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Why&Next]12년만에 재현된 뱅크런…새마을금고는 왜

시계아이콘03분 33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글자크기
[Why&Next]12년만에 재현된 뱅크런…새마을금고는 왜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MG새마을금고 경희궁지점에서 관계자들이 예적금 보호와 관련된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AD

일부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발생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안정화되고 있다. 금융권 안팎선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12년 만에 재현된 이번 사태의 원인을 두고 새마을금고의 무분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확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 등을 꼽는다.

[Why&Next]12년만에 재현된 뱅크런…새마을금고는 왜

금리 인상·SVB 사태로 커진 불안감…연체율 급등에 '뱅크런'

금융권에선 이번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의 시발(始發)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유동성 긴축에서 찾는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금융사의 부실이 드러났고, SVB·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로 '은행도 무너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한 데 따른 영향이란 설명이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지난 3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관련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금융소비자들의 불안 심리에 불을 지폈다. 당시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여러 차례 해명 자료를 냈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은 상태였고, 2금융권의 연체율 급증 소식이 전해지는 와중 새마을금고의 수치만 '깜깜이' 상태에 놓이면서 불안감은 증폭됐다.


이후 남양주 동부새마을금고가 600억원 규모의 대출채권 부실로 흡수합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지난해 말 3.59%였던 새마을금고의 전체연체율이 6.18%(6월 29일 기준)로 급등했고, 2~3%대였던 법인연체율도 10%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마을금고 위기설은 거의 확신으로 바뀌는 분위기였다. 결국 금융소비자들은 새마을금고에 맡겨둔 돈을 찾기 시작했고, 새마을금고는 며칠 만에 '뱅크런' 사태를 맞았다.


감독당국 한 관계자는 "SVB, CS 사태로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이 쌓여가고 있던 와중에, 연체율 등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예금자들의 불안심리를 건드린 것이 원인"이라며 "특히 당국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건전성 관련 수치를 공개하고 메시지를 내는 농·수협, 신협 등과 달리, 새마을금고의 경우 정보가 깜깜이 수준이어서 불안감을 증폭시킨 부분이 크다"고 짚었다.

[Why&Next]12년만에 재현된 뱅크런…새마을금고는 왜

'고위험 고수익' PF 뛰어든 새마을금고…규제 사각지대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뱅크런까지 야기할 정도로 급등한 것은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에서 발생한 부실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유동성 공급으로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새마을금고 역시 '고위험 고수익'인 부동산 PF 대출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가 건설·부동산업에 실행한 대출 잔액은 지난 1월 말 기준 약 56조4000억원(공동대출 약 20조원 포함)으로 전체 기업 대출(약 111조원)의 절반에 달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약 27조2000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연체율은 9.23%까지 치솟았다.


아울러 부동산 PF와 유사한 성격의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 잔액 역시 약 15조5000억원으로 2019년말(약 1700억원) 대비 90배 넘게 급증했다. 연체액도 2021년말 60억원에서 지난해 말 602억원으로 10배 이상 확대됐다.


상호금융권 특유의 '공동대출' 시스템도 부담을 키웠다. 공동대출은 한 사업에 두 개 이상의 금고가 대출을 해 주는 방식을 일컫는다. 일례로 새마을금고의 전국 부동산 대출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알려진 온수역 럭비 구장 재개발 사업의 경우 176개 금고가 참여해 약 33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가 내준 공동대출 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공동대출엔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생활 숙박시설 등 비교적 리스크가 큰 상업용 부동산 건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2~3년간 부동산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새마을금고는 물론 금융권 전반이 PF대출에 뛰어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지역사회 중·저신용자가 주 고객이던 새마을금고로서도 이런 고위험-고수익 사업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부실 확대엔 지역사회에 단위별로 밀착해 있는 업권 특성도 있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단위 금고로선 부동산 PF 사업의 사업성 평가를 할 만한 역량이 충분치 않고, 유착관계가 형성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당장 최근엔 금고 전·현직 직원들이 PF대출 수수료 불법 지급 문제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고, 뱅크런의 도화선이 된 남양주 동부새마을금고 역시 문제가 된 수백억원 대 대출채권과 관련해 대출 과정에서 실사조차 하지 않는 등 규정 위반이 일어났다.


반면 규제 수준은 느슨했다. 일례로 농업·수산업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등은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이 커지자 일찌감치 공동·집단대출을 중단했으나, 새마을금고는 지난 4월에서야 공동·집단대출과 관리형 토지신탁 대출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수협이나 신협의 경우는 건전성 규제 부과 이후에도 금융위 산하에 있는 만큼 지속적인 건전성 관리가 가능했던 반면, 새마을금고는 상대적으로 관리·감독이 한 템포씩 늦었던 측면이 있다"고 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PF 대출에 열을 올렸던 전 금융권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캐피탈·저축은행 등 다른 업권보다 새마을금고에서 먼저 위기가 표면화된 이유도 유사하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증권사·캐피탈사들이 발을 빼던 지난해를 전후로 한 시점에서 새마을금고는 기업 대출을 오히려 크게 늘렸고, 상대적으로 고위험인 대출 자산도 많았다"면서 "시장이 이를 인식한 영향도 클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캐피탈·저축은행 등 다른 2금융권은 왜 문제가 없는 걸까. 올해 3월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5.88%로 새마을금고보다 높지만, 대출잔액 5조30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 대출 잔액은 26조1000억원로 많지만, 연체율은 4.20%로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특히 증권사, 카드사, 캐피탈사는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새마을금고처럼 뱅크런이 일어날 이유가 없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2010년대 초반 부동산 PF 대규모 부실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부동산 PF 대출을 크게 늘리지 않았다. 대출 잔액은 10조1000억원, 연체율 4.07%였다.


12년 전 '악몽' 발 빠른 대응 나선 정부…뱅크런 마무리 수순

12년 전 저축은행 사태를 겪은 정부의 대처도 빨랐다. 정부는 새마을금고에서 대규모 예금 이탈 조짐이 나타나면서 '범정부 대응단'을 구성했고, 해지한 예금을 재예치할 경우 약정이자와 비과세 혜택을 복원시키겠다면서 예금이탈 최소화에 나섰다.


이어 당국은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및 산업·기업은행과 새마을금고 간 6조2000억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계약을 체결토록 해 유동성도 추가 공급했다. 이 효과로 지난주 초반엔 새마을금고 이탈 예금이 6000억~7000억원 규모로 줄었고, 후반엔 수신금액이 순증하는 등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뱅크런은 심리"라며 "정부가 다 막아주겠다는 식으로 나선 만큼 (대응이) 과한 측면은 있으나, 그 정도의 대응이 아니었다면 새마을금고의 뱅크런 현상이 더욱 심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숨을 돌린 당국은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관리에 집중한단 방침이다. 연내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MCI 대부를 통해 총 1조2000억원의 부실채권 매각에 나서는 한편, 건전성 규제 역시 다른 상호금융기관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유동성 비율을 80% 이상으로 유지토록 하고, 건설·부동산 업종 신용공여한도도 각기 30%, 합산 50% 이내로 조정한다.


우려가 큰 새마을금고의 PF 대출과 관련해선, 상당수가 선순위인데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60%에 달하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 PF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재추진하고, 사업성이 없는 곳은 담보물을 매각하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권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감독 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도 SVB 사태 당시 원칙에 맞지 않는 대응으로 예금자를 구제하는 과정에서 금융사가 일종의 '대마불사(大馬不死)'가 된 측면이 있다"면서 "이것이 다른 기관에 나쁜 사례로 남지 않으려면 차제에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관리·감독 체계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