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위해 과외·학원 다니며 준비
입학 후 학습식 환경 맞추려 보충수업
교육부, 영유에 유아교육법 적용 방침
영어 유치원(영유)이 성행하면서 입학을 위해 '4세 고시'라는 말이 생기는 등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4~5세부터 영유 입학…입학을 위한 사교육도
6일 동아일보는 강득구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함께 초1 자녀를 둔 학부모 1만 1000명을 대상으로 5월 16~29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628명(6%)이 "자녀를 취학 전 영어 유치원에 보냈다"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일찍 배워두면 도움이 될 거 같아서'(510명), '선행학습 차원에서'(142명),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116명) 등이 많았다.
취학 전 영어 유치원에 다닌 적 있다고 응답한 628명 가운데 206명이 5세에 시작했다고 답했으며, 4세에 시작했다는 응답도 150명이었다. 절반 이상이 4~5세에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다.
입학률이 올라가는 만큼 일부 영유아는 네 살 때부터 40~50분 수업에 10만원이 넘는 입학 과외를 받거나 프렙(Prep·준비) 학원에 다닌다.
프렙 학원은 원래 대치동의 '빅3', '빅5'로 불리는 초등 유명 영어학원의 레벨테스트(레테)를 준비시켜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유 입시도 준비시켜주고, 숙제와 학원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 보충 학습도 하는 사교육 기관으로 변화했다. 입시 경쟁의 시작이 7세에서 4세로 앞당겨진 것이다.
입학 후 진도 따라잡기 위한 보충학원…'이중 사교육'
최근 영유 트렌드는 졸업 전까지 미국 초교생 고학년 수준의 영어 읽기, 말하기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4세에 입학 후 3년간 빠른 속도로 진도를 빼야 하므로 레테 등 입학 자격이 까다롭다. 레테는 알파벳 쓰기나 철자와 발음을 이해할 수 있는지 등을 시험한다.
또 특정 교육기관이 실시하는 영재 테스트의 '상위 5% 영재' 성적표를 요구하거나 5세 반에 '유급 제도'를 도입하기도 한다.
입학했다고 끝이 아니다. 이들은 입학 후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 또 다른 보습학원에 다닌다.
학습 방식도 문제로 꼽힌다. 신체·정서·사회성 등 전인적 발달이 필요한 시기에 구조화된 학습식 환경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영유가 생기기 시작할 때는 놀이식이나 절충식(놀이·학습) 영어 유치원이 많았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투자 대비 고효율의 학습 효과를 요구하면서 학습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강남 4구 영유 '집중'…교육부, 영유에 '유아교육법 적용'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영유는 총 847곳이다. 이 중 551곳(65.1%)이 서울, 경기, 인천에 집중됐다. 서울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에 114곳이 몰렸다.
현행법상 영어 유치원은 학원이다. 학원법이 적용되고, 유치원에는 유아교육법이 적용된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많은 영유가 교습 과목을 영어로 신고한 후 수학·미술 등을 가르치며 교습비를 부풀려 유치원 행세를 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6일 영어 유치원을 정상화하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교육부는 앞으로 엄격한 유아교육법을 적용받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설립 인가를 받지 않고 학생을 모집해 유치원 형태로 운영할 경우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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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공교육 강화가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송파구는 올해부터 관내 국공립 및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원어민 영어교실'을 운영할 방침이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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