로 발이 묶이자 주최 측에서 전세기를 보내줬다. 무사히 진행한 공연에 해외팬들은 '떼창'으로 호응했다.
드림캐쳐의 별명은 '계단돌'이다.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성장한다는 점에서 팬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데뷔 1924일만에 지난해 첫 음악방송 1위를 했다. 데뷔 당시 초동(첫 일주일 판매량) 4200장이었던 앨범 판매량은 17배가량 불어난 7만2900장으로 성장했다. '홀급(3000석 내외)' 해외투어를 매년 진행하는 걸그룹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꾸준히 이 정도 관객 동원력을 가진 국내 걸그룹은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독특한 컨셉으로 '양덕' 양산
드림캐쳐는 7인조 그룹이다. 이중 5명은 2014년 데뷔한 '밍스' 출신이다. 발랄한 컨셉에 청순한 느낌의 노래를 하던 밍스는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야말로 쫄딱 망했다. 드림캐쳐컴퍼니는 멤버 2명을 추가해 2017년 걸그룹을 새로 내놓았다. 바로 드림캐쳐다. K팝 아이돌로는 특이한 콘셉트로 '틈새 시장'을 노렸다.
밍스와 비교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랐다. 락과 메탈 장르 위주의 음악, 어두운 콘셉트가 주력이 됐다. 메이크업과 헤어, 코디도 이에 맞춰 강렬한 느낌으로 확 바꿨다. 반응은 해외에서 먼저 왔다. 뮤직비디오를 보고 브라질 공연기획사에서 연락이 왔다.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드림캐쳐는 데뷔 8개월만에 월드투어를 떠났다. 일본·브라질·영국·프랑스·독일 등 3개 대륙 9개국을 돌았다. 이때를 시작으로 그동안 월드투어만 9차례 했다.
MD마케팅과 플랫폼 적극 활용
무언가에 파고드는 것을 '덕질'이라고 한다. K팝 팬들 사이에선 많이 쓰이는 용어다. 드림캐쳐의 MD(Merchandise)는 독특한 디자인과 제품으로 '덕질'을 하는 팬에게 인기다. 대표적인 것이 응원봉이다. 아이돌 응원봉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유명하다. 3단 분리와 합체가 가능하며 3단 합체시 길이가 78cm에 달한다. 디자인은 중세 판타지풍이다. 첫 출시 당시 품절 사태를 빚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콘셉트와 어울리는 로브도 인기였다. 티켓 매출보다 MD 매출이 더 많을 때도 있다고 한다. 보통 공연 당일 공연장 근처에 부스를 차려 MD를 판매한다.
'위버스'에 초기에 입점한 것도 팬층을 늘리는데 도움이 됐다. 위버스는 하이브가 2018년 만든 팬덤 플랫폼이다. 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다. 드림캐쳐는 2020년 입점했다. 당시만 해도 출시 초기였으며 하이브 소속 이외의 외부 아티스트가 거의 없었다. 다른 아티스트를 보러 위버스에 온 팬들이 드림캐쳐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었다. 위버스가 세계 최초로 1억 다운로드를 돌파한 팬덤 플랫폼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드림캐쳐 커뮤니티에 가입한 팬은 24일 현재 45만8800명이다.
같은 꿈을 꾸는 회사와 멤버들
드림캐쳐는 올초 모든 아이돌이 쉽게 뚫지 못하는 난관인 재계약 관문을 통과했다. 드림캐쳐는 이제는 계단돌을 넘어 '엘리베이터돌'을 꿈꾼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영어 앨범이다. 올 하반기 중으로 기존 노래를 영어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앨범을 출시할 계획이다.
앨범 출시와 함께 북미 투어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의 팬층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드림캐쳐컴퍼니 역시 외부 투자 유치에 주력하는 동시에 드림캐쳐의 활동 지원에 힘쓸 계획이다. 조동현 드림캐쳐컴퍼니 본부장은 "해외투어를 할 때마다 서양팬들이 호응해주고 점점 팬이 많아지는 모습에 지금도 놀란다"며 "앞으로도 K팝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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