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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이창용 "가계부채 너무 늘면 금리로 대응…인하 논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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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이창용 "가계부채 너무 늘면 금리로 대응…인하 논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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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예상 밖으로 급증하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모두 향후 기준금리를 연 3.75%로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며, 현재 금리인하 논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최근 4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너무 늘어나면 기준금리를 올릴 옵션도 있어야 한다"며 "이론적으로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가계부채를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조정하려 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나 역전세난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미시적인 유동성 지원 정책과 함께 거시적인 가계부채 감소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세계 13위로 하락한 것에 대해선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순위 변동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며 "고령화, 저출산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더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금리인하 시점과 관련해선 "물가상승률이 목표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어야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금통위원 중 아직 금리인하를 이야기하는 분은 없다"고 말했다.


[일문일답]이창용 "가계부채 너무 늘면 금리로 대응…인하 논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아래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내용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는데 아직 대응이 필요한 정도는 아닌지.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에 대응할 필요도 있다고 보나.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도 여러 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 우리나라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수십년간 몇 번의 위기가 있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상승해왔다. 가계부채 비율이 더 높아지면 우리 경제의 큰 불안 요소가 된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이미 늘어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급격하게 조정하려 하면 의도치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 부동산 PF 사태나 역전세난 등이 바로 그런 예다. 따라서 지금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자금흐름의 물꼬를 트는 미시적 유동성 지원책을 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줄여나가는 거시적 대응도 필요하다. 이론적으로는 가계부채가 예상 밖으로 크게 늘어나면 금리뿐 아니라 거시 건전성 규제 강화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더 벌어져도 환율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괜찮나.

▲환율이 이자율 격차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다. 또 지금 상황 보면 최근 반도체 경기가 나아지면서 외국에서 채권 자금이 들어오고, 외화수급 사정이 개선되면서 한미 금리차가 커졌음에도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 금리차를 신경 안 쓰는 건 아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총재님이 창립기념사에서 비은행권에 대한 감독권 강화 언급했다. 감독과 유동성 지원이 같이 논의돼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진행 중인가.

▲감독권 문제는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다만 감독권이 없다고 해서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유동성 공급은 담보를 충분히 받고 하는 것과 담보 없이 하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담보 없이 하려면 더 많은 제약조건이 필요하다. 법 개정 전이라도 (한은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금통위원들과도 상의 중이다.


-4연속 금리동결로 시장에선 연내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금통위원들은 향후 통화정책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입장인가.

▲시기를 못 박아서 연내에 인하하겠다는 건 저희가 이야기할 수 없다. 금리인하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 논의할 거다. 연말이 될지, 언제가 될지 시기를 못 박는 포워드가이던스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금통위원들은 여섯 분 모두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Fed가 금리를 몇 번 더 올릴지 봐야 한다. 또 물가상승률이 예상대로 둔화하고는 있으나 근원물가가 높고, 가계부채도 어떻게 움직일지 불확실하다.


-경상수지가 플러스로 전환하고 무역수지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수출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언제쯤 기대할 수 있나.

▲중국은 예측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지난 5월 금통위 이후 미국 경제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져 우리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는 반면, 중국 경제는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일문일답]이창용 "가계부채 너무 늘면 금리로 대응…인하 논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달러 기준으로 명목 GDP가 전년 대비 3계단 떨어졌다. 향후 성장이나 환율 봤을 때 10위권으로 재진입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GDP 순위가 13위로 떨어진 것은 환율로 인한 단기적인 순위 변화다. 우리는 에너지에 의존하는 나라이지만 우리보다 순위가 올라간 러시아, 브라질, 호주는 에너지 수출국이다. 그쪽은 환율 영향이 없어서 우리 순위가 내려갔다.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순위 변동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고령화, 저출산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더 걱정이다. 저출산 등도 정해진 미래가 아니고, 우리가 어떻게 구조개혁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역전세 문제, 새마을금고 사태까지 부동산 레버리지라는 똑같은 시나리오 하에서 문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새마을금고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또 다른 약한 고리에서 문제가 나올 가능성은 없나.

▲과거 부동산 레버리지가 컸기 때문에 조정하는 과정에서 순탄할 수는 없다. 그래도 예전과 달리 다행인 것은 특정 한 섹터가 위기에 몰리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새마을금고도 그 안에서 건강한 곳이 있고, 리스크 있는 곳이 있다. 특정 섹터가 아니라 개별 기관의 문제이니 순서 있게 대처해가면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한은이 긴축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새) 7조원 이상 늘었다. 한은 통화정책의 영향이 약화됐다는 의견이 있는데.

▲(유동성을 지원하는) 미시적 정책을 할 때 그게 거시적으로 가계부채를 늘리는 방향으로 간다면 대책을 통해서 그렇게 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정부도 그 부분에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에 포커스를 두냐에 따라 어떤 분은 정책 공조가 잘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어떤 분은 통화정책이 약화한다고 볼 수도 있다.


-서울 지하철 요금 인상 등 공공요금 인상이 실질적으로 물가에 영향 줄 수 있는 상황인가.

▲지하철 교통요금 뿐 아니라 전기, 가스 요금도 지금까지 올라간 정도는 저희가 연초에 물가를 예측할 때 어느 정도 포함시켜놨다. 향후 추가적으로 올라가는 부분이면 조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근원물가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해서, 저희가 연말쯤 내년에 물가상승률이 2%로 내려갈지 더 점검해봐야 한다.


-한은이 만약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점 때문인가. 향후 통화정책의 변수는.


▲금통위원들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환율이다. 미국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그걸로 인해 환율이 어떻게 바뀔지 봐야 한다. 아직 위험이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 안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금리격차, 외환시장 불안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지 않게 노력은 하겠지만 너무 늘어나면 기준금리를 올리는 옵션도 있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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