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공대 출신으로 쇼팽콩쿠르 3차 결선행
2018년 日대형 콩쿠르 우승 '음악가 삶' 다짐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내한 독주회
일본 피아니스트 스미노 하야토는 만화 주인공 같은 사람이다.
그는 일본 최고 학부인 도쿄대 공대를 졸업한 수재다. 한편으로 피아노 강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3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26살 때인 2021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3차 결선에까지 올랐다. 쇼팽 콩쿠르는 모든 피아니스트가 선망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피아노 콩쿠르. 음대 비전공자가 20명까지 추리는 3차 결선에 오르기는 하야토가 처음이었다. 그는 단숨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가 됐다.
피아니스트와 엔지니어, 어느 쪽으로든 미래가 활짝 열려있는 행복한 사나이. 오는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독주회를 앞둔 하야토에게 향후 어떤 삶을 선택하고 싶은지 서면으로 물었다.
하야토는 2018년 음악의 길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그 해 하야토는 전(全)일본 피아노 지도자 협회(PTNA)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일본에서 큰 음악 콩쿠르인 PTNA에서 우승했을 때, 음악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다짐했다. 2018년 음악인으로서 경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2018년 이전의 피아노 연주는 단지 취미 생활이었다고 했다. 다만 마음 한편에서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을 계속 키웠다. "2018년 전까지 취미 생활로 피아노를 연주했지만 아무도 모르게 더 많은 연주 경험을 갖기 위해 애썼다."
하야토는 현재 자신은 엔지니어로서보다 음악가로서 지닌 기술이 훨씬 뛰어나다고 했다. "(엔지니어) 학위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 공부했지만 전문적인 프로그래머나 연구원이 될 만한 특별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도쿄 공대를 다니는 여느 학생과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음악가로서의 제가 가진 기술과 비교하기 어렵다."
2021년 쇼팽 콩쿠르도 하야토의 삶을 확 바꿔놓은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는 자신이 재탄생한 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쇼팽 콩쿠르 직후 그는 당시의 감흥을 담아 '태동(New Birth)'이라는 곡을 작곡했다. 이번 연주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2021년 쇼팽 콩쿠르 직후에 작곡했고, 콩쿠르 이후에 재탄생한 내가 반영된 곡이다."
하야토는 '태동'을 비롯해 자작곡 4곡을 이번 연주회에서 들려줄 예정이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하야토가 연주 실력도 출중하지만 매력적인 작곡 기술도 갖고 있다고 평했다. 허 평론가는 특히 하야토가 작곡한 '빅 캣 왈츠(Big Cat Waltz)'라는 곡과 관련해 "굉장히 매력적인 작곡 기술을 볼 수 있다. 어딘가 19세기 감성이 묻어나는, 클래식한 감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빅 캣 왈츠는 하야토가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을 위해 작곡한 곡이다. 그는 "고양이가 크고 뚱뚱하지만, 점프하고 노는 것을 보면 둔하지 않은 재빠른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이러한 대비되는 모습이 음악적으로 표현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작곡 외에 바로크 시대 작곡가 바흐(1685∼1750)와 장필리프 라모(1683∼1764)의 곡, 프리드리히 굴다(1930∼2000)와 니콜라이 카푸스틴(1937∼2020) 등 현대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한다.
하야토의 이번 내한 공연은 두 번째다.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내한해 서울, 부산, 인천에서 세 차례 연주했다. 모두 매진이었다.
마음 한편에 품었던 피아니스트로서의 입지가 차츰 단단해지면서 마음에 여유도 생긴듯하다. 그는 "일본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즈음, 언론에서 '도쿄 대학교를 졸업한 피아니스트'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달갑지 않았다"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과 저의 학력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대에서 배운 엔지니어링 경험이 나의 음악적 배경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연주할 때 엔지니어링 지식을 아주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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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토는 "피아노를 계속 연주하고 작곡과 편곡 공부도 지속해 나중에는 영화음악이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까지도 쓸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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