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들, 글로벌 웹툰 시장 리더
IP 확장 수월…다양한 콘텐츠 제작
불법 유통·번역 사이트로 '골치'
연매출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며 K-콘텐츠의 주요 축으로 자리매김한 웹툰 산업이 저작물 불법 유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불법 웹툰 사이트를 차단해도 도메인 주소만 변경된 대체 사이트가 출현해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다양한 콘텐츠로 뻗어나가는 웹툰 IP
웹툰은 지식재산(IP) 확장성이 좋은 콘텐츠로 꼽힌다. 웹툰 IP는 드라마, 영화,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 웹소설, 게임 등 다양한 종류의 산업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넷플릭스에서 연재한 ‘D.P’,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역시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 ‘D.P 개의 날’을 쓴 김보통 작가는 지난 3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행사에서 "웹툰은 저렴한 제작비로 시장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시험대"라며 "웹툰 4화까지 제작하는데 300만원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기획해볼 수 있다"며 "대중에게 사랑받는 IP이고, 시장성이 있는지 검증만 되면 배우 캐스팅과 투자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또한 "웹툰 자체는 시각화를 전제로 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영상 작업이 수월하다"면서 "작가 입장에선 저작권 확보에도 유리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대형 영화 제작사들도 영상물을 만들기 전 웹툰으로 사전 제작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웹툰은 수출 효자 품목이기도 하다. 10년 전 1500억원 규모였던 웹툰 산업은 2021년 매출액 1조5660억원을 달성했다. 글로벌 웹툰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매출액은 9296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성장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스토리 부문 매출액도 921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웹툰 시장에 애플·구글 등 빅테크 기업까지 진출을 선언하면서 IP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불법 유통·번역까지…"처벌 강화해야"
그러나 웹툰은 여전히 저작물 불법 유통에 취약한 상황이다. 웹툰 불법 복제·공유 사이트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이트들은 도박·성매매 등 불법 배너광고로 수익을 얻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 중이며 접속 차단 이후에도 도메인 주소만 변경해 대체 사이트가 바로 생성돼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자체 적발한 웹툰 불법 유통 건수는 2021년 약 4만건, 2022년 3만7000건, 올해는 5월까지 1만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웹툰 전체 콘텐츠 이용량 중에서 불법복제물을 이용한 비율은 약 21.5%로 나타났다.
국내 웹툰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저작물을 현지어로 번역해 올리는 해외 불법 사이트도 대거 생겨났다. 보호원이 지난해 6월부터 10주 동안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68개 사이트에서 4만2000여건의 국내 웹툰이 불법 번역돼 유통되는 것을 확인했다. 저작물 수로 따지면 6800개에 달했으며 영어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9개 언어로 번역돼 유통됐다. 불법 사이트 서버 위치는 미국(53.7%), 캐나다(33.3%), 스웨덴(6.6%) 순으로 총 7개국으로 확인됐다.
웹툰 불법 유통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미국은 불법 복제물을 유통한 자에 대해 초범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만 달러 이하의 벌금형, 누범인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달러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 일본 역시 불법 유통 사이트 대표자에게 3억엔의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현행법의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